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에도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어요~ '온기창고 2호점' 기업 후원의 날!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3.12.14. 14:12

수정일 2023.12.14. 14:15

조회 2,585

돈의동 쪽방촌 골목 곳곳에 꾸며진 크리스마스 장식이 따뜻해 보인다. ⓒ이선미
돈의동 쪽방촌 골목 곳곳에 꾸며진 크리스마스 장식이 따뜻해 보인다. ⓒ이선미

바람이 많이 불어서 플라타너스 큰 잎들이 거리를 휩쓸고 다니는 오후였다. 좁고 복잡한 돈의동 쪽방촌에서 뭔가 다른 긴장감이 느껴졌다. 환자가 있는지 구급대원도 출동하고 삼삼오오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쪽방촌 곳곳에 보이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반가웠다. 
돈의동 쪽방촌 ‘새뜰마을 초록골목’ 안내판에 ‘토스뱅크 후원 온기창고 특별운영 안내’가 붙어 있다. ⓒ이선미
돈의동 쪽방촌 ‘새뜰마을 초록골목’ 안내판에 ‘토스뱅크 후원 온기창고 특별운영 안내’가 붙어 있다. ⓒ이선미

동자동에 이어 온기창고 2호점이 문을 연 돈의동 쪽방상담소를 찾았다. 이날은 ‘토스뱅크’가 처음으로 기업 후원에 나서 직원들이 직접 주민들에게 물품을 전달하고 있었다. 토스뱅크 직원들은 물품 전달만이 아니라 다가오는 성탄절을 기다리며 온기창고에 화사하게 성탄 장식도 조성해 놓았다. ☞ [관련 기사] "줄 안 서도 돼요" 돈의동 쪽방촌에 '온기창고' 2호점 개소
이날은 토스뱅크 직원들이 온기창고 2호점을 찾아 물품을 후원했다. ⓒ이선미
이날은 토스뱅크 직원들이 온기창고 2호점을 찾아 물품을 후원했다. ⓒ이선미

“어서 오세요. 카드는 가지고 오셨어요?”
“여기 있는 물품 가운데 필요한 걸 먼저 보고 들어가실래요?” 
입구에서 주민들에게 안내하는 목소리가 경쾌했다. 주민들은 겨울이불과 패딩조끼, 패딩점퍼, 목토시, 발열내의 가운데서 먼저 물품을 선택하고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패딩점퍼 하신답니다. 사이즈랑 컬러 봐주세요!” 곧바로 다른 직원들이 사이즈와 색깔을 안내하고 적절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불은 한 가지 제품이라 간단한데 옷과 내의 등은 사이즈가 있어서 시간이 좀 걸렸다. 사이즈나 컬러가 맞지 않아서 다시 바꾸러 오기도 했다.
주민들이 제품의 사이즈나 컬러 등을 잘 고를 수 있도록 직원들이 도와주었다. ⓒ이선미
주민들이 제품의 사이즈나 컬러 등을 잘 고를 수 있도록 직원들이 도와주었다. ⓒ이선미

창고가 크지 않았다. 그래도 직원들의 손발이 잘 맞아서 주민들이 여럿 몰려온 상황에서도 차분히 잘 진행하고 있었다. 평소에는 생필품이 진열돼 있을 진열장에 이날은 토스뱅크가 마련한 물품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평소엔 생필품으로 채워졌던 진열장이 오늘은 기업이 후원한 방한용품들로 가득하다. ⓒ이선미
평소엔 생필품으로 채워졌던 진열장이 오늘은 기업이 후원한 방한용품들로 가득하다. ⓒ이선미

원하는 제품을 결정한 주민은 카드를 제출해서 포인트를 차감했다. 주민들에게는 특별 포인트 4만 점이 주어졌는데, 겨울이불은 4만 점, 패딩조끼와 점퍼는 3만 점, 그리고 목토시와 발열내의는 각각 1만 점이 차감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겨울이불이 가장 먼저 동이 났다. 쪽방상담소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 가장 필요한 품목들로 구성했다고 한다. 직원들은 이번 행사에 대해서도 주민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원하는 물품을 받은 주민들은 카드를 제출하고 포인트를 차감했다. ⓒ이선미
원하는 물품을 받은 주민들은 카드를 제출하고 포인트를 차감했다. ⓒ이선미

