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어디에서 멈출 것이냐'
최순욱
발행일 2015.12.02. 15:20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묘사한 그림.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사람이 영 퀭하게 보인다.
최순욱과 함께 떠나는 신화여행 (9) 술, 그 달콤한 유혹
12월, 송년회 시즌이 시작됐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 그간의 회포를 풀거나, 자주 만났던 사람과도 전쟁 같았던 지난 1년을 무사히, 큰 탈 없이 잘 헤쳐 나왔다는 것을 서로 축하하고 격려해 주는 자리가 송년회일 터. 웬만하면 즐겁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자리에는 대개 술이 빠지지 않는다. 목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간 적당한 도수의 술은 몸을 따듯하게 하거니와 마음을 풀어줌으로써 평소라면 하기 꺼려했을, 깊이 담아뒀던 말도 문득 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런데 이놈의 술이라는 게 참으로 무서운 것이 어느 정도 이상 들어가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따뜻함을 넘어 몸을 지나치게 달궈 이상한 사고를 치게 만들거나, 마음에 응당 있어야할 마지막 경계태세까지 무력화시켜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하게 만든다. 여기서 한두 발짝 더 나가면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이라도 나면 다행인 지경이 된다. 술 좀 마셔봤다는 사람치고 술자리 다음날 아침, ‘내가 어제 무슨 짓을 한 거지?’라고 머리를 싸맸던 경험이 없는 경우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술 때문에 고대 그리스 사람들도 꽤나 많은 문제를 겪었던 것 같다. 그리스 신화에서 술의 신은 디오니소스인데, 디오니소스에 대한 신앙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술과 함께 광기를 상징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전해지기로는 포도주 빚는 법을 터득해 인간에게 전한 신이 바로 디오니소스인데, 이 술의 힘 덕분에 추종자들이 모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추종자들이 모일 때마다 만취한 사람들의 극단적 폭력으로 점철된 광란의 집회가 열렸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리스 신화 최고의 음악가인 오르페우스를 찢어 죽인 것도 바로 술에 취한 여성 디오니소스 광신도들이었다는 말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후에 디오니소스의 이미지가 ‘축제’와 연결되어 술로 인한 광기가 잠시의 일탈로 머물러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고 한다. 이를테면 술로 인한 광기와 이성의 조화를 중시하게 된 것이다. 나중에는 디오니소스에게 바치는 축제로 그리스 최대의 희극과 비극 경연대회인 대 디오뉘시아 제전이 생겼는데, 여기서 사람들이 술에 취해 싸우다 살인사건이 벌어지자 진노한 디오니소스가 “내가 즐거움을 주려고 포도주 빚는 법을 가르친 것이지 서로 싸우고 죽이게 하려고 했겠느냐?”라며 살인한 사람을 돼지로 만들어버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런 이야기도 있다. 디오니소스가 처음으로 포도주를 빚을 때, 사자와 원숭이, 개, 돼지의 피를 차례대로 넣었다는 것이다. 포도를 키울 때 이 동물들의 피를 거름으로 주었다는 말도 있긴 한데, 하여튼 간에 이것이 바로 사람들이 술을 마실 때 처음에 사자처럼 호탕해졌다가, 좀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우스운 짓을 하게 되고, 여기서 더 마시면 개처럼 으르렁거리다가 술이 더 들어가면 마지막으로 돼지처럼 더러워지게 되는 이유라는 것이다.
결국 술과 관련된 문제는 ‘어디에서 멈출 것이냐’일 것 같다. 적당히, 기분 좋을 때까지만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 해답이다. 모두 술로 인한 사고 없이, 기분 좋은 일만 있는 송년회 시즌을 보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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