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는 것이 잘 사는 것…'슬립맥싱'이 뜨는 이유

서울사랑

발행일 2025.12.09. 14:17

수정일 2025.12.09. 14:17

조회 110

잘 자는 것이 잘 사는 것, 슬립맥싱
하루의 끝이 아닌, 삶의 시작점으로서 ‘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수면을 설계하고 루틴을 조율해 ‘잘 자는 기술’을 익히고,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슬립맥싱’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일상을 회복하는 가장 구체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쉼’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 단순한 웰니스 트렌드를 넘어 ‘잘 자는 것’이 새로운 삶의 감각을 열고 있다. 과로와 번아웃이 일상이던 우리의 신체가 이제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조용히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대중의 관심을 모으며 관련 영상이 틱톡 등 SNS 플랫폼에서 수억 뷰를 기록하고 있는 ‘슬립맥싱(Sleepmaxxing)’은 수면(Sleep)과 극대화(Max)를 합친 말로, 수면의 질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시도를 뜻하는 신조어다. 

이 현상은 결국 ‘잠’이라는 원초적 행위가 다시 삶의 중심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팬데믹 이후 쌓인 피로와 수면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여러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끝없이 달리라는 사회의 요구에 대한 피로가 겹치면서 사람들은 ‘잘 사는 법’보다 ‘잘 쉬는 법’을 고민하게 됐다. 바로 그 중심에 ‘잘 자는 것’이 있다. 잘 자는 것은 곧 삶의 바탕을 단단히 다지는 일이 되었고, 이 흐름이 지금의 슬립맥싱 열풍을 만들어냈다. 달라이 라마가 “잠은 최고의 명상”이라고 했듯, 잠은 더 이상 하루를 마무리하는 소극적 행위가 아니다. 삶의 속도를 다시 설계하는 가장 사유적인 기술이다. 
수면 건강을 스스로 진단해볼 수 있는 서울시 정신 건강 통합 플랫폼 ‘블루터치’ 화면.
수면 건강을 스스로 진단해볼 수 있는 서울시 정신 건강 통합 플랫폼 ‘블루터치’ 화면.
심리 상담은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심리 상담은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오늘도 ‘수면 스킬’을 쌓는 사람들

디자인 관련 업무를 하는 김소영 씨는 한때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야행성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6개월 전부터 ‘퇴근 후 2시간은 수면 준비 시간’이라는 원칙을 세운 뒤 삶이 크게 달라졌다. 집에 들어오면 TV 대신 스탠드 조명을 켜고, 스마트폰은 안방 서랍에 넣어둔다. 이어 워밍업처럼 20분 스트레칭, 10분 족욕, 15분 독서로 이어지는 루틴을 지킨다. 그만의 슬립맥싱 방식이다. “잠이 들기까지의 시간을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니 하루가 차분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에요. 수면의 질이 바뀌면서 다음 날의 에너지 레벨도 달라졌어요.”

배우이자 모델로 활동하는 원도현 씨는 집 앞 대로의 소음 때문에 얼마 전 숙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수면환경 최적화’에 집중하는 슬립맥싱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두꺼운 암막 커튼과 화이트 노이즈 머신, 체온조절을 돕는 쿨링 패드를 들인 것. “환경을 바꾸는 데 돈이 꽤 들었지만, 제일 효율적인 자기 투자였어요.” 원 씨는 밤이 되면 스마트 조명으로 조도를 20%까지 낮추고, 침실 온도는 20℃로 유지한다. 그는 “빛과 온도만 잘 설정해도 자연스럽게 체온이 떨어지고, 깊은 잠으로 들어가는 속도가 확연히 빨라진다”라며 “조용한 침실이 하루의 ‘회복 스위치’가 된다”라고 말한다.

