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글을 쓰고 읽는 공간 '노들섬 노들서가' 입니다

시민기자 이기호

발행일 2019.10.17. 15:46

수정일 2020.06.17. 10:03

조회 2,342

노들섬이 돌아왔다. 반세기 동안 버려져 있던 자리에 마침내 공연장이 들어서며, 한강 한가운데 시민이 섰다. 노들섬에서 열리는 것은 공연만이 아니다. 이곳은 시민이 모여 함께 만들고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특히 그 안에 서점이 있어 눈길을 끈다. 한강 한가운데서도 책이 젖지 않는 곳, 노들섬 안 서점, 노들서가에 다녀왔다.



노들서가 입구 ⓒ 이기호


노들섬에 공연이 없는 날에도 노들서가는 열려 있다. 노들서가의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월요일은 쉬는 날이다. 퇴근길에 들른 노들서가에서는 고즈넉한 공기 안에서 네댓 명이 편안한 옷차림으로 저녁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아마도 한강에 자전거를 타러 나왔는지 라이딩복을 입고 헬멧을 쓴 청년이 매대 앞에 서서 책을 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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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서가 전경 ⓒ 이기호


서점 입구에서는 노들서가 소설 연재가 한창이었다. 서점에 들어온 누구나 매대 위에 놓인 종이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서 쓸 수 있다. ‘고요히 글을 쓰고 읽는 공간’ 노들서가 입구에 적힌 소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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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노들서가 매대 ⓒ 이기호


노들서가에서는 수시로 글쓰기 워크숍이 열리고 마치면 서가에 전시된다. 노량진에서 50년 동안 살아온 시민이 노들섬 개장의 소회를 시장님께 쓰는 편지에 담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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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워크숍 참가자들이 쓴 글들이 서가에 전시되어 있다 ⓒ 이기호


“서점이 참 넓네요. 여기는다른 대형서점과 어떻게 다른가요? “ 서가를 정리하고 있던 스태프에게 말을 건넸다. 
“노들서가에서는 큰 출판사가 매대를 사서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저희는 규모와 상관없이 자기만의 철학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출판사를 선정했습니다. 그렇게 모인 출판사가 각자의 매대 위에서, 기존의 대형서점에서보다 적은 책으로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함께 기획했습니다. 지금의 서가 큐레이션은 3개월 동안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마치 계절이 흘러가듯 천천히 바꿔나갈 예정입니다.” 김슬기 매니저의 답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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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를 정리하는 김슬기 매니저 ⓒ 이기호

여느 서점과 달리 널찍한 매대 위에서 띄엄띄엄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긴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책들을 본 방문객이, 스태프에게 “여기서 책을 팔기도 해요?” 하고 묻기도 한단다. 마치 전시와 같은 느낌을 주는 스토리텔링형 매대 구성 때문이다. 매대 위에 놓인 책은 구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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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자기만의 방’에서는 드로잉 메리 작가의 원화를 전시 중이다 ⓒ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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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마음산책’에서는 소설 속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과 소장품을 전시 중이다 ⓒ 이기호


노들서가 1층 한쪽에서는 출판사와 작가가 여는 무료강연이 수시로 열린다. 강연은 사전에 노들서가 인스타그램 계정(@nodeul.book )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2층의 집필실은 ‘일상작가’를 위한 자리로, 평일 낮에 16명의작가가 이 자리에 머물며 작품활동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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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서가 1층 강당 ⓒ 이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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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서가 2층 집필실 ⓒ 이기호


“노들서가가 요즘 유행하는 동네 책방과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서점을 나오는 길에 물었다. 
“책방에 가면 왠지 여기서 책 한 권은 사서 나가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있잖아요. 물론 저희도 이곳에서 만난 책이 독자 여러분의 집으로 함께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들서가는 꼭 책을 사지 않고 읽기만 하거나 자기만의 책을 쓰기만 하더라도 전혀 어색하지않을 수 있는 책방입니다.” 읽고 쓰고 만드는 마음이 하나로 자라는 곳, 퇴근길에 들른 노들서가에서 잠시나마 시계판 밖으로 빠져 나와 책 속에 젖어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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