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위에도 차선이 있다? '좌녹우홍' 따라 한강버스 안전운항의 비결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6.05.12. 14:24

수정일 2026.05.12. 14:26

조회 67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317) 한강버스 선착장 진입 항로에 떠있는 '등부표'
시민기자 한우진의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한강버스. 분홍색은 서울시 캐릭터 '해치'의 색깔이다. ©서울시
한강버스. 분홍색은 서울시 캐릭터 '해치'의 색깔이다. ©서울시
작년 9월 18일 첫 개통된 한강버스는 중간에 다소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한강의 명물로 자리잡아 가는 모습이다. 4월 27일까지 한강버스의 누적 이용인원은 23만 7,978명에 이른다.

특히 서부구간과 동부구간으로 노선을 분할한 후 운항이 안정된 3월 1일부터는 날씨까지 좋아지면서 이용객(4월 한 달간 7.5만 명 돌파)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외국인들의 긍정적인 반응이다. 이미 많은 외국인 대상 한국관광 플랫폼에서는 한강버스에 주목하고 상세한 안내를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한강의 교통수단은 운행횟수가 적은 유람선이나 비싼 수상택시뿐이었는데, 가격이 저렴하고, 대중교통과 환승 할인까지 되는 한강버스의 등장은 한강 관광의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 [관련 기사] 9월 18일 한강버스 개통에 거는 기대, 그리고 바라는 점
카카오맵 초정밀버스 서비스를 통해 한강버스의 정확한 위치와 속도를 알 수 있다. ©카카오맵
카카오맵 초정밀버스 서비스를 통해 한강버스의 정확한 위치와 속도를 알 수 있다. ©카카오맵
원래 교통과 관광은 뗄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관광을 하려면 일단 이동부터 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1994년 이전에는 우리나라 정부도 관광 업무를 교통부에서 맡아서 했었다. 이런 사례는 외국에도 있는데, 현재 일본에서는 국토교통성(우리나라 국토교통부에 해당)이 관광 업무까지 보고 있다. 이렇듯 한강에 등장한 새로운 교통수단이자 관광명소가 된 한강버스는, K-문화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발돋움 할 잠재력이 충분한 것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가장 큰 특징은 땅이 아닌 물에서 달린다는 것이다. 수상 교통은 도로 위의 자동차나 정해진 궤도를 달리는 철도와는 운행 특성이 다르다. 철도는 물리적인 선로가 방향을 잡아주기에 기관사가 스스로 방향을 바꿀 수 없다. 또한 자동차는 운전자가 도로 위에 선명하게 그려진 차선을 따라가면 된다.

그렇다면 아무런 표시가 없는 강물 위에서, 한강버스는 어떻게 제 길을 찾고 안전하게 선착장에 배를 대는 것일까? 그 비밀은 한강버스의 안전한 운항을 돕는 물 위의 차선, '등부표(燈浮標)'에 있다.
한강버스 잠실선착장 야경 ©한우진
한강버스 잠실선착장 야경 ©한우진

물위의 길, 항로를 만드는 ‘항로표지’

언뜻 보기에 한강은 사방이 트여 있어 배가 어디로든 갈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처럼 느껴지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심이 깊어 배가 안전하게 오갈 수 있는 '항로'가 정해져 있다. 강바닥 아래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퇴적물이 쌓여 있거나 바위가 있을 수 있고, 수중에 구조물이 설치된 곳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강버스가 빈번하게 드나드는 선착장 주변은, 물이 흐름이 느려 퇴적이 잘 되어 수심이 얕아지기 쉽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때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항로표지'다. 항로표지는 선박의 안전한 항행을 돕기 위해 설치하는 시각, 음향, 전파 시설을 통칭한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한강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강물 위에 떠 있는 등부표(Lighted Buoy)이다.
한강버스 잠실선착장 앞, 알록달록 불을 밝힌 등부표 모습 ©한우진
한강버스 잠실선착장 앞, 알록달록 불을 밝힌 등부표 모습 ©한우진
'부표'란 항로를 표시하거나 암초 같은 위험물을 알리기 위하여 바다나 강, 호수 같은 수면에 띄워 놓은 시설물을 말한다. 부표는 부력을 받아 강물 위에 떠있지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강바닥에 가라앉힌 무게 추와 체인으로 연결되어 일정한 위치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또한 야간에도 식별이 가능하도록 상단에 등불을 설치하였는데 이것을 '등부표'라고 한다.

야간에 한강버스 잠실선착장 주변을 관찰해 보면, 선착장 북측으로 강물 위에 떠 있는 알록달록한 불빛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등부표인데, 이 불빛들은 단순한 미관용 조명이 아니라 한강버스가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알려주는 일종의 '수상 신호등'이자 '차선'인 셈이다. ☞ [관련 기사] 한강버스 타는 선착장까지 어떻게 갈까? 연계교통 총정리

등부표 색상의 원칙 ‘좌녹우홍’

