전면 개방 1년, 단풍으로 물든 덕수궁 돌담길 돌기
발행일 2019.11.13. 11:10
서울시청 방면에서 영국대사관 쪽으로 이어지는 덕수궁돌담길 130m 구간 ⓒ염승화
덕수궁 돌담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길이자 아름다운 길이다. 그 길의 끊어져 있던 부분이 완전 개방된 지 그새 1년이 되어 간다. 지난 1959년 이래로 오랜 기간 미완의 길이었던 그 길이 활짝 열린 날은 2018년 12월 7일. 그 날 이후로 우리는 덕수궁 둘레를 막힘없이 한 바퀴를 돌 수 있게 되었다.
덕수궁 돌담길 개방 추진은 5년 전 2014년부터 서울시가 영국대사관, 문화재청, 중구청 등과 힘을 모아 적극 추진해 온 사업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노력이 결실하게 되었다. 2017년 8월과 2018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마지막까지 막혀 있던 구간(영국대사관 직원 숙소 앞~영국대사관 정문)이 모두 열린 것이다. 그리하여 그 이전까지 900m쯤이던 돌담길 길이도 약 1.1km로 조금 더 길어지게 되었다.
덕수궁 내부길에서 바라본 풍광이 아름답다 ⓒ염승화
덕수궁 돌담길 전면 개방 1주년을 앞두고 지난 주말 모처럼 다시 그 길을 찾았다. 여지없이 그곳엔 적잖은 사람들이 오가며 여가를 즐기고 있었다. '역시 핫 플레이스로구나!'라고 여겨진다. 들머리는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 돌담길 모퉁이로 삼는다. 덕수궁 돌담길은 흔히 대한문을 바라보며 왼쪽 길을 따라 정동 방향으로 오가기가 십상이나 이번엔 거꾸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뒤늦게 열린 길을 더 먼저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길은 영국대사관 정문부터 영국대사관 직원 숙소 앞까지 새로 열린 170m다. 살짝 덕수궁 경내로 들어갔다 나오는 묘미가 있는 곳이다. 그만큼 고즈넉한 궁 안팎 운치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단, 이 길은 덕수궁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은 지날 수 없는 흠이 있다. 정해진 시간에만 갈 수 있는 점도 다소 불편하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현재에 만족치 말고 아무런 지장 없이 언제 어느 때나 마음대로 돌담길을 온전히 돌 수 있도록 서울시와 문화재청을 비롯한 관계 기관의 지속적인 수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덕수궁 내부길 단풍이 절정이다 ⓒ염승화
곧 영국대사관 정문 옆 궁 협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선다. 펜스가 쳐진 궁 안으로 가는 길은 약 70m. 우거진 숲 사이로 즉조당, 준명당 등 고풍 넘치는 건축물들이 보이는 궁 안은 주말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반면에 이 길은 참 한적하다. 잠시 고궁 분위기를 느끼려는 찰라 이내 아쉬움을 접고 궁 밖으로 발길을 향한다.
영국대사관 후문에서 직원 숙소로 이어지는 돌담길 골목 풍경 ⓒ염승화
영국대사관 후문 쪽 협문을 나가자 눈앞에는 뜻밖에도 장관이 펼쳐진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울긋불긋 고운 단풍 빛을 발하고 있는 수목들이 덕수궁과 영국대사관 담장 위로 줄기를 한껏 뻗고 있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발걸음은 절로 더뎌진다. 내친김에 골목 오른편에 놓인 돌 벤치에 앉아 잠시 여유를 부려본다. 그 주변에는 돌담길을 다시 열게 된 과정을 담은 자료 사진들이 비치돼 있다. 이 길은 덕수궁길 구세군중앙회 앞까지 약 180m가 이어진다.
아관파천 때 고종황제가 지난 피신 길로 지난해 개방되었다 ⓒ염승화
돌담을 따라 한갓진 골목을 다 빠져나오면 덕수궁길이다. 여기서는 잠시 ‘샛길’로 빠져도 좋다. 샛길이란 다름 아닌 ‘고종의 길’을 말한다. 1896년 아관파천으로 고종황제가 피난을 간 길로 지난해 122년 만에 복원, 개방된 곳이다. 이 길은 정동길과 구 러시아공사관으로 이어지나 짧은 돌담길(120m)이므로 다시 되짚어 덕수궁길로 나와도 무방하리라고 본다.
