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한용운 말고 백초월 스님도 있습니다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5.02.26. 15:55

수정일 2019.02.27. 15:08

조회 2,973

1919년 3월 1일,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들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던 우리 민족은 간절한 함성으로 하나 되었습니다.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우리 민족의 자주 독립을 온 세계에 선포한 삼일절 96돌을 맞아, 3.1절 특집 기사 [그날의함성을 기억합니다] 연재를 시작합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들려왔던 함성처럼, 서울 곳곳에서 발굴해 낸 시민기자들의 이야기가 역사적 그날을 재현하듯 우리 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 3.1절 특집기사 [그날의 함성을 기억합니다] 연재 시리즈
 ①우리가 잘 몰랐던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2015.2.25.)

[그날의 함성을 기억합니다] (2) 조국을 사랑한 불교계의 대표적 항일 승려, 백초월 선생

1919년 3.1운동 당시 칠성각 벽 속에 숨긴 의문의 보자기 ⓒ진관사

1919년 3.1운동 당시 칠성각 벽 속에 숨긴 의문의 보자기

1919년 3·1 운동 당시 북한산의 고찰 '진관사(津寬寺)', 어둠 속에서 극도의 불안과 경계심으로 조심조심 움직이는 한 사람이 있다. 인적이 드문 칠성각(수명장수신 七星을 모신 곳) 안으로 들어가더니 불단(佛壇)을 끌어내리고 벽을 뜯는다. 그리고는 그 안에 '의문의 보자기' 하나를 넣고 다시 벽을 바른다. 감쪽같이 불단을 제자리에 맞춘 다음, 물러나서 큰 절을 올린다. 무슨 사연이었을까?

2009년, 칠성각 해체 보수 작업 중 90년만에 보자기를 발견하게 된다 ⓒ진관사

2009년, 칠성각 해체 보수 작업 중 90년만에 보자기를 발견하게 된다

그 후 90년이 흐른 2009년, 진관사에서는 칠성각 해체·보수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던 5월 26일 칠성각 벽 속에서 '보자기' 하나가 발견되었다. 그날 밤 위험을 무릅쓰고 숨긴 바로 그 '보자기'였다.

칠성각에서 발견된 '보자기' 안에는 독립신문 4점, 조선독립신문 5점, 신대한(新大韓) 3점, 자유신종보 6점, 경고문 2점 등 총 6종 20점이 둘둘 말린 채 태극기로 싸여있었다. '3·1운동의 숨결'을 간직한 채, 90년 동안이나 숨죽여 있어야 했던 '독립운동사료'가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다.

벽에서 발견된 이 자료들은 1919년 3·1운동 당시 항일운동을 대변하는 국내 발간 지하신문과 중국 상하이에서 간행된 신문과 경고문 등이다. 특이할 점은 이 신문들이 모두 '태극기'와 관련된 대한 내용을 싣고 있었고, '태극기 보자기'로 싸서 감췄다는 점이 특별한 주목을 끈다. 보자기로 쓰였던 태극기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청등록문화재(제 358호)로 지정되었다.

발견 직후, 태극기 모양의 보자기 속에 담겨있던 각종 독립운동 사료들 ⓒ진관사

발견 직후, 태극기 모양의 보자기 속에 담겨있던 각종 독립운동 사료들

그렇다면 누가 칠성각에 보자기를 감추었을까? 경남 고성에서 출생하여 14세에 입산 출가한 백초월(白初月, 1878~1944)스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일제 강점기, 불교계의 큰 스승이 되었고, 한용운·백용성 스님과 비견되는 대표적인 항일 승려 중 한 분이다. 스님은 전국불교도 독립운동본부(민단본부) 설립, 상해 임시정부 및 만주 독립군에 군자금 지원, 비밀지하신문 '혁신공보' 제작·배포, 동경유학생 독립운동 등 국내외에서 활발한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다.

특히 진관사 포교단 주석으로 있던 1939년 10월, 만주행 군용열차 대한독립만세 낙서사건을 주도하여 3년 6개월 수감생활을 하였고, 1944년에는 독립운동 군자금 사건으로 일제에 체포된다. 그 후 모진 고문으로 6월 29일 해방을 보지 못한 채 청주교도소에서 옥사(수형번호 38240, 69세)한다.

진관사 학예팀장에게 자세한 내용을 취재하고 있다

진관사 학예팀장에게 자세한 내용을 취재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백용성과 한용운만이 대표적인 불교계의 독립운동가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진관사의 '태극기 보자기' 발견으로 그 동안 모르고 있었던 백초월의 독립운동 활약상이 밝혀지게 되었고, 불교계 독립운동가 3인 중의 한 사람으로 인정하게 됐다. 그리하여 국가에서는 1986년 12월 16일 건국포장을 추서하였고, 2014년 6월 국가보훈처에서는 '6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하였다.

북한산 진관사의 모습

북한산 진관사의 모습

올해는 3ㆍ1절 제 96주년,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 동안 몰랐던 독립운동가 백초월을 알게 되는 3ㆍ1절이 된다면, 올해는 매우 의미 있는 해가 되지 않을까? 한번쯤 경성지역(서울)독립운동 거점이었던 진관사를 찾아, 항일승려 백초월이 되어 상상으로나마 독립운동을 해봄은 어떨까.

진관사 앞에 설치된 백초월 스님의 독립운동 사료 안내판

진관사 앞에 설치된 백초월 스님의 독립운동 사료 안내판

■ 진관사 문의 및 찾아오시는 길
① 주소 및 문의:
 – 서울시 은평구 진관길 73(진관동 354), 전화 : 02-359-8410
 – 사이트 : www.jinkwansa.org

② 대중교통으로 오시는 길
 – 지하철 3호선 연신내역 3번 출구 → 연서시장 정류장 → 701, 7211번 버스 승차 → 9개 정류장 → 하나고/진관사 입구 정류장 하차 → 도보 10분(진관사)
 –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3번 출구 → 3번출구 정류장 → 7723번 버스 승차 → 7개 정류장 →하나고/진관사 입구 정류장 하차 → 도보 10분(진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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