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두고 찾아봐도 정겨운 동네 '성북동 야행'
여행스토리 호호
발행일 2018.06.28. 15:47

성북동 문화재 야행의 메인 행사장이 있었던 홍대부속중고교 버스정류장이 있던 거리
호호의 유쾌한 여행 (96) 성북동 문화재 야행
성북동은 서울 도성 밖에서 문화재가 가장 많은 지역입니다. 산과 산이 마주하는 골짜기에 오롯이 들어선 마을은 성안을 들어가지 못한 가난한 문화예술인들에게는 위로와 휴식, 창작 의욕을 불러일으킨 아름다운 동네입니다. 지금은 이름 들으면 알만한 문화예술인들은 이 동네를 사랑방 삼아 아지트로 삼으며 또 다른 역사와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도심에서 약간 비켜있다고 개발되지 못한 이곳에는 아직도 그때의 흔적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서울시는 2013년 최초로 이곳을 ‘역사문화지구’로 지정했습니다.

성북동의 대표적인 문화재인 최순우 옛집의 저녁풍경
성북동의 역사는 조선 시대 성곽 축조와 함께 시작됩니다. 성 북쪽에 위치한 마을이라서 성북동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성곽은 오늘날에도 이 마을 역사와 문화, 풍경의 중심이 됩니다. 성북동 입구의 혜화문은 동북쪽을 향하던 관문이었습니다. 타국의 사신은 물론 많은 사람들과 물자가 이곳을 드나들었습니다.

성북동의 대표 문화재인 만해 한용운이 거주하던 심우장. 성북동문화재야행 기간을 맞아 태극기로 장식된 앞마당
선잠단은 성북동 역사에서 중요한 장소입니다. 누에를 치기 시작하면서 양잠의 풍요를 기원하기위해 태종 때부터 단을 쌓고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는데 선잠제는 왕비가 집전하는 유일한 제례였습니다. 조선 중기 이후 이 동네 사람들은 복숭아, 자두를 심어 성안에 갖다 팔았는데 산, 계곡과 함께 유실수들이 어우러지니 경치가 좋아 별서정원이 많이 들어섰습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꼽은 3대 정원 중 하나인 성락원이 성북동에 있습니다. 조선의 마지막 왕손인 의친왕 이강이 35년간 사용했던 별장입니다. 현재 복원 및 정비 중이라 일반 관람이 어려운 것이 아쉽습니다.

성북동을 거쳐간 대표적인 문인 중의 한명인 시인 조지훈의 시비(좌), 조지훈 시인의 거주지 표지석(우)
일제강점기에는 많은 문화예술가, 학자, 독립투사들이 이곳을 거쳐갑니다. 한용운, 염상섭, 오세창, 간송 전형필, 구인회의 이태준, 백석, 수화 김환기, 최순우, 백석과 김영한, 조지훈, 윤이상 등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벅찬 많은 분들이 이 동네에서 그들의 삶 일부를 일굽니다. 이 분들이 살았던, 활동했던 곳들은 일부 후손들에 의해 보존되다가 문화재나 의미있는 장소로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성북동문화재야행 기간 중에는 평소 밤이면 문이 닫힌 문화재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은 이종석 별장
성북동의 이야기를 찾아서 야밤에 성북동을 탐험하는 성북동 문화재 야행 행사가 지난 6월 22일부터 23일까지 성북동 일원에서 열렸습니다. 뜨거운 여름 낮 더위를 피해 선선한 저녁에 성북동 문화재와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축제입니다. 성북구립미술관, 한국가구박물관, 우리옛돌박물관 등의 문화시설이 밤 9, 10시까지 문을 엽니다.
만해 한용운이 노년을 보낸 한옥 심우장과 이종석별장,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 옛집,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구본원 등의 문화재도 밤 10시까지 야간개장을 했습니다. 선선한 밤 바람을 맞으며 가볍게 걸어 문화재 야경을 둘러보니 또 다른 멋이 느껴집니다.

옛모습이 남아 있는 성북동 뒷골목
좀 더 문화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해설사와 함께 성북동 문화재를 탐방할 수 있는 해설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했습니다. 기본 코스와 순성코스로 나뉘어 이틀 동안 알차게 운영합니다. 메인 행사장 주변으로는 다양한 체험, 공연 프로그램을 두어 남녀노소 누구나 신나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다리가 아프면 이동식 체험관을 타고 성북동 메인 거리를 오가도 됩니다. 배가 고프거나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 참여할 수 있게 주변 음식점, 카페 일부도 행사에 동참합니다.

정릉시대 전이 열렸던 성북구립미술관

최정화 작가의 작품 숲. 성북구립미술관 부근 거리에 전시되어 있다
지난해부터 열려온 성북동 문화재 야행은 아쉽게도 이번에는 이틀 만에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그렇다고 너무 실망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여름이 가는 길목인 9월 14~15일에도 성북동문화재야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처음이라 투어프로그램 하나만 겨우 참석했던 필자도 9월엔 이런 저런 행사와 평소 입장하기 쉽지 않은 가구박물관까지 알뜰히 탐험해볼 예정입니다.
문화적 명소들이 자꾸 늘어나는 성북동 두고두고 찾아봐도 정겨운 동네입니다.
■ 여행정보 ○ 성북동 가는법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 - 문의 : 070 7555 4216, www.sbnightroad.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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