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평대군의 별장 터에서 전시 보고 강연 듣고…부암동 한옥 ‘무계원’

시민기자 조성희

발행일 2026.09.16. 11:10

수정일 2026.09.16. 17:40

조회 44

AI 요약 AI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요약정보는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AI가 본문 내용을 기반으로 생성한 것입니다. AI가 요약한 내용으로 다소 부정확한 정보가 포함될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 본문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종로구 부암동 무계원은 2014년 문을 연 전통문화공간으로, 익선동 오진암의 옛 자재를 옮겨 세운 한옥 복합문화공간이다. 안평대군의 무계정사 터에 자리했으며, 2021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 현재 금박 공예 기획전시 《금별, 우주를 만나다》와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무계원 입구 ©조성희
무계원 입구 ©조성희
종로구 부암동 자락, 백사실계곡으로 오르는 길목에 자리한 한옥 한 채가 있다. 전통문화공간 '무계원(武溪園)'이다. 2014년 문을 연 이곳은 전시·교육·체험·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2021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서울미래유산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가운데 미래 세대에 물려줄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시민 제안과 의견 수렴을 거쳐 선정하는 것으로, 무계원은 그 상징성과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사랑채와 뒷마당 ©조성희
사랑채와 뒷마당 ©조성희

오진암에서 무계원으로…건물에 새겨진 근현대사

무계원의 한옥 자재는 원래 종로 익선동에 있던 '오진암(梧珍庵)'의 것이다. 오진암은 조선 말기 서화가 이병직이 살던 집이자 서울시에 등록된 1호 음식점으로, 1972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북한 박성철 제2부수상이 7·4 남북공동성명을 사전 논의한 장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1990년대 이후 영업이 쇠퇴하며 철거 위기에 놓였던 오진암은, 종로구가 그 역사적 가치를 살려 대문과 기와, 서까래, 기둥 등 옛 자재를 그대로 옮겨와 지금의 무계정사 터에 다시 세우면서 무계원으로 재탄생했다. 덕분에 무계원은 사라진 오진암의 흔적을 유일하게 간직한 공간이 됐다.
몽유도원도 영인본이 전시되어 있는 행랑채 ©조성희
몽유도원도 영인본이 전시되어 있는 행랑채 ©조성희

안평대군의 꿈이 머문 자리, 무계정사

무계원이 들어선 터는 세종의 셋째 아들 안평대군의 별장 '무계정사(武溪精舍)'가 있던 곳이다.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도원과 흡사한 지형을 발견해 '무계동'이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그는 이 풍경을 화가 안견에게 전해 단 사흘만에 '몽유도원(夢遊桃源圖)'를 그리게 했다고 한다. 행랑채의 상설전시관에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영인본이 전시되어 있어, 안평대군이 품었던 꿈속 풍경을 오늘의 관람객도 마주할 수 있다.

안마당에서 바라본 풍경

무계원은 안채, 사랑채, 행랑채, 별채 네 개 동으로 이루어진 한옥으로, 안마당과 뒷마당 등 부대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다.
안채와 사랑채, 안마당의 모습 ©조성희
안채와 사랑채, 안마당의 모습 ©조성희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는 세미나와 강연, 회의 공간 등으로도 활용되며, 안마당과 뒷마당에서는 다양한 전통문화 행사가 열린다. 특히 안마당 한가운데 서서 마주하는 행랑채와 안채의 전경은 무계원을 찾는 이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꼽을 만하다. 낮은 담과 기와지붕의 선이 겹겹이 이어지며 만들어내는 고즈넉한 풍광은,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게 할 만큼 정갈하고 아름답다.

상설전시실, 무계원에 새겨진 이야기

행랑채 상설전시관에서는 무계원과 오진암의 역사를 여러 갈래로 풀어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행랑채 상설전시실 내부 모습 ©조성희
행랑채 상설전시실 내부 모습 ©조성희
먼저 '무계동과 무계원의 유래'코너에서는 안평대군이 꿈에서 본 풍경과 닮은 지형을 발견해 무계동이라 이름 붙인 사연과, 이곳이 그의 별장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배경을 소개한다. '안평대군의 재력과 예술품 수집' 코너에서는 미술계의 큰손이었던 안평대군이 성녕대군의 유산을 상속받아 확보한 재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미술품과 문헌을 수집했던 이야기를 다룬다.
행랑채 상설전시실 내부 모습 ©조성희
행랑채 상설전시실 내부 모습 ©조성희
전시관 한편에서는 3D로 제작된 미디어아트를 통해 작품을 새롭게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다만 미디어아트는 상시 운영되지 않으므로 오후 시간대 관람을 권장하며, 단체 해설을 원할 경우 사무실에 문의해 가능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행랑채 상설전시실 내부 모습 ©조성희
행랑채 상설전시실 내부 모습 ©조성희

