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인문학'이 따뜻한 밥상이 되다! 서울역 '동행스토어'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6.01.14. 14:14

수정일 2026.01.14. 15:32

조회 117

서울역에 위치한 동행스토어 1호점 ‘정담’ ©조수연
서울역에 위치한 동행스토어 1호점 ‘정담’ ©조수연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시민의 목소리를 담은 <서울 메이트 365>를 출간했다. 이 책은 ‘다정한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부제 아래, 서울의 정책을 제도 중심이 아닌 시민의 삶과 이야기로 소개한 인터뷰집이다. 책 속에는 각자의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고자 하는 시민들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따뜻한 정책’ 이야기가 담겨 있다. ☞ [관련 기사] 내가 경험한 서울은? 인터뷰집 '서울 메이트 365' 발간…전시·이벤트

<서울 메이트 365> 책을 펼치면 청년에게 취업의 기회와 위로를 전하는 ‘청년취업사관학교’, ‘청년부상제대군인 상담’, ‘가족돌봄청년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이 소개돼 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 걷는 ‘동행(同行)’의 의미를 담아 ‘고립·은둔청년’과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원 사업, ‘외로움안녕120’의 이야기 또한 실려 있다.
시민 삶을 담은 인터뷰집 <서울 메이트 365>와 동행스토어 ‘정담’ 메뉴판 ©조수연
시민 삶을 담은 인터뷰집 <서울 메이트 365>와 동행스토어 ‘정담’ 메뉴판 ©조수연
<서울 메이트 365> 중 가장 깊은 인상적인 정책은 ‘희망의 인문학’이었다. 희망의 인문학은 노숙인과 취약계층 시민들이 인문학 수업을 통해 자존감과 삶의 의미를 회복하도록 돕는 복지형 교육 프로그램이다. 철학·문학·역사 등 인문학 강좌에 상담과 체험 활동을 연계해 단순한 교육을 넘어 다시 살아갈 힘을 키우는 과정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2025년 12월, 희망의 인문학을 수료한 참여자들이 함께 식당을 열었다. 서울역 인근에 문을 연 동행스토어 1호점 ‘정담’이다. 희망의 인문학이 사람의 내면과 삶의 방향을 다지는 기반을 마련했다면, 동행스토어는 그 성장을 일자리와 사회적 역할로 이어주는 실천의 공간이었다. ☞ [관련 기사] 자립의 문 열다! '희망의 인문학' 수료생이 운영하는 '동행스토어'
희망의 인문학 수료생들이 운영하는 '동행스토어'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조수연
희망의 인문학 수료생들이 운영하는 '동행스토어'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조수연
2026년 새해를 맞아 친구와 함께 서울역 인근 동행스토어 정담을 찾았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자 붉은 간판과 음식 사진이 담긴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식구같이 편안하고 든든한 한 끼’라는 문구가 가게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정담’은 동행스토어 사업의 운영 모델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수연
‘정담’은 동행스토어 사업의 운영 모델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조수연
가게 안으로 들어서니 따뜻한 분위기가 먼저 느껴졌다. 나무 소재의 테이블과 의자, 벽면에 걸린 패브릭 포스터에는 ‘내 식구가 먹을 밥을 짓는 마음으로 하루를 엽니다’, ‘누구에게나 편안하고 넉넉한 한 상, 그것이 우리의 소신입니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단순한 인테리어를 넘어, 이 공간이 어떤 마음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전하고 있었다.
  •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따뜻한 분위기가 먼저 반겨준다. ©조수연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따뜻한 분위기가 먼저 반겨준다. ©조수연
  • 정갈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수연
    정갈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수연
  •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따뜻한 분위기가 먼저 반겨준다. ©조수연
  • 정갈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조수연
한쪽에는 화분이 놓여 있었고, 나뭇잎 사이마다 손 글씨로 적힌 응원 메시지가 매달려 있었다. ‘정담 파이팅’, ‘맛·응대·서비스·위생 모두 최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같은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이 식당이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을 응원받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 응원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 ©조수연
    응원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 ©조수연
  •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조수연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조수연
  • 동자동 직장인의 오아시스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조수연
    동자동 직장인의 오아시스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조수연
  • 응원의 메시지가 적혀 있다. ©조수연
  •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가 가득했다. ©조수연
  • 동자동 직장인의 오아시스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조수연
정담의 메뉴명에는 공통적으로 ‘위로’와 ‘응원’의 의미가 담겨 있다. ‘뚝닥뚝닭’, ‘토닥토닭’처럼 친근한 메뉴 이름은 음식을 주문하는 순간부터 마음을 녹였다. 음식을 통해 말을 건네는 이 방식은 이곳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마음을 함께 보듬는 장소임을 느끼게 했다.

