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즐겨 먹는데 외국에선 마법 재료? 쑥쑥 빠져드는 쑥 이야기

곽재식 교수

발행일 2026.04.01. 15:51

수정일 2026.04.01. 17:53

조회 159

곽재식 교수의 서울 속 숨은 과학 찾기
한국에서 흔한 식재료인 쑥
한국에서 흔한 식재료인 쑥
  51화    너무 흔하지만 대단히 신비로운 쑥

혹시 을 영어로 뭐라고 하는 지 아는가? 쑥이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대단히 흔한 식재료다. 여러 가지 나물 요리에 사용하기도 하고 떡이나 쑥버무리를 만들어서 먹는 것도 친숙하다. 뿐만 아니라 쑥은 국이나 찌개에 넣는 재료로도 잘 알려져 있다.

봄철이 되면 서울 시내에 수산물을 취급하는 식당마다 ‘도다리 쑥국’이 제철 음식으로 등장하는 것도 매년 돌아오는 풍경이다. 쑥은 한국 어디서나 쉽게 눈에 뜨이는 식물이기도 해서 서울의 길가, 공원, 야산 같은 곳에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쑥을 영어로 뭐라고 하는 지 짧게 답을 말하기란 어렵다. 우선 한국에서 쑥이라고 하는 식물이 정확하게 딱 떨어지지가 않는다. 정확히 식물학에서 쑥이라고 부르는 식물 종(species)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그와 비슷한 종의 식물인 참쑥, 물쑥 등등의 식물도 대개 한국에서는 먹을 수 있으면 뭉뚱그려서 쑥이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다. 헷갈리는 이야기이지만 참쑥은 진짜 쑥이 아니고 따로 쑥이라고 부르는 것이 참으로 쑥이다. 즉, 쑥과 참쑥이 과학적으로는 서로 다른 종으로 구분되어 있지만 일상에서는 묶어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쑥과 가까운 여러 종의 식물을 묶어 놓은 좀 더 넓은 분류를 쑥 속(genus)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쑥 속에는 한국에서 흔히 먹는 몇 가지 종의 쑥 계통 식물들을 포함해서 다소 희귀한 식물들까지 합해서 비슷비슷한 수십 종의 여러 식물 종이 포함되어 있다.

영어권에서는 쑥 속에 속하는 식물로 ‘머그워트(mugwort)’‘웜우드(wormwood)’라고 부르는 식물 종이 있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래서 쉽게 생각하면 쑥을 영어로 번역할 때 머그워트나 웜우드라고 번역하면 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웜우드라는 식물 종을 우리나라에서는 ‘쓴쑥’이라고 부른다. 일상적으로 먹는 쑥이 아니라는 뜻이다. 머그워트는 심지어 마땅히 널리 쓰이는 한국어 이름도 정해져 있지 않다.

반대로 한국에서 흔히 먹는 쑥이나 참쑥이라는 종에 대해서 영어권에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일상적인 이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이런 차이는 비슷한 식물들을 보아 오면서도 한국 사람들과 유럽 사람들이 주로 먼저 주목해서 관심을 가진 종이 서로 달랐다는 이야기다.

약초·향신료 VS 일상 식재료

유럽에서 머그워트나 웜우드 같은 식물에 대해 써놓은 옛 기록을 찾아보면 이런 식물을 주된 식재료로 사용하기보다는 독특한 약초 같은 느낌으로 사용한 이야기들이 더 눈에 뜨인다. 유럽에서는 설령 음식에 넣는다고 하더라도 독특한 향을 내기 위한 향신료 느낌으로 살짝 썼던 정도다. 국에 넣어 푹푹 삶아 먹거나 아예 버무리를 만들어 먹는 한국식 요리법과는 다르다.

심지어 유럽권에는 쑥 속으로 분류되는 이런 식물들을 이용해 주술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꽤 널리 퍼져 있다. 예를 들어 에드워드 암스트롱의 조사 기록을 보면 영국에서 머그워트는 악령을 달래는 등의 다소 음침해 보이는 주술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전설이 있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비슷한 식물들을 보면서도 한국 사람들은 그 중에서 도다리를 맛있게 먹게 도와주는 식재료를 찾았고, 영국에서는 마법의 물약을 찾아다녔다는 느낌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한 가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설명은 한국인들이 예로부터 워낙 친숙하게 다양한 나물 요리를 먹는 문화를 발전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일단 산에 보이는 식물이라고 하면 캐서 반찬을 만든다는 생각을 먼저 했을 거라는 이야기다.

