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소음이 잠시 멈추는 곳 '여의도공원'서 겨울 산책을 떠나다

시민기자 이진형

발행일 2025.12.19. 13:31

수정일 2025.12.19. 13:32

조회 1,032

여의도공원 자연생태의숲에 찾아온 겨울 풍경 ©이진형
여의도공원 자연생태의숲에 찾아온 겨울 풍경 ©이진형
국회의사당의 둥근 돔 위로 한강의 찬 기운이 스며들고, 빌딩 숲 사이로는 바삐 움직이는 직장인들로 가득하다. 분주한 점심시간이 지나 어느덧 어둠이 내리면 고층 빌딩들이 내뿜는 불빛은 도시의 새로운 표정을 그려낸다. 정치와 경제, 문화가 공존하는 이 작은 섬, 여의도는 한국 사회의 심장처럼 끊임없이 고동친다. 그 거대한 박동의 한복판, 빽빽한 마천루 사이에 숨을 고르듯 자리한 여의도공원은 차가운 겨울 공기마저 아늑한 여유로 바꿔 놓는다. 빌딩 숲과 공원의 고요가 공존하는 그 겨울의 풍경 속을 걷고 왔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 여의도공원을 산책했다. ©이진형
노을이 지는 시간에 여의도공원을 산책했다. ©이진형
산책로 구간에서 읽는 감성 담은 문구 ©이진형
산책로 구간에서 읽는 감성 담은 문구 ©이진형
여의도공원은 버스환승센터가 있는 여의대로와 나란히 조성되어 있으며, 순환형 산책로의 길이는 2.5km에 달해 그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과거 이곳에는 활주로가 있었고, 여의도비행장의 오래된 사진 자료는 신문사 기사 검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54년에는 영화배우 마릴린 먼로가 이 비행장에 도착했다.

거슬러 올라가 1922년에는 비행사 안창남이 1인승 비행기로 남산과 창덕궁 상공을 선회한 뒤 여의도로 돌아오는 고공 비행을 선보여, 당시 관람객들에게 조국의 독립을 꿈꾸게 한 상징적 장소이기도 했다. 그렇게 100년의 시간이 흐르며 이곳은 지금의 공원으로 변모했다.
  • 문화의 마당에는 C-47 수송기가 전시 중이다. ©이진형
    문화의 마당에는 C-47 수송기가 전시 중이다. ©이진형
  • 퇴역한 C-47 수송기 인근 상공에 계류 중인 ‘서울달’도 볼 수 있다. ©이진형
    퇴역한 C-47 수송기 인근 상공에 계류 중인 ‘서울달’도 볼 수 있다. ©이진형
  • 문화의 마당에는 C-47 수송기가 전시 중이다. ©이진형
  • 퇴역한 C-47 수송기 인근 상공에 계류 중인 ‘서울달’도 볼 수 있다. ©이진형
1945년 광복 후 사흘이 지난 8월 18일 새벽, 중국 시안비행장에서 이륙한 수송기 한 대가 오후 2시 18분 여의도비행장에 착륙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에는 당시 광복군 비행기 한 대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은 같은 비행기를 타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들이 환국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공원이 조성되기 전 여의도는 1983년 KBS 특별 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1984년 한국 천주교회 200주년 기념대회, 국군의 날 퍼레이드 등이 열렸던 광장이었다. 여론 조사가 없던 시절에는 상징적인 유세장으로 인파가 몰렸고, 수많은 시민이 모여 자전거를 타도 넉넉히 품어주던 공간이었다.

1999년 2월에 개장한 여의도공원 내 ‘문화의마당’은 과거 비행장과 시민 광장이 지녔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듯한 분위기를 지닌다. 문화의마당을 기준으로 공원 출입구 1번이 지정되었으며, 여의도공원에는 총 12개의 출입구가 있다. 지하철 5호선 여의도나루역에서는 공원 10번 출입구까지, 여의도역에서는 공원 1번 출입구까지 모두 도보 8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 여의도공원은 걷는 길과 자전거 전용 도로가 분리되어 있다. ©이진형
    여의도공원은 걷는 길과 자전거 전용 도로가 분리되어 있다. ©이진형
  • 여의나루역이나 여의도역에서 따릉이를 대여받아 이동할 수 있다. ©이진형
    여의나루역이나 여의도역에서 따릉이를 대여받아 이동할 수 있다. ©이진형
  • 자전거 임시 잠금을 설정해 보행자를 위한 구간을 걸었다. ©이진형
    자전거 임시 잠금을 설정해 보행자를 위한 구간을 걸었다. ©이진형
  • 여의도공원은 걷는 길과 자전거 전용 도로가 분리되어 있다. ©이진형
  • 여의나루역이나 여의도역에서 따릉이를 대여받아 이동할 수 있다. ©이진형
  • 자전거 임시 잠금을 설정해 보행자를 위한 구간을 걸었다. ©이진형
과거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울창한 숲을 이룬 여의도공원은 봄이면 벚꽃 인파로 북적이지만,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은 사뭇 차분하고 고요한 풍경이다. 방문객의 발길은 줄었어도, 제각기 체력에 맞춰 산책을 즐기거나 겨울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에선 여전한 활기가 느껴진다.

