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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가 2021년에 개관해 올해 운영 5년차에 접어든 'OPCD 바이닐' ©강사랑 -
다섯 개의 LP 감상 장비와 푹신한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2인용 좌석도 눈에 띈다. ©강사랑
창동역 고가철도 아래, 무료 LP 감상실을 소개합니다! 'OPCD 바이닐'
발행일 2025.10.14. 14:01

창동역 고가철도 하부에 자리한 음악감상실 ‘OPCD 바이닐 LP 라이브러리’ ©강사랑
요즘 창동역이 핫하다. 씨드큐브 창동을 비롯해 서울인공지능과학관, 서울사진미술관 등 복합문화공간들이 차례로 들어서며 멀리서도 찾아오는 이들이 많아졌다. ‘창동역 명소’, ‘창동역 볼거리’, ‘창동역 데이트 코스’를 검색하며 나들이를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또 하나의 문화공간이 있다. 창동역 고가철도 하부에 자리한 음악감상실 ‘OPCD 바이닐 LP 라이브러리’가 그 주인공이다. OPCD(오픈창동)는 도봉구가 2021년 청년 음악인들을 위해 조성한 창작지원 플랫폼으로 스튜디오, 사진, 영상 촬영공간, LP 라이브러리 등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조금은 어두운 조명 아래 아늑하게 자리한 음악감상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음반이 빼곡히 들어선 서가를 중심으로 다섯 개의 LP 감상 장비와 푹신한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 'OPCD 바이닐 LP 라이브러리(이하 OPCD 바이닐)'는 LP 음반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공용 시설이다. 디지털 스트리밍이 일상이 된 시대에 턴테이블 위에서 바늘을 올려 듣는 음악은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고가철도 하부 구조물 속에서 음악이 흐른다는 사실은 다소 의외지만, 그 의외성이 이 공간의 매력이다.
'OPCD 바이닐'은 약 1,000장의 LP 음반을 보유하고 있다. 운영진은 선곡의 기준을 설명하며 “약 30%는 추천하고 싶은 앨범, 40%는 대중적으로 익숙한 앨범, 그리고 나머지 30%는 희귀 음반으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 중 운영진이 추천하는 앨범들은 ‘OPCD PICK’ 섹션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계절이나 주제에 따라 약 60장의 음반을 엄선해 전시하는데, 가령 가을에는 포크와 재즈, 겨울에는 클래식과 캐럴을 중심으로 한 선곡이 이뤄진다.
‘Jazz 섹션’은 일본에서만 발매된 희귀 음반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눈길을 끈다. 대중적인 수요는 크지 않지만, 음악 장르의 다양성과 문화적 가치를 고려해 재즈 컬렉션을 선별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방문객들에게 보다 폭넓은 음악 세계를 소개하고 경험하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운영 방식도 세심하다. 사용법이 낯선 방문객을 위해 직원이 직접 턴테이블 조작법을 안내한다. 이용 시간에 제한은 없지만, 공공장소인 만큼 정숙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주말에도 쉬지 않고 운영된다는 점이다. 월 1회 정기 휴관일을 제외하면 연중 대부분 운영되며, 명절 연휴만 휴관한다.
2023년에는 공간 리모델링도 이뤄졌다. 운영진은 “다소 복잡했던 기존 인테리어를 단순화하면서 방문객들이 음반과 감상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도록 재배치했다”고 설명했다. 공간 홍보는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를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추천 음반을 소개하는 팸플릿과 작은 안내 책자를 배치하여 방문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건물 외벽에 현수막을 설치해 공간의 존재를 알리고 있어 “여기가 뭐 하는 곳이냐”며 호기심 어린 시민들의 방문이 부쩍 늘었다는 후문이다.
이곳에 LP 감상실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문을 열고 나가서 반대편 구조물로 걸어 들어가면, 디지털 음악감상실이 눈 앞에 펼쳐진다. DJ 부스와 스피커, 푹신한 빈백들을 두루 갖추고 있는 또 하나의 음악 쉼터이다. 이곳은 소규모 음악 콘서트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OPCD 바이닐'을 찾는 사람들은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특히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이 많고, 퇴근길에는 직장인들이 혼자 들러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학교가 끝난 뒤 친구와 함께 오기도 하며, 커플들의 이색 데이트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들이 즐겨 듣는 장르도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운영진의 설명에 따르면 어르신들은 60~70년대 팝송을 즐겨 듣고, 젊은 세대는 최근 인디 음악의 LP 버전을 흥미롭게 감상한다고 한다. 현재 하루 평균 방문객은 30명 안팎이며, 주말에는 50명 이상이 이곳을 찾아 여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장에서 ‘OPCD PICK’을 중심으로 여러 장의 LP 음반을 감상해 보았다. 앨범 속에서 판을 꺼내 턴테이블 위에 올리는 순간,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이 동시에 밀려왔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늘이 닿자, 또렷하고 풍부한 소리가 귀를 감쌌다. 음악은 익숙했지만, 느껴지는 소리는 조금 달랐다. 디지털 음원이 ‘깨끗함’을 추구한다면, LP는 그보다 ‘온기’를 담고 있었다. 창밖에는 고가철도 아래를 오고 가는 차량의 행렬이 이어졌지만, 그 속도감조차 음악의 리듬에 맞춰 천천히 흐르는 듯했다. 그 순간, 'OPCD 바이닐'은 음악과 일상의 풍경이 나란히 흐르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창동역 고가철도 하부에 자리한 'OPCD 바이닐 LP 라이브러리', 도심 속 음악 쉼터로 제격이다. ©강사랑
도봉구에서 운영 중인 창동역 'OPCD 바이닐'은 서울에서도 보기 드문 공공형 LP 감상 공간이다. 현재 충주시 등 타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할 만큼, 문화공간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이곳이 단점 없는 완벽한 공간은 아니다. 지하철이 지나갈 때면 진동이 전해지고, 도로 위를 오가는 차량의 소음도 희미하게 들린다. 하지만 그조차도 이곳에서는 음악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음악 한 곡에 집중할 수 있는 여유, 그것이 바로 'OPCD 바이닐'이 시민들에게 건네는 가장 큰 선물이다. 창동역에 간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쯤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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