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친구 하는 숲속 여행

시민기자 방주희

발행일 2017.05.11. 15:48

수정일 2017.05.11. 15:48

조회 1,718

도서관과 함께 하는 숲속 여행 ⓒ방주희

도서관과 함께 하는 숲속 여행

동네에 조성된 숲과 공원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도심에서 살아가는 매력적인 요소이다. ‘도서관과 함께 하는 숲속 여행’에 참가한 후로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숲과 공원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처럼 자연에도 질서와 규칙이 있다는 것을.

제53회 도서관주간(4월 12~18일)을 맞이하여 ‘도서관과 함께 하는 숲속 여행’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 송파도서관을 찾았다.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은 완연한 봄을 즐기기 위한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 숲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도서관 주변에 있는 오금공원 탐방에 나섰다.

오금공원(서울시 송파구 오금로 363)은 1990년 해발 200미터 정도의 나지막한 야산에 자연 그대로의 멋을 살려 조성한 공원이다. 갖가지 나무와 꽃이 어우러져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해주는 산책로와 주민 건강을 위한 각종 운동기구, 배드민턴장과 테니스장 등의 체육 시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공원 초입에서 만난 고양이를 꼬마 친구들이 반기고 있다 ⓒ방주희

공원 초입에서 만난 고양이를 꼬마 친구들이 반기고 있다

숲 속 여행을 반겨주기라도 하듯 공원 문턱에서 고양이가 얼굴을 내밀었다. 자연에서 보는 고양이의 모습이 신기한지 아이들은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러자 고양이가 살짝 겁을 먹었다. 고양이에게 관심을 보인 아이들에게 해설사 선생님이 다가가 질문을 던졌다. 고양이와 개 중에서 누가 더 위험한지를 물었는데, 답은 개였다. 개는 늑대 과에 속하며 서열을 정하는 습성이 있어 공격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험한 순간을 예상해야 한다고 했다.

숲 해설사가 벌집과 왕사마귀 알집을 보여주었다 ⓒ방주희

숲 해설사가 벌집과 왕사마귀 알집을 보여주었다

이번에는 해설사 선생님이 샬레에 담긴 벌집과 왕사마귀 알집을 보여주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신기해하면서 요리조리 살피고 관찰했다. 도심에서는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벌집은 벌이 알을 낳고 먹이와 꿀을 저장하며 생활하는 집으로, 일벌들이 분비한 밀랍으로 만든다. 육각형의 방이 여러 개 모여 층을 이루고 있다. 벌침은 밀랍의 소재가 된다. 왕사마귀 알집은 잎이 무성할 때는 안 보이지만 잎이 다 떨어지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알집을 볼 수 있다. 다른 알집에 비해 불룩하고 거품 같은 모양이다.

참가자들이 대왕참나무 앞에서 추억을 만들고 있다. ⓒ방주희

참가자들이 대왕참나무 앞에서 추억을 만들고 있다.

나지막한 야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수풀이 우거진 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평소 같으면 무심하게 휙 지나쳤을 공간이다. 위로 쭉 뻗은 커다란 나무의 이름은 대왕참나무이다. 나무를 이용해 추억할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해보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사람들은 흩어져 나무를 하나씩 차지하며 섰다. 나무 앞에서 우왕좌왕했던 사람들은 곧 나무의 촉감을 손으로 훑고, 향기를 맡으며 저마다 포즈를 취했다. 해설사 선생님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

“나무에 대해 느낀 점을 말해주세요.”

아이들이 손들어 답했다.

“이끼가 있어요.”
“일정하게 위로 자라요.”
“나무 아래에 구멍이 뚫려 있어요.”

군더더기 없는 솔직한 대답이었다. 비슷비슷하게 보이는 나무지만 생김새는 모두 달랐다. 가지가 있는 나무와 없는 나무가 있었고, 가지가 위로 휘어져 뻗은 나무도 있었다. 휘어져 뻗은 가지는 다람쥐가 다닐 수 있는 길이 된다. 이렇게 나무의 모양이 제각각인 건 저마다의 생존방식이란다.

웨딩드레스 무늬의 소재가 되는 조팝나무의 향기를 맡고 있다. ⓒ방주희

웨딩드레스 무늬의 소재가 되는 조팝나무의 향기를 맡고 있다.

언덕길을 올라 평지에 이르자 안개꽃처럼 새하얀 조팝나무가 나타났다. 웨딩드레스에 수를 놓을 때 조팝나무 무늬를 표현한다는 말을 듣고서 향을 맡자 더욱 향기로웠다.