등부표의 색깔이나 형상은 국제항로표지기구(IALA, 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arine Aids to Navigation)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정해진다. 이 중에 수로의 좌우측 한계를 알려주는 측방표지는 초록색과 빨간색이 있는데 그 의미는 다음과 같다.
 - 좌현표지(초록색): 항구에 들어가는 배를 기준으로 안전항로의 왼쪽 경계를 표시
 - 우현표지(빨간색): 항구에 들어가는 배를 기준으로 안전항로의 오른쪽 경계를 표시
좌현표지와 우현표지의 배치 ©해양수산부
좌현표지와 우현표지의 배치 ©해양수산부
따라서 배는 항구에 들어갈 때 좌현표지의 우측, 우현표지의 좌측으로 운항해야 안전하다. 한강버스가 잠실선착장으로 진입할 때 초록색 등부표와 빨간색 등부표가 나란히 보인다면, 그 두 불빛 사이의 공간이 가장 안전한 '차선'이 되는 셈이다. 한강버스는 이 사이를 통과하여 선착장에 진입함으로써, 수중 장애물을 피하고 안전하게 승객들을 선착장에 내려줄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에서 내려다본 잠실선착장 진입부의 등부표 동영상 ©한우진
높은 곳에서 이 광경을 내려다보면 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고도가 약 500m에 이르는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한강버스 잠실선착장 진입 항로를 바라보면, 선착장 진입 방향으로 등부표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정렬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이는 마치 야간에 비행기 착륙을 돕는 활주로 유도등처럼 한강버스를 선착장 입구까지 안전하게 안내한다.

이렇듯 좌측에 초록색, 우측에 빨간색 사이로 운항한다는 것을 쉽게 외우려면 ‘좌녹우홍’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미국에서는 이를 항해 관계자들이 'Red, Right, Returning(RRR)'으로 암기한다고 한다. 항구에 귀환(Return)할 때는 홍색(Red)부표를 오른쪽(Right)에 두고 운항하라는 것이다.
IALA 부표 배치표. 우리나라는 미국과 함께 B지역이다 ©IALA
IALA 부표 배치표. 우리나라는 미국과 함께 B지역이다 ©IALA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좌녹우홍’의 원칙이 세계 공통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을 포함한 아메리카 대륙, 그리고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은 동아시아의 우리나라, 일본, 대만, 필리핀B지역에 해당되어 이 규칙을 쓰지만, 그외 모든 나라는 A지역에 해당되어 항구 진입 시 왼쪽에 빨간 부표, 오른쪽에 초록 부표를 두고 운항한다. 북한만 해도 A지역이다. 향후 남북통일이 되면 혼란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좌측의 녹색부표, 우측의 홍색부표 ©국립해양박물관
좌측의 녹색부표, 우측의 홍색부표 ©국립해양박물관
자동차도 우측통행을 하는 나라(우리나라, 미국 등)와 좌측통행을 하는 나라(일본, 영국 등)가 따로 있는 것처럼 부표의 색깔 배치도 세계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렇게 등부표의 색깔 규칙이 세계적으로 달라진 이유는, 과거 전 세계에 난립하던 부표 규칙을 1970년대에 통일하는 과정에서 유럽과 미국 사이에 합의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유럽과 미국은 해운 선진국이라, 이미 자국에 수 만개에 이르는 부표가 설치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를 상대편 방식으로 교체하는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강버스 잠실선착장 진입부의 등부표. 측방표지 사이에 노란색 특수표지가 설치되어 있다. ©한우진
한강버스 잠실선착장 진입부의 등부표. 측방표지 사이에 노란색 특수표지가 설치되어 있다. ©한우진

노란색 불빛의 정체, ‘특수표지’와 안전 운항

한편 현장에 가보면 빨간색과 초록색 외에도 노란색 불빛이 깜빡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특수표지'라고 불리는 항로표지다. 특수표지는 항로의 방향을 지시하기보다는, 해당 구역에 특별한 상황이 있음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공사 구역, 준설 구역, 혹은 수중에 케이블이나 관로가 지나가는 지점 등에 설치된다.

한강버스 잠실선착장 진입부의 경우, 한강버스가 정해진 항로를 이탈하지 않고 중앙을 유지하며 천천히 진입하도록 돕는 보조적인 경계선 역할을 수행한다. 즉 빨간색 부표들 사이, 초록색 부표들 사이를 채워주는 역할이다. 아울러 등부표마다 점멸하는 주기(시간)가 다르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마치 춤을 추듯 순차적으로 반짝이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렇듯 항로표지들의 다양한 모습에는 배가 항로를 벗어나 선착장 시설물이나 다른 구조물에 충돌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공학적 설계가 숨어 있는 셈이다.
초록색 좌현표지와 빨간색 우현표지 사이를 지나 항구로 들어가는 모습 ©IALA
초록색 좌현표지와 빨간색 우현표지 사이를 지나 항구로 들어가는 모습 ©IALA

수상 교통 안전을 지켜주는 항로 운용 체계

한강버스는 기존의 육상 대중교통과 차별화된 공간적 특성을 갖지만, 그 운영의 핵심은 결국 규격화된 안전 시스템에 있다. 도로의 중앙분리대나 철도의 신호기가 사고를 방지하듯, 한강의 등부표는 선박이 항로를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한강 위를 수놓는 등부표의 불빛은 단순한 경관 시설이 아니라, 국제적 규약과 해양공학 설계가 결합된 안전장치다. 수중 지형과 장애물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등부표는 한강버스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선착장에 접안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실질적인 '차선' 역할을 수행한다.

결론적으로 한강버스의 안전한 운항은 이러한 항로표지 시설에 힘입은 바가 크다. 승객들이 누리는 수상 교통의 편리함 속에는, 등부표와 같은 항행 보조시설이 만들어낸 정밀한 안전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시민기자 한우진

시민 입장에서 알기 쉽게 교통정보를 제공합니다. 수년간 교통 전문칼럼을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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