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섬에서 생태의 숲으로…김홍도와 고흐를 만나는 '난지도 인문학 산책'

시민기자 양순남

발행일 2026.04.29. 13:00

수정일 2026.04.29. 16:08

조회 667

버려진 쓰레기산이 푸른 쉼터가 되기까지, 그 놀라운 변화를 기록한 '난지도이야기관'을 찾았다. 이번 방문은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예약 시스템의 '월간공원산책'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졌다. 이 프로그램은 매달 공원의 대표 식물을 해설사와 함께 관찰하고, 그에 어울리는 예술 작품까지 감상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4월의 주제는 '공원에 피는 봄, 캔버스에 피는 꽃'이었다. 참여자들은 공원 곳곳에 심어진 벚나무와 매화, 산수유를 직접 살펴보며 오치균 작가의 <할아버지의 봄>,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연계해 감상하는 풍성한 시간을 가졌다.

본격적인 산책에 앞서 난지도의 옛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원래 난지도는 난초와 지초가 가득해 '꽃섬'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섬이었다. 조선 시대 지도인 <수선전도>에는 꽃이 피어있는 섬이라는 뜻인 '중초도'로 기록되어 있고, 겸재 정선의 그림 속에서도 그 고즈넉한 풍경을 엿볼 수 있다. 모양이 오리를 닮아 '오리섬'이라는 정겨운 이름으로도 불렸던 이곳은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아름다운 땅이었다.

하지만 도시가 빠르게 발전하던 1978년부터 15년 동안, 난지도는 서울의 쓰레기를 받아내는 거대한 매립지가 되었다. 무려 9,200만 톤의 쓰레기가 쌓여 98m 높이의 산이 만들어졌고, 악취와 유해가스로 인한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주변 주민들은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변화의 시작은 2002년 월드컵이었다. 후손에게 쓰레기산을 물려줄 수 없다는 마음이 모여 생태 복원 사업이 시작됐다. 쓰레기가 썩으며 나오는 메탄가스를 그냥 버리지 않고 모아서 월드컵경기장과 주변 아파트의 냉난방 에너지로 재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빗물이나 오염물이 매립지 내부로 스며들지 않도록 차수막을 치고 흙을 겹겹이 쌓았으며, 그 위에 나무를 심어 산사태를 막는 정교한 공사 과정도 거쳤다.

전시관을 둘러본 한 참여자는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분해되는 시간과 재활용에 필요한 물의 양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환경 보호의 중요성이 뼈저리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근에는 난지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 구역'도 새롭게 단장되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실내 해설을 마친 후에는 평화의 공원 일대를 해설사와 함께 산책했다. 산수유나무 아래서 오치균 작가의 그림 이야기를 듣고, 선비들이 사랑했던 매화나무 앞에서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고흐의 <꽃피는 매화 정원>, 그리고 어몽룡의 <월매도>를 함께 감상하는 시간은 참여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문종 임금이 세자 시절 아버지 세종대왕을 위해 직접 앵두를 키워 선물했다는 효심 깊은 일화는 산책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월간공원산책'은 단순히 걷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식물의 생태와 역사, 예술을 한데 버무린 인문학적 깊이가 있어 매달 신청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계절마다 바뀌는 정원의 표정을 전문가의 깊이 있는 해설과 함께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 프로그램만의 독보적인 매력이기 때문이다.

현재 난지도이야기관은 매주 금요일 전문 도슨트의 '전시 해설'과 화·금요일에 운영되는 '공원의 기억여행'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단체 예약은 전화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쓰레기 섬에서 생태계의 보고로 돌아온 난지도는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는 환경 복원의 상징이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산 교육의 현장으로, 어른들에게는 힐링과 성찰의 공간으로 손색없는 이곳으로 주말 나들이를 계획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자연과 예술, 역사가 어우러진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월간공원산책'을 통해 난지도의 숨은 이야기를 직접 만나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쓰레기섬에서 생태공원으로 변화한 난지도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양순남
쓰레기섬에서 생태공원으로 변화한 난지도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양순남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꽃섬, 난지도와 선조들의 그림 속 난지도.ⓒ양순남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꽃섬, 난지도와 선조들의 그림 속 난지도.ⓒ양순남
난지도가 쓰레기섬이 된 과정.ⓒ양순남
난지도가 쓰레기섬이 된 과정.ⓒ양순남
쓰레기산과 삶의 기록, 난지도와 사람들의 이야기ⓒ양순남
쓰레기산과 삶의 기록, 난지도와 사람들의 이야기ⓒ양순남
쓰레기산에서 생명의 대지로, 난지도 복원의 기록ⓒ양순남
쓰레기산에서 생명의 대지로, 난지도 복원의 기록ⓒ양순남
쓰레기가 재활용 되기까지 필요한 물의 양을 보여준다.ⓒ양순남
쓰레기가 재활용 되기까지 필요한 물의 양을 보여준다.ⓒ양순남
일상 속 쓰레기와 처리, 분해 시간을 보여주는 전시물ⓒ양순남
일상 속 쓰레기와 처리, 분해 시간을 보여주는 전시물ⓒ양순남
상부복토공사를 이해하기 쉽게 만든 전시물.ⓒ양순남
상부복토공사를 이해하기 쉽게 만든 전시물.ⓒ양순남
쓰레기산의 에너지를 자원으로, 난지도의 친환경 에너지 시설ⓒ양순남
쓰레기산의 에너지를 자원으로, 난지도의 친환경 에너지 시설ⓒ양순남
난지도의 식물, 동물 정보를 알 수 있는 책 쉼터.ⓒ양순남
난지도의 식물, 동물 정보를 알 수 있는 책 쉼터.ⓒ양순남
명화 속 고고한 기품을 닮은 평화의 공원 매화나무ⓒ양순남
명화 속 고고한 기품을 닮은 평화의 공원 매화나무ⓒ양순남
노인의 눈으로 바라본 매화, 김홍도의 <주상관매도>ⓒ양순남
노인의 눈으로 바라본 매화, 김홍도의 <주상관매도>ⓒ양순남
평화의 공원 매화나무를 감상 후 본 빈센트 반 고흐의 <꽃피는 매화 정원>ⓒ양순남
평화의 공원 매화나무를 감상 후 본 빈센트 반 고흐의 <꽃피는 매화 정원>ⓒ양순남

난지도이야기관(전시관)

○ 위치: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 243-1 (평화의 공원 내)
○ 운영시간: 화요일~일요일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무료
○ 전시해설: 매주 금요일 10:30 (전문 도슨트 진행)
○ 주요내용: 난지도의 역사 아카이브, 매립지 안정화 공법 전시, 자원순환 에너지 시설 안내

월간공원산책(교육·체험 프로그램)

○ 운영일시: 매주 수요일 (1일 2회 운영)
   - 오전반: 10:30 ~ 11:30
   - 오후반: 14:30 ~ 15:30
○ 프로그램: 월 별 대표 식물 생태 해설 + 관련 명화(김홍도, 고흐 등) 감상
○ 신청방법: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 사전 예약 (선착순)
○ 참가비: 무료

공원의 기억여행(단체 탐방 프로그램)

○ 운영일시: 매주 화·금요일 14:00 (약 90분 소요)
○ 대상: 학교, 공공기관, 기업 등 단체 (사전 협의 필요)
○ 신청방법: 전화 예약 및 상담 (☎ 02-300-5530)

시민기자 양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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