이날 주문한 메뉴는 ‘뚝닥뚝닭’과 ‘김치찌개’, ‘해물파전’이었다. 먼저 밑반찬이 차려졌다. 김치, 감자채 볶음, 황태 볶음, 달걀프라이까지 집에서 먹는 밥상처럼 정갈하게 준비되었다. 반찬 하나하나다 ‘집밥’처럼 푸근하게 느껴졌다.
소박하지만 맛있는 밑반찬 ©조수연
소박하지만 맛있는 밑반찬 ©조수연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으며 나온 ‘김치찌개’는 두부와 김치, 고기가 넉넉히 들어 있어 든든한 한 끼로 손색이 없었다. ‘뚝닥뚝닭’은 뚝배기에 담긴 닭볶음탕으로, 매콤한 양념과 부드러운 닭고기가 잘 어우러졌다. 메뉴 이름처럼 ‘힘내라’는 응원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전해지는 맛이었다. ‘해물파전’ 역시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해 함께 나눠 먹기 좋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메뉴 구성이 일상적인 집밥에 가깝다는 점이었다.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메뉴보다는 누구나 익숙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양과 맛 모두 ‘과하지 않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빠르게 소비되는 외식 메뉴가 아니라 매일 먹어도 부담 없는 한 끼를 지향하는 모습이었다. 정담의 음식은 새로운 맛을 제안하기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편안한 식사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 주문한 김치찌개와 뚝닥뚝닭 닭볶음탕, 해물파전 ©조수연
    주문한 김치찌개와 뚝닥뚝닭 닭볶음탕, 해물파전 ©조수연
  • 뚝배기 속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김치찌개 ©조수연
    뚝배기 속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김치찌개 ©조수연
  •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뚝닥뚝닭 닭볶음탕 ©조수연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뚝닥뚝닭 닭볶음탕 ©조수연
  • 주문한 김치찌개와 뚝닥뚝닭 닭볶음탕, 해물파전 ©조수연
  • 뚝배기 속에서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김치찌개 ©조수연
  •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뚝닥뚝닭 닭볶음탕 ©조수연
정담은 ‘정이 담긴 진심 어린 이야기’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곳은 희망의 인문학 수료생 중 조리 경험이 있는 다섯 명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실직, 중독, 사업 실패, 가족 해체 등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이들이 인문학 수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메뉴판과 정담의 대표 메뉴인 뚝닥뚝닭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조수연
메뉴판과 정담의 대표 메뉴인 뚝닥뚝닭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조수연
정담에서의 식사는 특별한 설명 없이도 정책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했다. 희망의 인문학에서 시작된 변화가 식당이라는 일상의 공간으로 이어지고, 그 공간에서 시민과 만나는 과정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 끼의 식사는 누군가에게는 자립을 향한 첫걸음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응원이 됐다. 정책이 문서 속에 머무르지 않고 삶 속에서 작동하는 모습을 서울역 동행스토어 정담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동행스토어 1호점 '정담'

○ 위치 : 서울 용산구 후암로57길 37-3 지하 1층
○ 교통 : 지하철 1·4호선·공항·경의중앙선 GTX-A서울역 12번 출구에서 199m

시민기자 조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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