덕수궁 평성문과 미대사관저 사이로 지나는 돌담길 ⓒ염승화
덕수궁 돌담길에서 만나는 조형물 '장미빛인생' ⓒ염승화
다음은 덕수궁 후문인 평성문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뒷모습을 보며 지나는 돌담길이다. 이 길의 특징은 길 양 옆으로 모두 높은 돌담이 쌓여 있다는 점이다. 한쪽은 마땅히 덕수궁 돌담이나 다른 한편은 미국대사관저를 두르고 있는 돌담이다. 덕수궁 월곡문 앞 정동길과 덕수궁길이 교차하는 로터리까지 이어진다. 이곳에서는 주변에 놓여 있는 여러 대형 조형물들을 둘러보는 맛이 삼삼하다. 특히 월곡문 앞 양지 바른 곳에 놓여 있는 일가 3대의 인물 조각상들인 ‘장독대’와 그 건너편에 있는 꽃다발을 형상화한 ‘장밋빛 인생’이 돋보인다. '광화문연가' 등 숱한 인기곡을 작곡한 고 이영훈 노래비도 빼놓을 수 없는 이곳의 명물이다.
단풍이 절정으로 물든 덕수궁 돌담길 풍경 ⓒ염승화
오래전부터 덕수궁 돌담길의 메인 길로 큰 사랑을 받아 온 월곡문~대한문 간 돌담길은 약 300m다. 알록달록 단풍들이 하늘을 덮다시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그 길을 천천히 걷는다. 거리에는 짐작 그대로 사람들로 붐빈다. 돌담을 배경으로 이곳저곳에서 기념사진들을 찍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웃음이 가득하다. 덩달아 기분이 가벼워진다. 마침 한창 진행 중이던 길거리 연주회를 마주하고는 걸음을 멈춘다. '서울 2019 거리공연'으로 벌어지는 행사다. 이길에서 심심찮게 대하는 자연스런 모습이기도 하다. 해금으로 우리 가요와 민요를 연주하는 연주자 앞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 있다. 그 사람들 사이로 슬며시 끼어들어 마음을 울리는 그 소리 감흥에 빠져본다.
대로변에 인접한 덕수궁 돌담길 구간 ⓒ염승화
이제 대한문~서울도시건축전시관까지 큰길과 접해 있는 쪽의 돌담길만 지나면 한 바퀴를 다 돌게 된다. 이 길은 약 190m다. 터벅터벅 출발 지점을 향해 걷는 동안 돌담에 바투 붙어 있는 가로수들과 돌담 안 수목들이 한데 어우러지듯 아름다운 단풍을 과시한다. 인도 위를 뒹구는 낙엽들도 그 낙엽들을 모아 담아 놓은 푸른색 비닐 쓰레기봉투조차도 모두 공연히 정겹게 느껴진다. 추가로 개방된 구간처럼 행인이 뜸하므로 이른 아침이나 조금 늦은 저녁 사색이나 고독을 즐기기에 참 좋은 곳이겠다 싶다.
돌담길 풍치와 운치를 즐기다보니 3~4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덕수궁 돌담길은 역시, 명불허전, 명품 산책, 명품 단풍길임에 틀림없구나! 하는 사실을 재확인한다.
덕수궁 돌담길 풍광이 바야흐로 절정의 순간을 보이고 있다. 지금 바로 가까운 덕수궁 돌담길로 나가 그 맛을 만끽해 보자!
●덕수궁 돌담길 통행 및 관람 안내 >
⊙교통 : 지하철 1, 2호선 시청역 1번 출구 > 약 70m(도보 약 2분) 덕수궁 대한문, 1, 2호선 시청역 3번 출구 > 약 60m (도보 약 1분)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앞 영국대사관 입구
⊙운영 : 입장료 없음 / 덕수궁 돌담길 연중무휴 24시간 개방. 단, 덕수궁 내부 보행로는 매주 월요일 휴관 / 매일 오전 9시 ~ 오후 6시 개방 / 입장료 없음
⊙위치 : 서울시 중구 덕수궁로, 세종로19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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