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이 정말 그렇게 대단했나
하재근(문화평론가)
발행일 2014.11.04. 17:55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컬처 톡' 69
신해철이 사망한 후 폭발적인 관심이 나타나고 있다. 천재 음악가가 사라졌다며, 우리 대중음악계에 큰 손실이라는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인터넷상의 추모 열기도 뜨겁고, 특히 빈소에 연예인장례론 이례적으로 일반인 조문객이 만 명 이상이 다녀갔다. 마치 국가지도자급 인물이 사라지기라도 한 것 같다. 신해철 추모가 하나의 사회현상이 됐다는 진단도 나왔다.
신해철의 음악을 잘 몰랐던 국민들은 이런 분위기가 의아하게 느껴질 것이다. 최근까지 신해철이 찬사보단 비난을 많이 받았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반응을 더욱 이상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신해철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왜 이렇게 달라진 걸까? 그는 과연 이런 정도의 찬사를 받을 만한 뮤지션이었던 걸까?
신해철은 천재적 뮤지션이 맞다. 그는 강변가요제에 출전했을 때 상을 못 받자, 대학가요제에선 상을 받기로 작정하고 <그대에게>를 만들어 대상을 받았다. <그대에게>는 26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대학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응원가로 군림하고 있다. 이런 걸 보면 그에게 대중적 감각이 정말 비상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솔로로 데뷔했을 땐 한국인이 좋아하는 발라드 음악들을 선보여 슈퍼스타로 군림하기도 했다.
신해철의 위대성은 그 다음에 나타난다. 이렇게 대중적인 노래들을 만들며 얼마든지 스타의 길로 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록밴드를 결성해 가시밭길로 갔다. 가요계가 서태지 혁명 이후 댄스음악 천하가 되어가는데도 대중적이지 않은 록음악을 지킨 것이다. 록도 한국 록커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헤비메탈, 록발라드, 펑크 등이 아닌 프로그레시브록이라는 어려운 음악을 했다. 주류 가수 중에선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로 인해 9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가 더 풍성해졌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한국 가요계에선 보기 힘든 성찰적 가사들을 썼다. '사랑타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가요의 지평을 넓힌 것이다. 그가 시도했던 음악적 실험과 성찰적 가사는 가요계에서 전대미문의 경지였다. 당시 신해철의 음악과 가사에 공감하고 위로받았던 10대~20대들이 대단히 많았다. 신해철은 그 시절을 상징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지금의 30~40대가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신해철의 음악을 잘 몰랐던 지금의 젊은 세대도 최근 그가 화제가 되자 그의 노래를 새삼 찾아듣고 놀라워하고 있다. 한국에서 20년 전에 이런 노래들을 주류 가수가 발표했었다는 사실이 지금의 아이돌 가요계와는 너무나 비교되기 때문에, 신해철에 대한 폭발적 재조명이 일어난다.
요즘 젊은 세대는 신해철을 안티를 몰고 다니는 독설가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신해철이 사회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100분 토론>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희귀한 가수였다. 연예인이 이렇게 사회 발언을 하면 한국에선 '나댄다'는 이미지가 생겨 대중의 비난을 받게 된다. 바로 이것 때문에 2000년대 이후 신해철이 독설가로 인식되면서 정당한 음악적 평가를 받지 못했다가 죽음을 계기로 음악적 재발견이 이루어졌다.
신해철은 대중이 돌을 던질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사회 발언을 이어갔는데. 바로 이점도 그의 독보적 존재감을 형성하는 요인이다. 사회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정면으로 직시하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참여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그런데 한국에선 사회참여를 귀찮아하고, 누군가가 참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면 '나댄다'며 비호감의 낙인을 찍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면 민주주의가 성숙할 수 없다. 신해철은 적극적인 사회적 성찰과 참여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그가 했던 주장의 내용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참여의 자세 자체만은 귀중한 가치였다. 이렇게 음악적 실험과 성찰적 가사, 그리고 사회참여의 모습을 동시에 갖춘 주류 가수를 앞으로는 또 볼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다. 그래서 신해철이 독보적인 아티스트로 평가받고, 그가 떠난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애도의 물결이 폭발적으로 나타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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