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달콤함, 설탕의 치명적인 유혹!
최순욱
발행일 2016.04.27. 16:35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26) : 천국의 맛, 설탕
최근 설탕 때문에 말들이 많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설탕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받는 인기 절정의 요리사를 비난하는 듯한 내용이 방영돼 화제가 됐다. 정부도 지난 4월 7일, 한국인의 전반적인 당류 섭취량을 줄이기 위한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이 종합계획에 포함된 조치들이 하나같이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어딘가 나사가 빠진 정책이라고 평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어쨌든 여기저기서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건 맞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설탕을 인공 감미료의 대표 주자로 여기지만 원래 설탕은 사탕수수나 사탕무의 즙을 정제해서 만든 천연 감미료다. 설탕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충치나 비만 같은 이런저런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막상 설탕의 달디 단 맛의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직 당분만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의 뇌가 당분을 갈구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또, 설탕의 단맛은 엔돌핀 같이 인간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일종의 천연 마약이 몸속에서 분비되도록 만든다고 한다.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가 많이 재배되던 아열대 지역 사람들도 이런 단맛의 강력함을 익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필리핀에는 설탕 덕에 삶의 즐거움을 다시 찾은 한 부족장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주 오랜 옛날, 한 부족장이 있었다. 그는 젊을 때부터 자신의 부족을 잘 이끌어 무리가 번성하도록 했다. 부와 명예를 모두 얻어 더 이상 이뤄야 할 것이나 걱정할 것이 없어진 그는 삶이 무료해졌다. 삶이 너무나 재미없어진 나머지 부족장은 ‘아무래도 이 지상에서는 더 이상 의미 있는 것이 없을 것 같다. 하루라도 빨리 신이 계시는 하늘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그는 하늘에 기도를 올렸다. “제가 한시라도 빨리 하늘에 올라갈 수 있도록 이승에서의 삶을 끝마치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쉽게 말해 자살을 허락해 달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하늘 저 멀리서 이런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지상에서의 너의 시간은 끝날 때가 되지 않았도다.”
실망한 부족장은 거처를 떠나 홀로 이리저리 방황하다 문득 한 숲에 이르렀다. 그 때 갑자기 한 노인이 나타나 부족장의 가슴 속 고민을 알아본 듯이 말을 걸어왔다. “족장님, 제가 이 지상에서 천국의 맛을 볼 수 있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노인은 키가 크고 가늘면서도 잎은 긴 작물이 잔뜩 자란 곳으로 부족장을 데려갔다. “이게 바로 천국의 나무죠. 한번 맛을 보면 영혼이 이미 하늘에 도달한 것 같다구요!” 노인의 말에 부족장은 식물의 줄기를 살짝 씹어봤다. 과연 노인의 말대로 너무나 달콤한 맛이 그를 천국으로 이끄는 것 같았다. 이날 이후 부족장은 더 이상 빨리 죽으려 하지 않았다. 지상에서도 천국의 맛을 볼 수 있다는 걸 안 그는 다시 한 번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부터 사람들에게 천국의 맛을 보여주는 식물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그 식물이 바로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라고 한다.
잃었던 삶의 활력마저 되찾게 해 주다니, 단맛의 위대함이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이 대단함 때문에 오히려 경계해야 할 부분이 생기지 않나 싶다. 과도한 당 섭취로 인해 각종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것처럼 지상에서 천국의 맛을 온전히 즐기려다가 다른 사람보다 이승의 삶이 고달파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설탕이나 단맛에도 중용의 덕이 있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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