오승희 씨는 두 아이를 돌보는 워킹 맘이다. 불면에 시달리던 그는 최근 구로구에 있는 ‘더 가까이 마음치유 심리상담실’을 방문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고 수면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오 씨가 선택한 슬립맥싱 루틴은 ‘마이크로 수면 회복법’. 아이가 잠든 밤 10시 이후 40분 동안은 오로지 신체 이완에 집중한다. 5분 명상 앱으로 호흡을 정리한 뒤 전신 근육 이완 프로그램을 켠다. “육아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투성이여서 긴 잠을 보장받기 어려워요. 대신 잠들기 직전 몸의 긴장을 완전히 낮추면 잠을 깊게 잘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짧게 자도 아침에 개운한 날이 늘어나면서 하루를 견디는 힘도 한결 좋아졌다.
원도현
그날그날의 일정과 촬영 시간대가 들쭉날쭉하다 보니 몸이 쉽게 무너졌어요.
그래서 잠만큼은 일정하게 지키려고 했죠.
수면 루틴을 만들고 나니 피부 컨디션도 안정되고,
장시간 촬영에도 집중력이 훨씬 좋아졌어요.
불규칙한 생활일수록 잠의 규칙성이 더 큰 힘이 되더라고요.
-원도현
한진규 서울스페셜수면의원 원장은 “수면은 양보다 질과 잠이 들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한진규 서울스페셜수면의원 원장은 “수면은 양보다 질과 잠이 들기까지의 과정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내게 맞는 수면 방법을 찾기 위한 다양한 의학적 검사도 도움이 된다.
내게 맞는 수면 방법을 찾기 위한 다양한 의학적 검사도 도움이 된다.

잠을 디자인하는 슬립맥싱의 시대

빛이 넘치는 도시 서울에서도 이제 ‘똑똑하게 쉬는 법’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의 화려한 불빛과 끊임없이 돌아가는 도시의 리듬 속에서 많은 시민이 깊은 잠을 얻기 어려워하면서 슬립맥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슬립맥싱은 더 빠르고, 더 오래, 더 깊고, 더 나은 수면을 취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활동과 기기 등을 포괄하는 용어다. 흥미롭게도 이 트렌드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바이오해킹(Biohacking)’ 문화에서 출발했다. 생산성과 효율을 극단적으로 중시하던 기술 기업가들이 역설적으로 가장 강력한 생산성 도구가 ‘수면’임을 발견하면서 시작된 흐름이다. 이후 프로 운동선수들이 경기 퍼포먼스를 높이기 위해 수면을 정교하게 관리했고, Z세대 인플루언서들이 각자의 루틴을 공유하면서 전 세계로 확산했다.

기존의 수면 관리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라는 규칙 중심의 생활 습관 교정에 가까웠다면, 슬립맥싱은 각자의 리듬을 존중하는 ‘맞춤형 수면 최적화’에 가깝다. 완벽한 조건을 갖추는 것보다 빛·온도·호흡·루틴 같은 작은 요소를 미세하게 조정하며 ‘나에게 맞는 수면 스위치’를 찾는 과정이다. 이 작은 조율들이 쌓이면 수면의 질이 높아지고, 다음 날 에너지 레벨이 달라진다. 작은 루틴이 몸을 ‘밤의 모드’로 안내하는 것이다. 한때는 ‘잠을 줄여서라도 더 일하는 삶’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면, 이제는 잠을 정교하게 관리하는 ‘슬립맥싱 라이프’가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이들이 공유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더 많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더 잘 쉬는 사람이 더 멀리 간다.’

신경과 전문의이자 대한수면학회 회장인 양광익 박사는 이렇게 설명한다. “슬립맥싱이 주목받는 이유는 사람들이 전반적인 웰빙과 사회적 성과가 결국 수면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수면은 건강관리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잠을 디자인하는 슬립맥싱의 시대
잠을 디자인하는 슬립맥싱의 시대
+ 건강 수면을 돕는 프로그램들

손목닥터9988 ‘수면 관리’

‘손목닥터9988’ 앱을 이용하면 연동된 스마트 워치의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면 시간과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일·주 단위 기록은 개인의 수면 리듬을 살피는 데 참고하기 좋다.

수면 패턴 확인하기 손목닥터9988 앱 → 건강 기록 → 워치 데이터 → 수면

블루터치 ‘수면 건강 자가 진단’

편하게 잠들기 어렵거나 밤에 자주 깬다면 서울시 정신 건강 통합 플랫폼 ‘블루터치’의 수면 자가 검진을 통해 현재 상태를 간단히 점검할 수 있다. 결과에 따라 거주지의 정신건강복지센터 또는 서울시청년마음건강센터 등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지원한다.

