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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꾸준히 탐구하는 박형렬 작가의 작품 ©강사랑 -
정경자의 작품 <Story within a Story>는 108점의 이미지와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다. ©강사랑
'컴백홈'서울사진축제에서 만난 서로 다른 ‘집’ 이야기
발행일 2026.04.17. 11:43

제13회 서울사진축제가 4월 9일 개막했다. ©강사랑
서울의 대표적인 시각예술 축제인 서울사진축제가 5년 만에 다시 열렸다. 2021년 이후 중단됐던 축제가 올해 재개됐고, 무엇보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에서 처음 열리는 행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서울 곳곳에서 펼쳐졌던 축제가 이제는 사진 매체 특화 공립미술관을 보금자리로 삼아 새출발하게 된 것이다.

올해 축제의 주제는 ‘컴백홈’, '집으로 돌아가다'이다. ©강사랑
현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건물 외벽을 채운 ‘컴백홈’이라는 글자다. 올해 축제의 주제이자 핵심 메시지다. ‘집으로 돌아가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익숙하지만, 의미는 똑같지 않다. 축제를 기념하는 전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각기 다른 일상과 경험을 지닌 사람들이 ‘집’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진이라는 매체가 이를 어떻게 표현하며 붙잡아 두고 있는지를 풀어낸다.

도슨트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해봤다. ©강사랑
현장에서 들은 도슨트 해설도 이 점을 분명하게 짚었다. 도슨트는 “이번 전시는 하나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방식이 아니라, 작가들의 서로 다른 시선을 차례로 마주하며 집의 의미를 넓혀가는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2층과 3층, 총 네 개 섹션으로 구성되는데, 관람객은 작가들의 방을 차례로 방문하듯 이동하며 ‘집’의 의미가 어떻게 확장되는지 따라가게 된다.
첫 번째 섹션 ‘집을 이루는 것’은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는 집의 의미를 다시 살펴보게 만든다. 오석근의 작품은 적산가옥의 변화를 통해 집이 시간과 생활 방식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일제강점기 일본식 가옥이 한국식 생활양식 속에서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은 집이 결코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경자의 작업은 같은 공간이라도 기억과 감정에 따라 전혀 다른 곳처럼 느껴질 수 있음을 가리키고, 박형렬의 작업은 자연과 사람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보여준다.

한영수 작가의 방. 그의 사진은 서울의 과거를 보여주는 기록이면서도, 동시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강사랑
첫 번째 섹션에서 특히 눈여겨 볼 작가는 한영수다. 그는 한국 현대사진의 기틀을 마련한 사진가로, 이번 전시 참여 작가 중 유일하게 작고한 인물이다. 도슨트는 그의 사진이 딸에 의해 다시 발굴되고, 사진집으로 묶여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을 두고 “사진이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정수 작가의 미발표 사진 앞에 서자, ‘컴백홈’이라는 주제가 조금은 또렷하게 다가왔다. 잊혔던 사진도, 묻혀 있던 시간도, 누군가의 뜨거운 관심을 통해 다시 돌아오고 있었다.