봄의 반가운 손님 진달래꽃도 만났다. 진달래를 참꽃으로도 부르는데, ‘참’이 들어가면 어떤 기준이 된다. 참새가 새의 기준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참은 접두사로 처음이라는 의미가 있다. 첫 꽃이어서 먹어도 되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게 더 좋다고 했다. 이밖에도 ‘진짜’ 또는 ‘진실하고 올바른’의 뜻과 ‘먹을 수 있는’의 뜻이 있다. 진달래와 모습이 비슷한 철쭉은 독이 있어서 절대 먹으면 안 된다.

진달래를 지나 화살나무에 발길이 닿았다. 가지에 2~3줄의 날개가 달려있어 화살나무라고 불리는데, 봄철에 새순을 따 삶아서 나물로 먹는다. 하지만 도심에서는 약을 치는 경우가 있으니 될 수 있으면 안 먹는 게 좋단다.

볼록 렌즈를 눈에 대고 벌레의 시선으로 숲길을 걷고 있는 참가자들 ⓒ방주희

볼록 렌즈를 눈에 대고 벌레의 시선으로 숲길을 걷고 있는 참가자들

체험 시간도 있었다. 관찰하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가 직접 벌레가 되어 벌레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체험이었다. 볼록렌즈를 두 눈에 대고 벌레가 된 듯이 걸었다. 벌레가 지나다니는 땅바닥을 보면서 걷는 일이 순탄치 않았다. 렌즈가 반사되어 갑갑했고 낙엽이 쌓인 길은 사물이 식별되지 않았다. 이래서는 먹이를 한 마리도 건지지 못할 것 같았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도 보지 못하니, 천적에게 잡아먹히거나 쫄쫄 굶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됐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곤충과 사람의 시야가 다르다고 했다. 곤충한테는 이런 시선이 불편하지 않다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하니 곤충도 사람과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볼 거라고 생각한 것이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이렇듯 한 가지 틀에 갇혀 사물을 바라본다면 멀리 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한 참가자가 세잎클로버가 있는 곳을 발견했다며 네잎클로버 찾기를 제안했다. 숲 여행의 매력은 짜인 코스 이외에도 유동적으로 탐방할 수 있는 점이다. 네잎클로버가 있는 장소로 이동한 참가자들은 세잎클로버 속에서 네잎클로버를 찾기 시작했다. 이를 테면 숨바꼭질이 시작된 것이다. 아이들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네잎클로버 찾기에 나섰고 놀랍게도 네 잎과 다섯 잎의 클로버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네잎클로버를 발견한 기쁨을 나누며 꽃말의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세잎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인 반면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라고 한다. 행운을 찾기 위해 우리 주변에 있는 행복을 짓밟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볼 수 있었다.

그림엽서에 색을 칠하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참가자들 ⓒ방주희

그림엽서에 색을 칠하며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참가자들

이번에는 잠시 쉬어 갔다. 그림엽서에 색을 칠하며 주변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요즘은 색칠이 마음을 치유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색칠을 통해 몸과 마음이 정돈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른들은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아이들은 창작에 집중하는 시간이었다.

색칠을 마치고 이동하는 중에 단풍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꽃 하면 벚꽃과 진달래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데, 단풍나무에도 꽃이 핀단다. 개화 시기가 빨라 꽃을 못 보고 열매를 보는 것이다. 작고 검붉은 꽃이 모습을 드러낸 단풍나무가 인상적이었다.

참가자들이 메타세콰이어 열매를 밟으며 내려가고 있다 ⓒ방주희

참가자들이 메타세콰이어 열매를 밟으며 내려가고 있다

일정을 마치고 공원을 내려가는 길,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열매가 발에 밟혔다. 갈색을 띠는 작고 둥근 열매였는데 메타세콰이어 열매라고 했다. 붉은 색의 단풍이든 메타세콰이어 나무는 알고 있지만 열매를 보는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그 동안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산책 삼아 걸었던 공원에 이렇게 다양한 식물과 곤충이 살고 있다는 사실에 감탄이 나왔다. 서울에는 이처럼 크고 작은 다양한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휴일에 혼자 또는 가족끼리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공원에 가보자. 숲 체험을 통해 나무 이름을 알게 되고 숲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고 채워주는 숲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으로도 자연을 소중히 여기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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