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기록이 도시의 역사로! ‘서울기록페어’에서 만난 기록의 가치
발행일 2026.10.2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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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서울기록원에서 10월 23~24일 ‘제7회 서울기록페어’가 열려 17개 팀이 서울을 기록하는 다양한 방식을 선보였다. 설문원 부산대 명예교수는 기록의 맥락과 기록 주체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행사 후에도 서울기록원 전시는 계속된다.

지난 10월 23일 ‘제7회 서울기록페어’가 열린 서울기록원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우현희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서울'이라는 하나의 도시를 매개로 한자리에 모였다. 은평구 서울기록원에서는 10월 23~24일 이틀간 '우리가 기록하는 도시'를 주제로 ‘제7회 서울기록페어’가 열렸다. 도시의 겉모습뿐 아니라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험과 관계를 기록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자리다.

서울기록원 2층에 마련된 ‘서울을 기록하는 17가지 시선’ 부스 ©우현희
쓰레기부터 한옥까지, ‘서울을 기록하는 17가지 시선’
핵심 프로그램인 ‘서울을 기록하는 17가지 시선’에는 개인 기록자와 기록 활동 단체, 지역 기관 등 17개 팀이 참여했다. 낯선 동네의 테라조와 타일을 찾아 기록하는 ‘남의동네아카이브’, 오래된 간판과 손 글씨를 수집하는 ‘김나무(바치)’, 주민들이 직접 만든 ‘구산동도서관마을’ 그리고 ‘은평역사한옥박물관’까지 기록의 방식도, 기록의 대상도 저마다 달랐다.
1층 안내센터와 2층 복도에는 사진과 영상, 출판물 형태의 기록물이 전시됐다. 첫날 부스는 기록자 없이 전시 형태로 운영돼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1층 안내센터와 2층 복도에는 사진과 영상, 출판물 형태의 기록물이 전시됐다. 첫날 부스는 기록자 없이 전시 형태로 운영돼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서울의 분실물과 거리의 의자를 찍은 사진을 모은 ‘서울흔적’ 부스 ©우현희

서울 지하철역별 무늬를 십자수로 옮긴 기록 ©우현희

서울기록원 기록활동가 양성과정 심화반이 옛 서부버스터미널을 기록한 결과물 ©우현희
가장 눈길을 끈 곳은 ‘서울흔적’ 부스였다. 서울 곳곳에서 발견한 분실물과 거리의 의자를 주제로 촬영한 사진들이 전시돼 있었다. 사람들이 도시를 이용하고 변화시켜 온 흔적에 주목한 기록이다. 매일 스쳐 지나가지만 기록할 대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던 장면도 충분히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채집' 부스에서는 서울 지하철역마다 다른 무늬를 십자수로 옮긴 작품들을 선보였다. '서울기록원 기록활동가 양성과정 심화반' 부스에서는 서울기록원에서 기록 활동을 배운 시민들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었다. 2026년 심화반 참여자들은 은평한옥마을과 은평의 서점, 옛 서부버스터미널을 찾아 공간과 그곳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자의 시선으로 기록했다.
'채집' 부스에서는 서울 지하철역마다 다른 무늬를 십자수로 옮긴 작품들을 선보였다. '서울기록원 기록활동가 양성과정 심화반' 부스에서는 서울기록원에서 기록 활동을 배운 시민들의 결과물을 만날 수 있었다. 2026년 심화반 참여자들은 은평한옥마을과 은평의 서점, 옛 서부버스터미널을 찾아 공간과 그곳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자의 시선으로 기록했다.

