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이 책이 된다

강원국

발행일 2016.04.18 15:30

수정일 2016.04.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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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뉴시스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27) 내 책을 그냥 써도 되는 이유 - 무엇을 쓰며, 누가 읽을까요?

책을 써보라고 권하면 두 가지를 묻는다.
"쓸 말이 있을까요?"
"내가 쓴들 누가 읽어줄까요?"
이런 이유로 책 쓰기를 주저하는 사람이 많다.

쓸 말이 없다는 분께 드리는 답변
우선, 첫 번째 물음에 답하고자 한다.
쓸거리가 있어서 책을 쓰는 것이 아니다.
쓰기 시작하면 쓸거리가 생겨나는 법이다.
책에 들어갈 내용은 책을 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생기기 시작한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은 때부터 세상에 보이는 모든 것이 책과 연결된다.
독서를 해도, 산책을 해도, TV를 봐도, 친구와 만나 얘기해도 모든 것이 글감이고 책의 내용이 된다.
일상이 책으로 재편집돼서 새롭게 다가온다.

또한 글은 놀라운 창조의 힘이 있다.
글은 1장 1절 첫 번째 꼭지 첫 줄만 쓰기 힘들다.
그 다음 줄부터는 글이 글을 부른다.
‘그래서 어떻게 됐지?’, ‘왜 그랬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기억이 기억을 불러온다.
생각이 생각을 새끼 친다.
시동만 걸리면 차는 저절로 간다.

실제로 쓸거리는 자기 안에 있다.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누구에게나 장편소설 서너 권 분량의 쓸거리는 있지 않은가.

글쓰기 대상에는 세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내 얘기다.
내가 겪은 일이다.
그에 관한 자료는 내 안에 다 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자료를 갖고 있다.

'겪은 일'이라고 하니, 이런 얘기를 하는 분이 있다.
나는 경험한 게 별로 없다고.
내가 한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이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있다.

두 번째는 남의 얘기다.
이 또한 걱정할 것 없다.
인터넷이 있지 않은가.
공부하면서 쓰면 된다.

세 번째는 모르는 얘기에 관해 쓰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그냥 쓰면 된다.
답이 없지 않은가.
내가 쓴 것이라고 답이라고 우기면 되지 않는가.

이런 엄포에 주눅들 필요 없다.
‘자기 책을 쓰려면 독특하고 차별화된 쓸거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쓸거리에 관해 남보다 잘 알고 잘 쓸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응수한다.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삶을 산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이 세상에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나에 대해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이 두 가지 생각은 내가 내 이야기를 쓰는 데 무한한 자신감을 준다.

팔리지 않을까봐 책을 못 쓴다는 분께 드리는 답변
한마디로 과도한 오지랖이다.
그것은 저자가 고민할 문제가 아니다.
출판사가 고민할 문제다.
저자는 쓰면 된다.
열심히 쓰면 된다.

물론 저자도 판매를 염두에 두고 써야 한다.
내가 쓰고자 하는 분야의 시장 상황을 살피고, 이미 나와 있는 책들을 알아보고, 그들과 다른 나만의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독자는 과연 무슨 이유로 내 책을 살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책을 쓰는데 참고하기 위해서다.

팔릴 것 같지 않은 무명 저자의 책이 대박을 내고, 엄청난 선인세를 준 유명인의 책이 쪽박을 차는 게 출판계다.
어느 구름에 비가 들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출판사도 모른다.
하물며 저자가 어떻게 알겠는가.

자식이 성공하지 못할까봐 안 낳는가?
책을 쓴다는 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나를, 혹은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책을 쓸 수 있다.
책 쓰는 고통을 온전히 홀로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하지 않고서는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이다.
그런 사랑의 결과로 책이라는 자식을 낳게 된다.

자식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패를 걱정해서 자식을 안 낳진 않는다.
모든 자식이 유명인이 되고 효자효녀가 되는 것도 아니다.
자식은 그 자체로 기쁨이고 축복이다.

그러니 그냥 쓰자.
일단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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