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함께 채워나가는 공간을 만듭니다”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15.06.09. 15:45

수정일 2015.06.09. 15:46

조회 1,127

일반 기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은 다른 기업이 있습니다. 나 혼자 잘사는 세상보다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지역을 살리고, 이웃을 돌아봅니다. 바로,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사회적경제기업입니다.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서울시가 선정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을 방문하고 소개하는 기사 연재를 시작합니다. 시민기자가 직접 찾아가 가까이서 보고 들은 그들의 이야기, 함께 만나보시죠!

사회적경제 우수기업탐방 (2) 찻주전자처럼 따뜻한 공유 공간을 만드는 ‘티팟’

공간이 살아나고 있다. 도심 속 공원이 예술작품을 품는가 하면 들쭉날쭉하던 상가 간판이 주변 경관가 어울리는 아름다운 새 모습으로 바뀐다. 도서관과 관공서, 학교, 공원 등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공공 공간들은 어떤 과정을 통해 생겨났을까?

모두가 행복한 공공 디자인·기획을 하는 사람들 `티팟`

모두가 행복한 공공 디자인·기획을 하는 사람들 `티팟`

다양한 문화 활동과 공공 공간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 ‘티팟’은 서울시민이라면 한번쯤은 가보았을 서울시 신청사의 ‘시민청’이란 공간을 기획했다. 2004년부터 미술, 축제 등 다양한 문화영역에서 이미 ‘시민참여’라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내면서 2008년에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설립 당시의 이름은 ‘시민문화 네트워크 티팟’이었다.

처음에는 문화교육으로 시작해 마을 만들기 사업, 시민 문화 공간 디자인, 문화행사 기획으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티팟의 이러한 사회적 가치가 인정되어 2013년에는 서울시 우수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됐다.

2014 서울시 사회적경제 특별전시회에 소개된 티팟

2014 서울시 사회적경제 특별전시회에 소개된 티팟

마포구 합정동의 한적한 골목길에 위치한 티팟. 사무실로 들어서기 전, 흰 페인트칠을 한 현관 입구 벽에는 ‘ㅌ’라는 한글 자음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티팟의 첫 자음인 티읕을 따낸 간결한 첫인상의 회사의 로고다. 회사라기보다는 무채색의 소박한 갤러리에 더 가까워 보이는 티팟, 과연 어떤 회사일까?

합정동 사무실에서 티팟의 조주연(48)대표를 만났다

합정동 사무실에서 티팟의 조주연(48)대표를 만났다

“티팟이 차를 따르는 데 쓰이는 찻주전자를 가리키는 것처럼, 저희도 찻주전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시민들이 다양한 차를 끓여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게끔요.”

티팟의 조주연(48)대표가 찻주전자 속 뜨거운 차 대신 차가운 과일 주스를 컵에 가득 따라 주며 말했다.

찻주전자의 역할에 대해 아직 쉽게 이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시민이 만드는 공간’이라는 말에는 솔깃해진다. ‘티팟(TPOT)’이라는 기업명에는 찻주전자 하나로 여럿이 차를 함께 마시는 것처럼, 향기로운 차를 나누며 모두가 함께 좋은 문화를 일구자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쉽게 말해 공간을 다 채워 놓은 뒤 ‘구경하러 오세요’ 하는 게 아니라, 이 공간에서 ‘시민들은 무엇을 하려 할까?’, ‘그러려면 필요한 것은 뭘까?’를 서로 자유롭게 묻고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면서 함께 만들어 가는 공간을 말하지요.” 조대표의 설명처럼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공공의 공간을 지향하는 티팟의 최대 산물인 ‘시민청’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2013년 1월에 문을 연 서울 시청의 지하 공간인 ‘시민청’은 하루 방문객이 5천명이 넘는 곳으로 시민이 주인인 공간이다. 서을의 랜드마크로 떠오른 시민청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진다.

2014 희망서울 정책박람회(좌), 2012 서울시민청 콘텐츠 개발(우)

2014 희망서울 정책박람회(좌), 2012 서울시민청 콘텐츠 개발(우)

“시민청은 초기에 ‘시정 상설홍보관’으로 설계가 돼 있던 곳입니다. 하지만 과연 시민들에게 필요한 공간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죠. ‘시민이 주체가 되는 공간’이라는 콘셉트는 시민들로부터 들은 설문 결과였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이용하는 열린 공간으로 프로그램을 채워 다시 기획을 한거죠”

서울시청 시민청 앞에 설치되어 있는 귀 모양 조형물

서울시청 시민청 앞에 설치되어 있는 귀 모양 조형물

시민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서울시의 의지를 담은 귀 모양의 조형물도 티팟이 세운 것이다. 이처럼 시민청은 전시회, 콘서트, 장터, 결혼식, 시민발언대 등 시민들의 다양한 서울살이가 펼쳐지는 곳이 됐다. 티팟의 사회적 가치를 적극 알릴 수 있는 성공사례 중 하나다. 머잖아 경기도 광교 신도시에도 참신한 공간이 살아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시민청 프로젝트 성공에 이어 경기도청으로부터 공간기획의 주문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계룡시 금암공원은 티팟의 기획으로 예술공원으로 탈바꿈했다

계룡시 금암공원은 티팟의 기획으로 예술공원으로 탈바꿈했다

티팟은 대형프로젝트에만 활동을 국한하지 않는다. 최근, 전북 진안군 백운면의 상점 간판들을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도록 교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계룡시 금암공원 마을 만들기 또한 궁극적으로 소통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러한 소규모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하면서 공공문화의 틀을 세우고 모델을 만들어간다.

티팟이 기획한 합정동 `벼레별 카페`

티팟이 기획한 합정동 `벼레별 카페`

회사 옆에 있는 ‘벼레별 카페’도 사실 티팟이 설계한 공간이다. ‘벼레별(별의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벼레별 이야기꽃을 피우는 곳’이라는 ‘벼레별 카페’는 티팟의 생각을 잘 대변하는 듯하다.

티팟은 조주연 대표를 비롯해 경영학, 교육학, 건축, 디자인 등의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조대표는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을 혼자서 발휘하기 보다는 전문성을 살려 사회 여러 방면에 흩어져 있는 보다 많은 전문가를 불러 모아 또 하나의 큰 판 하나를 짜내는 역할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연 매출 20억 원의 규모, 이제 서울시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 된 ‘서울시민청’이란 공간을 시민들에게 안겨준 회사임에도 직원 10명의 소수의 인원이 가능했던 것은 그들이 외부의 전문가들을 모이게 하고 그들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판을 구축하는 기획자 역할, 이른바 ‘소셜 코디네이터’이기에 가능했으리라.

티팟은 공공기관 등 여러 프로젝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티팟은 공공기관 등 여러 프로젝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문화의 사회적 가치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이 모인 티팟. 티팟의 사회적 임무는 바로 시민이 공공 공간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공공의 공간이 권위주의에서 벗어나 시민이 함께 어우러지고 자유롭게 표현하며 스스로 협의해 운영해 나가는 자발적인 공간이 되는 그날까지 티팟의 사업은 계속된다.

■ 사회적기업 티팟(주) Social Interaction Design tpot

 ○ 전 화: 02-332-8823

 ○ 홈페이지: www.tpot.kr

 ○ 주 소: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367-28번지 1층

#시민청 #사회적경제기업 #티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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