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을 위한 ‘오솔길 실버공원’

시민기자 박동현

발행일 2015.05.07. 14:50

수정일 2015.05.07. 15:05

조회 2,839

공원을 오르는 입구 나무 계단 양옆으로 활짝 개화한 봄꽃들이 반겨준다

공원을 오르는 입구 나무 계단 양옆으로 활짝 개화한 봄꽃들이 반겨준다

서울에 다양한 공원이 있지만 어르신 위주로 조성된 공원은 드물다. 양천구 신월7동 남부순환로를 따라가다 보면 야트막한 산에 '오솔길 실버공원'이란 안내판이 보인다. 호기심을 유발하는 공원에 들어서니 이름 그대로 이용 고객들이 주로 어르신들이다. 앞서 가던 어르신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더니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노인전용 공원'이라 일러준다. 주위에 장수한 어르신들이 많이 사신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1990년 오솔길공원으로 개장되었고, 2005년 테마공원 조성의 일환으로 국내 유일 어르신 공원으로 정비됐다.

잘 조성된 산책로와 주변 화초들

잘 조성된 산책로와 주변 화초들

공원 입구 나무계단을 조금 오르니 산허리를 좌우로 동여맨 듯 보이는 산책로가 나온다. 총 길이 6백 미터. 우레탄을 깔아 푹신하고 감촉이 좋다. 어르신들의 성치 않은 관절에 무리 가지 않도록 배려했다. 이 길을 따라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줄지어 걷는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걷는 어르신이 있는가 하면 두 손을 꼭 잡고 나란히 걷는 노부부도 보인다. 시어머니와 담소하며 말동무를 해주는 며느리의 효성스런 발걸음도 볼 수 있다.

어르신들이 우레탄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다

어르신들이 우레탄 산책로를 따라 걷고 있다

산책로 양쪽으로 울긋불긋 진달래를 비롯한 봄꽃들이 만개하여 스쳐 지나기만해도 향 내음에 마음이 상쾌하다. 주위로 수십 년 된 아름드리 참나무와 아카시아 나무가 하늘 높이 총총 들어서 숲을 이룬다. 도심 속 녹색으로 물들여진 산소 공장을 연상케 한다. 보약보다 귀한 맑은 공기가 그 속에서 슝슝 나오는 듯하다. 매캐한 도심 공기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일찍 찾아온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까지 제공해 주니 일석이조다. 이런 환경이 어르신들로 하여금 공원을 즐겨 찾게 하는 이유다.

공원 내 쉼터인 팔각정에는 장기와 바둑 두는 어르신들이 꽉 들어찼다. 눈에 띄는 바둑과 장기판을 세어 보니 서른 개가 넘는다. 팔각정 바깥 공터에 까지 돗자리를 깔고 장기와 바둑 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쭤보니 고수는 없고 그저 비슷한 급수의 장기와 바둑 두는 것이 좋아 모인 사람들이란다. 낯선 이들끼리도 마주 앉아 장시간 함께하다 보면 금세 친한 친구가 된다. 장기는 소통의 도구로 안성맞춤이다. 집중적으로 머리를 쓰고 나면 다시 산책로를 걸으며 기분전환하고 머리를 식힌다.

공원 중앙에는 여느 공원에서는 볼 수 없는 멋진 게이트볼장이 조성돼 있다. 오후만 되면 어르신 동호회 팀이 나와 편을 나눠 게임을 즐긴다. 남녀 혼성팀을 이뤄 작은 공을 툭 치며 상대방 공을 맞추고, 또 골문을 통과하면 격려의 박수와 탄성이 쏟아진다. 어느새 상호 교감과 새록새록 정이 오간다. 모두 예순을 넘어 평균 일흔 가까운 연세들이지만 게임 중 힘든 기색은 전혀 없다. 게이트볼장 바로 옆에는 두 개의 배드민턴장이 연결돼 있다.

게이트볼 회원들이 경기에 앞서 화이팅하고 있다

게이트볼 회원들이 경기에 앞서 화이팅하고 있다

실버공원을 찾은 날 오전에는 인근 지역 유치원생 백여 명이 떼 지어 몰려왔다. 어르신 놀이터인 게이트볼장에서 게임을 하고 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실버공원이라고 어르신만을 위한 공원이 아닌 것이다. 어린 손주와 함께 온 어르신들이 놀 수 있도록 한 켠에는 다양한 놀이시설을 갖춘 어린이 놀이터도 갖춰져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토끼도 공원 내 여러 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온 한 할머니는 아이가 공원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놀다가면 밥도 잘 먹고 밤에 잠도 편안히 잔다고 귀띔했다.

헬스장도 산책길 주변에 여러 곳 설치돼 있다. 일흔을 앞둔 할머니들이 유연성을 자랑하듯 운동기구에 다리를 쭉 뻗어 올린다. 허리를 앞뒤로 깊숙이 젖히고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도 젊은이 못지않게 능수능란하다. 연세보다 20세 정도는 젊어 보이는 실력들이다. 한 할머니가 지름 2미터나 되는 커다란 훌라후프를 쉬지 않고 2백여 회 거뜬히 해내는 모습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꽃길 사이로 지압보도를 조성하고, 또 산책로 주변으로는 잠시 쉬었다 갈 수 있게 벤치를 설치했다. 특이한 것은 어르신들의 굳은 등을 지압할 수 있도록 벤치 등받이에 움직이는 구슬을 달아 지압의자로 만든 점이다.

어르신들이 공원내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공원내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게이트볼장을 지나 공원 정상으로 오르면 만수정이 우뚝 자리하고 있다. 8각 망루로 어르신들의 건강 장수를 기원하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공원 전체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이기도 하다. 만수정 나무 계단을 오르니 병풍처럼 둘러쳐진 주변 도심이 한눈에 들어온다. 온몸으로 다가오는 봄바람을 상쾌함으로 맞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다리 쭉 뻗고 낮잠이라도 자고 싶은 편안한 공간이다. 할머니들이 주로 찾아 담소하며 여가를 즐기는 단골 명소란다.

이곳에서 만난 한 어르신이 입을 여신다. "경로당에서 하루 종일 바깥 구경도 못하고 있으면 답답해. 공원을 오르면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마시며 운동도 하고 얼마나 좋아.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돼. 늙었다는 생각도 안 들지. 울창한 공원 숲과 풀, 꽃들이 다 나의 다정한 친구야" 오솔길 실버공원은 이제 주변 지역 어르신들의 건전 여가활용과 건강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도심 바깥 장거리 고생길 여행보다 가까운 오솔길 실버공원을 한번 찾았으면 한다. 3대, 4대 가족끼리 간단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돗자리 하나들고 찾으면 안성맞춤인 곳이다.

■ 오솔길 실버공원 찾아오시는 길
 - 지하철 2호선 신정네거리역 하차 2번 출구
 - 6514, 6617, 6624, 603번 버스 환승- 신한은행 신월동 지점 하차

#오솔길실버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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