“아, 오늘은요, 원래 1주일마다 사용하시는 포인트에서 나가는 게 아니고요, 특별포인트로 받으시는 거예요.” 직원들은 이날 원하는 물품을 못 받은 주민들에게 11일에 다시 오시도록 안내하고 있었다. “월요일 날 다시 오시면 그때 받으실 수 있도록 준비해 놓을게요. 월요일 날 안 오시면 포인트 없어집니다~ 꼭 오셔야 해요!” 직원들은 주민들 응대하랴, 빠진 물품을 창고에서 올려와 채워 놓으랴 아주 바빴다.
직원들은 주민들 응대하랴, 빠진 물품을 창고에서 올려와 채워 놓으랴 아주 바빴다. ⓒ이선미
직원들은 주민들 응대하랴, 빠진 물품을 창고에서 올려와 채워 놓으랴 아주 바빴다. ⓒ이선미

주민들이 밀려왔다 빠져나가곤 했다. 얘기를 나눠 볼 참도 얻기 어려웠다. “오늘 기업에서 몇 분이 나오셨어요?” “30명이 오전 9시부터 나와서 같이 하고 있어요. 이 행사는 다음주 월요일까지 계속되는데요, 저희는 오늘 하루종일 하고 다음주에는 온기창고에서 해주실 거예요.”

온기창고 2호점은 현재 1주일에 2번, 화요일과 목요일에 이용 가능한테, ‘토스뱅크데이’ 기업 후원의 날을 위해 특별히 12월 8일과 11일에 문을 열었다.
온기창고 2호점은 현재 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2번 이용할 수 있다. ⓒ이선미
온기창고 2호점은 현재 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2번 이용할 수 있다. ⓒ이선미

온기창고는 쪽방촌 특화형 푸드마켓으로 주민들은 매주 지급되는 1만 포인트를 사용해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 지금 온기창고는 전담 인력과 공공일자리 참여 주민 등이 꾸려나가고 있다. 온기창고 1호점도 그렇지만 온기창고의 궁극적인 목표 하나는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들의 재활과 자활이다. 주민들은 직접 POS기(전자식 금전등록기)를 사용하고, 물품을 진열하고 주민을 응대하면서 일을 익혀 갈 수 있다.
한 주민이 돈의동 쪽방상담소 1층에 있는 온기창고 2호점에서 물품을 받아 나서고 있다. ⓒ이선미
한 주민이 돈의동 쪽방상담소 1층에 있는 온기창고 2호점에서 물품을 받아 나서고 있다. ⓒ이선미

취재를 마치고 온기창고를 나올 때 자활 근로자 한 분이 바람에 풀어진 크리스마스 리스의 리본을 묶어주는 걸 보았다. 사소한 행위일 수 있지만 쪽방촌 주민으로서 주변을 돌아보고 공동체를 책임지는 것처럼 보여 든든했다. 무엇보다 그런 행위는 자존감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강조해도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자세다. 기부나 봉사 역시 그 존중에서 시작해야 비로소 빛을 발한다.

서울시에서 문을 연 온기창고의 취지 역시 쪽방촌 주민들을 인격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장치라고 본다. 무작정 줄을 세워 무작위로 물품을 나눠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각각 지급 받은 포인트로 자신에게 필요한 물품을 선택해 보는 과정 자체가 사회화의 중요한 훈련이기도 하다. 한 사람이 제 몫을 다할수록 그 사회는 건강한 힘을 얻는다.
자활 근로자들이 온기창고를 안내하고 있다. ⓒ이선미
자활 근로자들이 온기창고를 안내하고 있다. ⓒ이선미

날이 급격하게 추워질 거라고 한다. 겨울이 깊어지고 성탄과 연말도 다가온다. 세상에 화려한 불빛이 넘쳐날수록 더 외롭고 슬픈 곳도 많아진다. 기업에서는 기업대로, 시민들은 각자가 가능한 대로 주변을 돌아보며 다 같이 따뜻한 겨울을 맞으면 좋겠다. 물품을 받아들고 서둘러 돌아서 가시며 인사를 던지던 한 주민의 목소리가 생각난다.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온기창고 2호점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9가길 20-2 돈의동쪽방상담소 1층 
○ 이용대상 : 쪽방상담소 등록된 쪽방 주민 
○ 이용시간 : 주 2회(화·목요일) 09:00~17:00 
○ 운영방식 : 상담소 등록 쪽방주민에게 회원(포인트 적립)카드 발행, 적립된 포인트만큼 구매 가능 
○ 문의 : 돈의동쪽방상담소 02-747-9074~5 

온기창고 1호점

○ 위치 : 서울시 용산구 후암로57길 3-14, 서울역쪽방상담소 1층 
○ 운영시간 : 주 3회(월·수·금요일) 09:00~18:00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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