심지어 현대에 들어 와서도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산나물 중에 해외에서는 독초로 취급되거나 거래하면 안 되는 식물처럼 다뤄지는 일이 꽤 많다. 예를 들어 봄나물의 대표로 취급받는 ‘두릅’ 같은 식물만 해도 어린 새순을 따서 사용하지 않거나 데쳐서 요리하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독성이 남아 있어서 유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한국에서 상식으로 널리 퍼져 있다.

당연히 많은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부류의 식물을 일상적인 식재료로 굳이 쓰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이 나물을 캐는 모습을 보고 ‘무슨 이상한 실험을 하려고 저런 독약 재료를 캐 갈까?’라고 의아해하는 외국인들에 대한 이야기도 드물지 않다.
비슷한 식물들을 보면서도 
한국 사람들은 도다리를 맛있게 먹게 
도와주는 식재료를 찾았고, 
영국에서는 마법의 물약을 찾아다녔다.

산나물을 즐겨 먹게 된 이유

한국 사람들이 굳이 이렇게까지 다양한 산나물을 먹으려고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경제 발전이 워낙 빨랐기에 먹을 것이 없던 옛 시대의 문화가 지금도 잘 보존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다. 어느 나라에서든 과거에 흉년이 들어 굶주림이 이어지면 사람들은 온갖 것들을 닥치는 대로 먹었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경제 성장으로 풍요를 맞이하면 그런 문화는 잊혔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굶주림의 시기를 워낙 빠른 속도로 극복하다 보니 풍요의 시대가 왔지만 가난할 때 갖가지 산나물을 먹던 시대의 추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래서 별미로 여러 나물 맛을 즐기는 문화를 갖게 되었다는 추측이다.
대표적인 봄나물인 두릅
대표적인 봄나물인 두릅
그런데 그것이 이유의 전부라고 하기에는 조선 시대 기록을 보면 한국은 궁중에서도 꽤 많은 산나물을 소비했다. 단적으로 조선 후기의 자료인 <만기요람>을 보면 궁중에 바쳐야 하는 물품 중에 두릅이 꽤 많이 나온다. 아쉬울 것 없이 다양한 음식을 소비할 수 있는 궁궐 사람들도 산나물을 먹었다는 뜻이다.

<조선왕조실록> 1499년 음력 9월 12일 기록을 보면 임금이 강원도산 산나물을 계속 올리라는 명령을 내렸던 기록도 보인다. 마침 이때 조선의 임금은 사치와 향락으로 악명 높았던 연산군이었다. 그러니 결코 검소하게 반찬을 꾸리기 위해 나물 반찬을 찾았던 것 같지는 않다.

심지어 1505년 음력 3월 25일 기록에는 연산군이 나물을 바칠 때 뜯어서 바치지 말고 흙에 심은 채로 서울의 궁궐까지 들고 오라고 명령한 기록도 보인다. 옛날에는 과학 기술의 부족으로 빠른 속도로 나물을 유통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신선한 나물을 먹기 위해서 마치 활어 차량으로 횟감 생선을 운반하듯이 살아 있는 채로 나물을 바치라고 했던 듯싶다.

그러므로 이미 조선 시대에 한국에는 그냥 맛이 좋아서 다양한 산나물을 먹으려는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고 보아야 한다.
조선시대 궁궐에서도 꽤 많은 산나물을 소비했다.
조선시대 궁궐에서도 꽤 많은 산나물을 소비했다.
일단 자연환경이 한반도는 여러 나물 재료를 구하기 좋은 편이다. 서울만 하더라도 근처에 높은 산, 낮은 산, 평야, 강, 바다가 오밀조밀 가까운 거리에 잘 자리 잡고 있어서 다양한 식물이 자라날 수 있고 그 식물들을 구하기가 좋다.

그러면서도 사계절이 뚜렷해서 식물이 계절에 따라 크게 변화하는 경향도 쉽게 나타난다. 봄이 되어 추운 겨울을 극복한 뒤에 자라나는 부드러운 순이 돋는 식물이 있는가 하면, 겨울철이 다가오면 뿌리가 굵어지는 식물도 있는 등 다양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문화적인 관습의 영향도 상당했을 거라는 추측도 나는 종종 해 본다. 고대 한반도에서는 나라에서 불교문화를 매우 중요시했던 시대가 꽤 길게 이어졌다. 그래서 그 영향으로 신라에서는 529년에 동물을 해치는 것을 나라에서 금지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실려 있다. 비슷하게 599년 백제에서도 나라에서 동물을 해치는 것을 금지했다고 되어 있다. 백제에서는 물고기를 잡는 것조차 막기 위해 낚시 도구까지 파괴해 버렸다고 한다.