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 수 있는 자전거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빌려 타고 한적한 겨울 공기를 만끽해 보는 것도 좋다. 다만, 안전을 위해 시속 20km 이하로 천천히 페달을 밟으며 풍경을 눈에 담기를 권한다.
  • 데크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계절을 머금은 생태연못에 닿는다. ©이진형
    데크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계절을 머금은 생태연못에 닿는다. ©이진형
  • 여의도공원 내 생태연못에서는 까치들이 몸단장을 한다. ©이진형
    여의도공원 내 생태연못에서는 까치들이 몸단장을 한다. ©이진형
  • 생태연못 주변에서 볼 수 있었던 가을 단풍 ©이진형
    생태연못 주변에서 볼 수 있었던 가을 단풍 ©이진형
  • 데크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계절을 머금은 생태연못에 닿는다. ©이진형
  • 여의도공원 내 생태연못에서는 까치들이 몸단장을 한다. ©이진형
  • 생태연못 주변에서 볼 수 있었던 가을 단풍 ©이진형
생태연못에서는 까치가 목욕을 마치고 깃털을 정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잔디마당에서는 낮에 뜨는 서울달을 보며 내가 서 있는 이곳이 공원의 중심임을 알았다. 그리고 세종대왕 동상과 한국 전통의 숲 사이에 있는 연못은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모양과 닮았음을 공원 안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서울을 닮은 연못 주변에서 사모정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진형
서울을 닮은 연못 주변에서 사모정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진형
노을빛이 감도는 여의도공원에서의 겨울 산책 ©이진형
노을빛이 감도는 여의도공원에서의 겨울 산책 ©이진형
문화의마당과 잔디마당 사이에는 서울의 야경을 관광 콘텐츠로 삼아 운영하는 서울달(SEOULDAL) 체험 시설이 있다.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서울달은 헬륨가스 기구를 타고 수직으로 비행하다가 공원과 마포대교 그리고 한강을 내려다보기 적당한 높이에서 계류하면 탑승객들은 생생하게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잔디마당에서는 낮에 뜨는 서울달을 보며 내가 서 있는 이곳이 공원의 중심임을 알았다.
잔디마당에서는 낮에 뜨는 서울달을 보며 내가 서 있는 이곳이 공원의 중심임을 알았다.
  • 여의도공원 10번 출입구로 나오면 ‘바람의 길’을 만날 수 있다. ©이진형
    여의도공원 10번 출입구로 나오면 ‘바람의 길’을 만날 수 있다. ©이진형
  • 한강라면이 생각나면 한강버스 여의도 선착장 ©이진형
    한강라면이 생각나면 한강버스 여의도 선착장 ©이진형
  • 여의도공원 10번 출입구로 나오면 ‘바람의 길’을 만날 수 있다. ©이진형
  • 한강라면이 생각나면 한강버스 여의도 선착장 ©이진형
한산했지만, 겨울이 남긴 흔적들을 발견하며 여의도공원만의 매력을 하나씩 알아간다. 15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는 노거수 뽕나무와 8년 전 서울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존치되어 서울 시민 정원사의 손길로 관리되는 특별한 정원도 마주하게 된다.

오늘도 사람들의 잰걸음과 느린 걸음이 여의도공원을 스쳐 지나가지만, 이곳은 슬며시 숲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공간이다. 그래서 떠날 때면 여의도공원에 늘 같은 인사를 건넨다. “다음에 또 보자!”

여의도공원

○ 위치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68
○ 교통 :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 또는 지하철 9호선 여의도역·국회의사당역 도보 8분 이내
누리집

서울달

○ 위치 :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68-1 여의도공원 잔디마당
○ 교통 :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3번 출구에서 642m
○ 운영시간 : 화~일요일 12:00~22:00, 성수기(4~6월, 9~11월) 주말 10:00~22:00
○ 휴무 : 월요일
○ 이용요금 : 성인 2만 5,000원, 청소년(13~18세)·경로(65세 이상) 2만 원, 어린이(3~12세) 1만 5,000원
※3세 미만 무료 탑승
※할인 : 장애인·국가유공자·다둥이행복카드 소지자(자녀) 30%, 단체 20%, 기후동행카드 소지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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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집

시민기자 이진형

서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Soul)을 움직이게 하는 기사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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