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몰라도 괜찮아~” 국내 발레축제 개막
발행일 2016.05.19. 14:46
오드리 헵번의 몸매 비결로 알려진 ‘발레 스트레칭’.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몸선을 아름답고 유연하게 해주는 다이어트 비법으로 각광 받은 지 오래지만 발레 자체는 아직 대중적인 장르가 아니다. 왠지 표 한 장 가격도 고가일 듯한 럭셔리 이미지에 르네상스 시절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춤이다 보니 정서 자체도 낯설다. 그래도 한 번쯤 발레가 어떤 춤일까 궁금한 적이 있다면 이곳으로 발길을 향해보는 건 어떨까?

제 6회 대한민국 발레축제
나비도 날개를 펴는 푸르른 오월, 지난 13일 서초구 예술의 전당에서 ‘대한민국 발레축제’가 개막했다. 올해로 6회를 맞이한 대한민국발레축제는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발레’를 모토로, 우리나라 3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를 비롯해 유명 발레단과 발레 유망주들이 총 출연하는 발레인들의 축제다.
축제의 개막은 우리나라 국가대표 발레단인 국립발레단의 갈라쇼가 맡았다. 1970년부터 발레단으로 활동해 가장 오랜 역사와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곳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수석 발레리나였던 강수진 씨가 단장이다. 갈라쇼는 13일 저녁과 14일 오후 2차례로 나누어 공연했는데 기자는 토요일 무대를 볼 수 있었다. 국립발레단 대표 공연 중 고전극과 창작극을 적절히 하이라이트들을 7막으로 구성해 1시간 반 가량 공연을 펼쳤다.
발레의 클래식인 ‘백조의 호수’ 중 ‘아다지오’. 우아하고 절제된 미를 보여주는 단체무로 갈라쇼의 문을 열었고, 또 다른 고전인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손꼽히는 ‘발코니 파드되’를 선보였다. 2014년 체조선수 손연재가 갈라쇼에서 선보였던 장면이기도 하다. 흰 옷과 대비되는 빨간 천을 들고 무대를 빠르게 질주하는 로미오의 모습이 극의 몰입도를 더했다. 낭만파 시인 바이런’의 비극시 '해적'을 원작으로 한 ‘그랑파트되’에서는 여성, 남성 솔리스트들이 경쾌하고 현란한 발동작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창착무 중 강효형 국립발레단 단원이 안무한 ‘요동치다’였다. 예술가가 가진 내면의 고뇌를 춤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북과 장구소리를 배경으로 마음이 흩어졌다가 모이고 같았다가 달랐다 하는 모습을 단순한 조명장치의 도움을 받아 춤사위로 효과적으로 표현해냈다. 무대 마지막에 좁은 빛줄기를 따라 걸어 들어가는 모습은 춤뿐 아니라 인생 자체의 단면을 보는 듯해 가슴이 찡했다.
‘리틀몬스터즈’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안무가인 데미스 볼피가 제9회 에리크브룬 국제 대회에서 안무상을 받았던 작품으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 3곡을 바탕으로 남녀 간의 사랑과 이별을 표현했다. 편안하고 익숙한 노래가 어두운 조명과 곤충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그로테스크한 팔과 다리의 동작 등과 합쳐지면서 아이러닉한 강렬함을 선사했다.
극의 마지막은 남성적인 군무로 유명한 ‘스파르타쿠스’가 장식했다. 유일하게 컬러풀한 복장과 화려한 무대 장치를 동반한 무대였다. 아무래도 남자들 위주의 무대이다 보니 힘이 넘쳤고, 분위기가 고조된 상태로 막이 내렸다. 차분한 백색의 여성 단체무에서 다이나믹하고 컬러풀한 남성 단체무로 막을 내린 갈라쇼, 솔로와 단체, 현대와 고전, 한국와 외국 안무, 다른 장르와의 조화 등을 한 무대에 담았던 무대는 구성 자체만으로 충분히 극적이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싹페스티벌
대한민국발레축제는 오는 29일까지 이어진다. 유니버설 발레단과 서울발레시어터,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들이 이끄는 김용걸댄스씨어터와 이원국 발레단, 해외콩쿠르 수상자들의 하이라이트 공연 등 다채로운 공연이 남아 있다. 케이블방송에서 진행된 댄스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기억하는 사람은 인기 출연자 중 하나였던 이루다 씨의 흑조 공연 ‘블랙 스완 레이크’를 손꼽아 기다릴 수도 있겠다.
VIP석은 아니었지만 만원 한 장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었으니 가격도 부담스럽진 않았고, 발레의 여러 면모를 한 번에 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이번 기회에 다른 발레 공연들도 찾아보니 분명 비싼 표도 있었지만 이번 공연 같이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공연도 눈에 띄었다. 혹 평일 저녁이나 주말 오후 시간이 허락한다면, 발레축제 홈페이지(www.bafeko.com/2016)를 둘러본 뒤 예술의 전당에 한 번 나가보는 것도 봄을 즐기는 좋은 선택이 될 듯하다. 지금 예술의 전당에서는 발레뿐 아니라 거리 마켓, 워크샵, 아트 큐브 등을 함께 하는 ‘싹페스타’와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발’이 함께 열리고 있어 가족과 함께 하는 5월의 축제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