자가 검진 이용 방법 블루터치 누리집(blutouch.net) → 정신 건강 자가 검진 → 수면 검진하기

한국영상자료원
블루터치 바로가기

더 잘 쉬는 사람이 더 멀리 간다

MBC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화제를 모은 서울스페셜수면의원의 한진규 원장은 단순히 많이 자는 것보다 수면의 질과 잠이 드는 과정의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생활 리듬, 환경, 구조적 요인까지 꼼꼼하게 다듬는 것이 바로 ‘진정한 숙면’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방을 어둡게 하고, 체온이 서서히 내려갈 때 뇌는 ‘지금은 밤이구나’라고 인식합니다. 수축되어 있던 근육도 이완되면서 하루의 긴장이 풀리고, 낮 동안 쌓인 피로가 부드럽게 내려앉죠. 그렇게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깊은 잠 속으로 스르르 빠져드는 겁니다.”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는 의외로 많다. 최적의 잠을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먼저 빛과 소음 관리가 중요하다. 침실은 최대한 어둡게 만들고, 주변 소음은 최소화한다. 잠들기 1~2시간 전에는 스마트폰이나 TV 사용을 줄이는 게 도움이 된다. 체온과 환경을 조절하는 것도 깊은 잠에 필수적이다. 잠들기 전 따뜻한 반신욕이나 샤워로 체온을 올린 뒤, 자연스럽게 체온이 내려가도록 하면 몸은 깊은 수면으로 진입하기 쉬워진다.

또 호흡과 근육 이완에 신경 쓰면 숙면에 큰 도움이 된다. 짧은 명상이나 전신 스트레칭으로 근육과 신경을 풀어주면 몸이 충분히 이완되어 잠이 더 빨리 들고, 수면의 질도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자신의 수면 패턴을 관찰하는 것도 좋다. 수면 앱이나 스마트 센서, 조명 타이머 등을 통해 데이터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루틴을 세심하게 조정하면 더욱 효과적인 수면 관리가 가능하다. 

한때 서울시 ‘정신건강지킴이’로 선정되어 ‘마음 건강’의 중요성을 알린 뮤지컬 배우 최정원 씨는 “무대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려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라며 “정신적 휴식과 자기 돌봄이야말로 지속적 창작과 삶의 힘이 된다”라고 말했다. 잠은 더 이상 하루의 끝이 아니다. 삶의 속도를 조정하고, 나만의 리듬을 설계하는 시간이다. 디지털 기기와 수많은 뒤척임으로 채우던 침실에도 이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도시의 빛 아래 지친 몸을 달래는 가장 근사한 방법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다.
김소영
예민한 편이라 작은 일에도 금방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숙면 루틴을 만들고 나서 마음이 한결 안정됐어요.
잠들기 전 조용히 호흡을 고르는 시간만으로도 긴장이 서서히 풀리더라고요.
깊게 자는 날이 늘어나니 감정 기복도 줄고, 몸도 덜 피로해 하루가 훨씬 부드럽게 흘러가요.
-김소영
+ 슬립맥싱 팁

주변을 어둡게 만들어 뇌에 밤임을 알려주기

뇌가 ‘지금은 밤이다’라고 느껴야 멜라토닌이 자연스럽게 분비된다. 잠들기 직전 TV를 켜거나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그 흐름을 방해하는 장벽이 된다. 잠을 준비하는 시간, 조용하고 어둡게 물든 공간이 숙면의 첫걸음이다.

잠들기 2시간 전, 족욕이나 반신욕으로 몸을 풀어주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면 체온이 살짝 올라가고, 이후 자연스러운 체온 하강이 일어나며 깊은 잠으로 이어진다. 긴장했던 근육이 풀리면서 하지불안증후군 같은 미세한 근육 긴장도 완화된다. 몸과 마음이 함께 느끼는 작은 휴식이 잠을 부르는 부드러운 신호가 된다.

억지로 잠들려 하지 않기

‘빨리 자야 한다’라는 생각은 오히려 뇌를 각성시키고 체온을 높여 잠이 달아나게 만든다. 마음을 내려놓고, 자연스러운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잠은 쫓아가서 얻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불러오는 것이다.

수면 시간에 집착하지 말고 밤 시간대에 잠들기

새벽 3시에 잠들어 8시간을 자는 것보다 밤 12시 이전에 잠들어 5시간을 자는 것이 훨씬 깊고 건강한 잠이다.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밤과 몸이 맞닿는 순간의 질이다.

낮 동안 햇빛을 충분히 받기

낮의 빛은 밤의 어둠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하고, 멜라토닌 분비를 자연스럽게 돕는다.

도움말. 한진규 서울스페셜수면의원 원장
임지영    |    사진 전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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