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에 디테일을 살리는 요령

강원국

발행일 2016.08.01. 16:19

수정일 2016.08.01. 17:47

조회 1,842

책ⓒnews1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41) 잘 쓰는 사람의 소소한 특징 12가지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어휘력이 풍부하고 논리적이다.

생각과 느낌이 남다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소한 것에 철저하다.

그 사소한 차이로 빛을 발한다.

디테일이 좋다고 모두 좋은 글은 아니지만, 좋은 글은 반드시 디테일이 좋다.

그런 디테일 12가지를 소개한다.

1. 단어의 뉘앙스 차이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 자리에 딱 맞는 단어는 하나뿐이다.

글쓰기는 그 단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그 단어를 쓰지 않고 다른 단어를 쓰면 다른 뜻이 된다.

아래 단어의 의미가 어떻게 다른지 생각해보자.

보존과 보전, 운영과 운용, 참가와 참여, 부문과 부분, 공통과 공동, 참고와 참조

파장과 파문, 양성과 육성, 통지와 통보, 폐기와 파기, 곤혹과 곤욕. 비판과 비난

2. 짝을 맞춰 쓴다.

우리말에는 짝이 있는 말이 있다.

‘비록’ 뒤에는 ‘~일지라도’가 와야 한다.

결코 ~하지 않겠다, 하물며 ~이랴, 왜냐하면 ~때문이다, 만일 ~라면도 마찬가지다.

이밖에도, ‘제발’ 뒤에는 청원, ‘아마’에는 추측, ‘설마’ 에는 의문, ‘너무’에는 부정의 의미가 와야 한다.

주어, 목적어와 서술어가 따로 놀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공부를 안 한 학생은 벌을 준다.”

주술이 맞지 않는 비문(非文)이다.

벌을 주는 사람은 선생님이지 학생이 아니다.

3. 대등 관계를 지킨다.

접속조사 ‘와/과’, ‘~고’, ‘~랑’으로 연결돼 있는 앞뒤 말이 대등하다.

아래는 대등을 지키지 못한 경우다.

밀림을 지배하는 동물은 호랑이와 사자와 파충류다.

☞ 포유류와 파충류가 동급이다.

아들은 우등생이고 딸은 노래를 잘한다.

☞ 우등생과 노래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에너지 절약이랑 근무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힘써

☞ 절약은 향상시킬 수 없다.

4. 문장을 쓸데없이 자르지 않는다.

‘을, 를, 이, 가’를 습관으로 추가하지 않는다.

‘생각을 한다’는 ‘생각한다.

‘공부를 한다’는 공부한다.

‘부각이 되다’는 부각되다.

‘문제가 되다’는 문제되다.

소유격 ‘의’, 복수 접미사 ‘들’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쓴다.

사회의 통합 → 사회통합, 경제의 민주화 → 경제민주화, 생각들 → 생각, 여러분들 → 여러분

5. 수식하는 대상을 분명히 한다.

“직장을 잃은 친구의 아버지는 요즘 힘들다.”

☞ 직장을 잃는 사람이 친구인가, 친구의 아버지인가.

“어제 고향에서 온 친구를 만났다.”

☞ 친구가 온 때가 어제인가, 친구를 만난 것이 어제인가.

“아름다운 그녀의 친구가 보고 싶다.”

☞ 그녀가 아름다운가, 그녀의 친구가 아름다운가.

친구가 아름다우면, ‘아름다운’ 뒤에 쉼표(,)를 찍자.

6. 서술어를 다양하게 쓴다.

서술어가 변화무쌍해야 글이 지루하지 않다.

평서형(공부한다)만 사용하지 않고, 의문형(공부하니?), 감탄형(공부하는구나), 청유형(공부하자), 명령형(공부해라)을 다양하게 쓴다.

평서형도 ‘한다’, ‘이다’, ‘것이다’만 쓰지 않고, ~요, ~이죠, ~아닐까 등으로 변화를 준다.

7. ‘그’로 시작하는 접속부사를 많이 쓰지 않는다.

‘그러나, 그리고, 그러므로, 그런데’를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이런 접속부사는 잘 활용한다.

게다가, 더욱이, 더구나, 아울러, 뿐만 아니라, 동시에, 반면에, 도리어, 따라서, 급기야, 마침내, 왜냐하면, 다만, 이를테면, 요컨대 등

8. 숙어를 많이 알고 있다.

고등학교 때 영어 숙어를 열심히 외었다.

정작 우리 숙어는 관심조차 없다.

숙어사전이 있을 정도로 우리말에도 숙어가 많다.

특히 몸과 관련한 숙어가 많다.

‘코’만 하더라도, 코가 빠지다(근심), 코가 꿰다(약점), 코가 납작해지다(위신), 코가 땅에 닿다(사죄), 코가 비뚤어지다(음주), 코가 우뚝하다(잘난 체), 코 빠뜨리다(망치다), 코 묻은 돈(아이 돈) 등

9. 양태부사와 보조사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우리말에는 문장 전체를 꾸미는 양태부사가 많다.

과연, 어찌, 설마, 하물며, 결코, 조금도, 제발, 모름지기, 응당, 설령, 실로, 아마, 부디, 만일, 가령 등이다.

주어에 특별한 의미를 더해주는 보조사 사용에도 신경 쓴다.

보조사는 ~도, ~까지, ~조차, ~마저, ~역시, ~부터, ~만 등이 있다.

이에 반해 정도부사는 사용을 자제한다.

아주, 매우, 대단히, 너무, 엄청 등

10. 한 문장 안에 같은 단어나 같은 뜻을 되풀이해 쓰지 않는다.

“이 학생은 공부 잘하는 학생이다.”

☞ “이 학생은 공부를 잘한다.”

“그는 고독하게 혼자서 죽었다.”

☞ “그는 고독하게 죽었다.” 또는 “그는 혼자서 죽었다.”

아울러 ‘역전 앞’ 같은 동어 반복도 조심한다.

미리 예약, 지나치게 과대평가, 가장 최초에, 각 부서마다, 구름처럼 운집, 원고 송고, 남은 여생, 거친 황야.

11. 상투적 표현(클리셰)을 가급적 삼간다.

판에 박은 듯이 진부한 표현에는 이런 것이 있다.

‘경종을 울린다’,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입추의 여지가 없다’, ‘간담이 서늘하다’. ‘잔뼈가 굵다’, ‘공사다망하신 가운데’ 등등

관용적 표현에는 개성이 없다.

12. 우리말을 쓰려고 노력한다.

한자어에 비해 우리말이 더 생생하다.

수중 → 물속, 대변 → 똥, 영토 → 땅, 전신 → 온몸, 식사 → 밥, 목전 → 눈앞, 가가호호 → 집집마다, 강하게 → 세게, 하여간 → 어쨌든, 제작하다 → 만들다

아래와 같은 한자어도 주의하여 쓴다.

적(的, 사실적), 화(化, 복잡화), 성(性, 화제성), 시(時, 음주시), 리(裡, 비밀리), 상(上, 내용상), 하(下, 조건하에), 차(次, 업무차).

‘적·화·성·시·리·상·하·차’를 쓰지 말라고 한다.

이 가운데 ‘적’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마음적으로다가’ 같은 표현은 과하게 현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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