무계원에서 만난 인문의 바다…'예술의 바다'

무계원에서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인문의 바다' 프로그램이 7월 18일에 시작하여 9월 20일까지 진행된다. 그중 '예술의 바다: 명화 속 바다를 항해하다 - 신화의 바다에서 빛의 바다까지'라는 이주헌 미술평론가가 진행한 강연에 참여했다. 이 강연은 바다라는 소재를 중심에 두고 서양미술사를 폭넓게 짚었다.
이주헌 미술평론가의 강연 모습 ©조성희
이주헌 미술평론가의 강연 모습 ©조성희
강연은 인간의 시각이 본래 불완전하며 착시 현상을 자주 겪는다는 점에서 출발해, 미술이 이러한 시각적 한계를 활용해 탄생한 예술이라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대상을 거시적으로 파악하는 훈련이 통찰력을 기르는 데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신화 속 그림과 영화의 장면이 오버랩되며 시민들의 몰입이 컸던 강의 ©조성희
신화 속 그림과 영화의 장면이 오버랩되며 시민들의 몰입이 컸던 강의 ©조성희
신화 속 바다를 다룬 대목에서는 오디세우스의 귀환 과정이 인생의 고난과 극복을 상징하며, 바다가 신화 속에서 사랑과 비극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그려져 왔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신화적 서사가 서양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원형이 되어왔다는 점을 짚었다. 이어 트라팔가 해전으로 대표되는 해상 패권의 변화, 증기선의 등장이 상징하는 산업혁명과 시대적 전환 등 역사와 산업의 흐름이 예술 작품 속 바다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도 살펴봤다. 마침 최근 개봉해 화제를 모은 영화 '오디세이'의 인기와 맞물려 영화 속 장면들이 서양 명화 속 바다와 겹쳐지자, 강연에 참여한 시민들의 호응 또한 무척 뜨거웠다.
시민들이 필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예술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조성희
시민들이 필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예술의 바다에 빠져들었다. ©조성희
마지막으로는 인상파 화가들의 바다가 다뤄졌다. 철도와 튜브 물감의 발달로 야외 회화가 활성화되면서 화가들이 고정된 대상보다 변화하는 빛을 포착하기 시작했고, 지중해의 강렬한 색채가 현대 미술의 새로운 표현을 이끌었다는 이야기로 강연이 마무리됐다.

무계원에서 진행되는 <인문의 바다> 프로그램 중 마지막 5강 '서울의 바다(탐방): 한강과 해양 유적지 역사 탐방 기행'이 9월 20일 신병주 교수의 강의로 진행될 예정이다.
무계원은 9월 10일부터 11월 1일까지 2026 무계원 기획전시 한국의 미(美) 시리즈 열일곱 번째 순서로 《금별, 우주를 만나다》를 열었다. 이번 전시에는 국가무형유산 '금박장(金箔匠)' 보유자이자 1856년 조선 철종 때부터 6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전통금박공예공방 '금박연'의 대표 김기호 장인이 초청됐다. 조선 왕실에서 이어져 온 전통 금박 기술과 이를 현대적인 조형언어로 확장한 작품 40여 점이 무계원의 한옥 공간에서 한자리에 펼쳐지고 있다.
도심 속 무계원의 모습 ©조성희
도심 속 무계원의 모습 ©조성희
몽유도원도 속 꿈결 같은 풍경으로부터 시작해 오진암의 굴곡진 근현대사, 그리고 오늘의 기획전시로 이어지는 무계원은 도심 한가운데서 서울의 시간을 겹겹이 품고 있는 공간이다. 부암동 나들이 길에 잠시 들러, 한옥의 정취와 함께 서울의 미래유산이 전하는 이야기를 만나보길 권한다.

무계원

○ 위치: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5가길 2 (주차장이 없으므로 대중교통 이용 권장)
○ 운영시간: 화요일~일요일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무료
누리집

시민기자 조성희

일상 속 서울의 생생한 정보와 소식을 전합니다.

뉴스레터 구독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