이런 조치가 철저하게 영영 이어지지는 않았겠지만 분명 고기로 만든 요리를 많은 사람들이 먹지 못하는 일이 한동안 벌어지기는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 과정에서 고기 대신에 다양한 채소, 나물을 활용하는 요리가 수백 년에 걸쳐 발전했던 것 아닐까? 그리고 그렇다 보니 조선 시대 정도가 되면 고기 반찬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임금님까지도 쑥 같은 나물 요리의 맛을 찾아다니게 된 듯하다.

쑥으로 만든 호랑이

나물 문화가 이렇게까지 발달하다 보니 유럽처럼 나물을 주술적인 전통으로 사용하는 문화 역시 조선에서도 어느 정도는 같이 발달했다. 예를 들어 쑥의 경우에는 조선에서도 악귀를 쫓는 듯한 의미로 활용한 기록이 남아 있다.

조선 초기의 기록인 <용재총화>에는 여름이 시작되는 무렵인 단오가 되었을 때 사람들이 애호(艾虎) 즉, 쑥호랑이를 만들어 문에 장식으로 걸어 두는 풍습이 있었다고 되어 있다. 아마 쑥을 잘 엮어서 지푸라기 인형을 만들듯이 모양을 꾸며 호랑이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어 두었던 것 같다. 정황을 보면 병이나 나쁜 일을 막기 위한 의미였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 후기의 기록인 <열하일기>를 보아도 서울 종로에 있던 관청인 공조에서 단오에 쑥호랑이를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러므로 쑥호랑이로 장식하는 조선의 풍습은 족히 수백 년 동안 이어졌던 것 같다.

나는 이런 풍습 또한 한국의 나물 문화를 더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현대에 이 풍습을 부활시켜도 좋지 않을까? 여름이 시작될 때 즈음이 되면 쑥이 많이 나는 서울의 어느 지역에서 귀여운 호랑이 모양의 작은 장신구나 인형을 기념품처럼 생산해서 서로 선물로 주고받는 문화가 있다면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 장신구나 인형에 쑥 성분을 조금 포함시켜서 만든다면 전통을 이어간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전통시장에 나온 봄나물
전통시장에 나온 봄나물

함부로 산나물 채취는 금물

반대로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바뀐 만큼 쑥과 산나물을 즐기는 문화가 반드시 달라져야 하는 것도 있다. 조선 시대에는 어지간한 산에서 쑥을 뜯는 것 정도는 누구나 허용해 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산과 들에 주인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함부로 산나물을 채취해서는 안 된다. 주거지 인근의 여러 공원 지역도 마찬가지로 자연을 훼손하는 일을 저질러서는 안 되는 곳들이 많다.

서울 지역만 하더라도 북한산, 도봉산에 걸쳐 있는 지역은 아예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산나물을 채취하다가 자연공원법 위반 혐의를 받게 되는 수도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더군다나 서울의 도로변과 가까운 지역에서는 나물의 오염에 관해서도 유의해야 한다. 2014년 4월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발표 내용을 보면 서울 일부 지역에서 채취한 쑥, 달래 등의 나물에서 중금속이 꽤 많이 나타났다는 대목이 있었다.

청계산, 관악산 등의 산지에서 채취한 나물은 별 문제가 없었다. 하천변이나 도로변에서 채취한 나물 역시 대부분은 문제가 없었지만 전체 343건 중에 7% 정도인 24건에 대해서는 1.3 ppm 농도의 납 성분이 발견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보통 줄기와 잎을 먹는 나물에는 0.1 ppm 이하로 납을 관리하므로 그 13배가 넘는 납 성분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상당히 나쁜 결과였다.

물론 여전히 다수의 식물은 오염 수준이 그보다 낮았고 한국의 도시 환경은 계속해서 개선되고 있는 추세이므로 지금은 2014년보다는 전체적으로 상황이 더 좋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법을 위반할 우려까지 감수하면서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는 나물을 공원이나 길가에서 캐서 먹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연산군처럼 무리를 하지 않아도 신선한 나물을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21세기 서울에서는 정상적인 경로로 유통된 안전한 쑥을 사 먹는 것 이 더 잘 어울려 보인다.

#곽재식 #쑥 #봄나물 #나물 #과학 #산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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