기슬기 작가는 직접 만날 수 없는 사람이나 사라진 시간을 다시 불러와, 현재의 감각 속에서 마주하게 만든다. ©강사랑
두 번째 섹션 ‘이동하는 집’으로 넘어가면 집의 의미는 한층 넓어진다. 이 공간에서는 집이 더 이상 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의 시선과 기억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함혜경의 영상 작업은 역사 속에서 잊혀진 인물의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 다시 끌어낸다. 기슬기의 작업은 윤동주와 일본의 시인 이바라키 노리코를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만나게 하며,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도 사진을 통해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원준의 작업도 눈길을 끈다. 그는 미군기지 주변 공동체와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해 왔다. 이를 통해 집이 반드시 혈연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관계를 맺는 과정 속에서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희수의 작업은 이번 전시가 단순히 감성적인 ‘집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건설 현장 노동자인 작가는 차갑고 위험한 현장을 일상 풍경처럼 담담하게 담아낸다. 도슨트 설명을 듣고 나면 사진 속 장소가 누군가 유명을 달리한 곳일 수 있다는 사실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집은 보통 ‘돌아가는 곳’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끝내 닿을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세 번째 섹션 ‘길 위에서’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긴다. “집이 얼마나 불안정하며 무너지기 쉬운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다. 김민의 작업은 대체복무와 연인의 투병이라는 상황 속에서 한 집의 시간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담아낸다. 익숙하고 따뜻했던 공간도 외부 상황에 따라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김소라는 ‘파독’이라는 역사에 주목하여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조명한다. 그의 작업은 거대한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지나간 개인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힘이 있다.
나나와 펠릭스의 작업은 전시장 안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스케일을 보여준다. 벽면을 가득 채운 수백 개의 액자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규모만으로도 관람객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이 작업은 작가들이 여러 도시의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찍은 스냅사진과, 길거리에서 수집한 버려진 액자를 함께 구성한 장기 프로젝트다. 찬찬히 둘러보노라면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 있는 불안과 혼란, 그리고 소외된 감정이 함께 떠오른다.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해 온 도시 이미지 바깥에 어떤 현실이 있었는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마지막 섹션 ‘우리의 집’에 이르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다. 도슨트는 이 공간을 “앞으로의 집,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집을 이야기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양동규는 제주도를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아픈 역사까지 함께 품은 공간으로 바라본다. 손은영은 기억과 감정이 쌓여 있는 장소로서의 집을 보여준다. 얼핏 회화처럼 보이는 강렬한 색과 화면구성이 인상적이다. 이예은의 작품은 벽을 끌어안는 행동을 통해 ‘공간의 온도를 높인다’고 말한다. 다소 엉뚱해 보이지만, 작은 행동이 관계를 만들고 공간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져온다.
마지막으로 만난 신수와의 작업은 특히 남다른 인상을 남겼다. 작가는 아파트 이웃집 문을 두드리며 “샤워해도 될까요?”라고 묻고, 그 반응을 기록했다. 대부분은 문을 열어주지 않지만, 몇몇은 받아들인다. 이 작업은 우리가 사는 아파트가 얼마나 닫힌 공간인지, 또 그 문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은 어디까지인지 묻는다. 결국 이번 전시는 집을 개인의 공간으로만 보지 않고,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으며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확장해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서울사진축제는 전시뿐 아니라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대폭 확대됐다. 축제는 작품 감상에 머물지 않고 ‘바라보기, 읽기, 대화하기, 만들기, 공유하기’의 다섯 방식으로 사진을 경험하도록 구성됐다. 인터뷰 영상 상영, 다큐멘터리와 씨네토크, 프로젝트 <사진집>, 작가와의 대화, 창작 워크숍, 시민 사진 공유 프로젝트, 포토부스, 서울 전역의 사진 문화 공간과 연계한 프로그램까지 폭이 넓다. 다시 말해 이번 축제는 전문가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보고, 듣고, 만들고, 자신의 이야기를 보탤 수 있는 열린 축제로 확장되고 있다.
서울사진축제를 통해 누군가는 오래 살던 동네를 떠올릴 것이고, 누군가는 가족과의 기억을, 또 다른 누군가는 아직 닿지 못한 관계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작품 하나하나가 특정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각자의 경험을 떠올리게 만드는 방식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번 축제는 ‘집’이라는 말 하나에 이렇게 많은 삶의 장면이 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일상을 환기시켜 줄 여가 생활을 계획하고 있다면, 서울사진축제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홀로 작품을 감상해도 좋고, 도슨트 해설을 들으며 천천히 전시장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다.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축제를 제대로 즐겨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번 서울사진축제는 4월 9일부터 6월 14일까지 진행된다.
일상을 환기시켜 줄 여가 생활을 계획하고 있다면, 서울사진축제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홀로 작품을 감상해도 좋고, 도슨트 해설을 들으며 천천히 전시장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다.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축제를 제대로 즐겨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번 서울사진축제는 4월 9일부터 6월 14일까지 진행된다.
2026 서울사진축제 '컴백홈'
○ 장소 :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서울시 도봉구 마들로13길 68)
○ 교통 : 지하철 1호선·4호선 창동역 하차 후 도보 약 10분
○ 기간 : 4월 9일~6월 14일
○ 운영일시 : 화~일요일 10:00~20:00(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무료
○ 누리집
○ 교통 : 지하철 1호선·4호선 창동역 하차 후 도보 약 10분
○ 기간 : 4월 9일~6월 14일
○ 운영일시 : 화~일요일 10:00~20:00(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료 : 무료
○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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