걷기로 서울을 관찰하고 답사 프로그램 '마치노아루키'를 운영하는 마치노 타카히로의 부스 ©우현희
부스 사이에서는 낯선 일본어 이름도 눈에 띄었다. 바로 일본인 기록자 ‘마치노 타카히로’의 부스다. 그는 걷기를 통해 서울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도시에 담긴 오래된 이야기를 답사 프로그램 ‘마치노아루키’와 글, 사진으로 풀어내고 있다. 서울을 살아가는 사람의 시선이 아닌, 외부인의 눈으로 바라본 서울의 모습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미래를 위한 기록, 우리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는 설문원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우현희
미래를 위한 기록, 우리의 역할
이날 오후 2시에는 설문원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설 교수는 맥락 없이 생산된 정보는 기록이라고 보기 어렵고, 누가 기록을 남기느냐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개인의 기억이 더해질 때 기록의 맥락은 더욱 풍부해진다고 설명했다.
강연에서는 기록이 한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시설에서 보호받으며 성장한 사람들 가운데는 어린 시절의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2024년 7월 시행된 보호출산제는 산모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 병원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아이가 성인이 된 뒤에는 어머니가 남긴 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강연을 들으며 기록이 한 사람의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기록을 남기는 일은 기관만의 몫이 아니다. 시민 각자가 기록 활동의 주체가 될 때, 기록은 개인의 삶을 이해하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중요한 힘이 될 수 있다.
강연에서는 기록이 한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시설에서 보호받으며 성장한 사람들 가운데는 어린 시절의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2024년 7월 시행된 보호출산제는 산모가 신원을 밝히지 않고 병원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아이가 성인이 된 뒤에는 어머니가 남긴 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강연을 들으며 기록이 한 사람의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기록을 남기는 일은 기관만의 몫이 아니다. 시민 각자가 기록 활동의 주체가 될 때, 기록은 개인의 삶을 이해하고 미래를 만들어 가는 중요한 힘이 될 수 있다.

‘내가 기록할 서울’을 감압지 카드에 적는 시민참여존 ©우현희

서울기록원이 올해 모으고 있는 주제인 ‘도시구조’ 북큐레이션 ©우현희
감압지 카드에 남긴 ‘나의 마을’
2층 시민참여존에서는 ‘내가 기록할 서울’을 주제로 감압지 카드에 자신의 생각을 적어볼 수 있었다. 카드를 작성하고 나니 관람객 참여 미션도 자연스럽게 마무리됐다. 마음에 드는 기록 부스 4곳 이상에서 스티커를 모은 뒤 카드를 제출하면 된다. 미션을 완료한 관람객에게는 1층 이벤트 부스에서 서울기록페어 한정판 굿즈를 증정했다. 이날 받은 굿즈는 은색 에코백이었다.
이 밖에도 1층 로비에서 열린 기획전시 ‘우리가 기록하는 도시’와 2층의 ‘도시구조’ 북 큐레이션은 별도의 예약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이 밖에도 1층 로비에서 열린 기획전시 ‘우리가 기록하는 도시’와 2층의 ‘도시구조’ 북 큐레이션은 별도의 예약 없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다.

스티커 미션을 마치고 받은 서울기록페어 한정판 굿즈, 은색 에코백 ©우현희
기록은 메모 한 줄에서
에코백을 메고 서울기록원을 나서며 대방동과 신길동 사이의 골목을 떠올렸다. 과거 군인 관사가 있던 자리도, 그 자리에 들어선 아파트도 언젠가는 또 다른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설 교수는 강연에서 설명 없이 남겨진 사진처럼 맥락이 결여된 기록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를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짧은 메모라도 함께 남기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네를 찍은 사진마다 날짜와 장소, 그날 눈에 들어온 장면을 한 줄씩 적어보는 일부터 시작해 볼 생각이다. 이번 서울기록페어에서 만난 17가지 기록 역시 모두 일상에 대한 저마다의 관심과 관찰에서 출발했다.
동네를 찍은 사진마다 날짜와 장소, 그날 눈에 들어온 장면을 한 줄씩 적어보는 일부터 시작해 볼 생각이다. 이번 서울기록페어에서 만난 17가지 기록 역시 모두 일상에 대한 저마다의 관심과 관찰에서 출발했다.

서울기록원에서 만날 수 있는 ‘어느 도시의 탑승록 전시’ ©우현희

지난 10월 20일 ‘예술가들이 기록한 도시’ 전시가 시작되었다. ©우현희
서울기록페어는 막을 내렸지만 서울기록원의 전시는 계속된다. 10월 20일 개막한 '예술가들이 기록한 도시(2029년 8월 31일까지)'와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어느 도시의 탑승록(2028년 8월 31일까지)'을 만나볼 수 있다. 관람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추석에는 휴관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서울기록페어에서 만난 기록이 더 궁금해졌다면 주말에 서울기록원을 찾아 서울의 다양한 기록을 천천히 둘러보길 권한다.
서울기록페어에서 만난 기록이 더 궁금해졌다면 주말에 서울기록원을 찾아 서울의 다양한 기록을 천천히 둘러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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