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우리의 전통이 익어가는 소리! 전통주 만들기 체험

시민기자 문청야

발행일 2025.07.28. 13:00

수정일 2025.09.25. 09:04

조회 832

바쁜 일상에 쫓기며 살아가는 현대인들. 편의점에서 쉽게 살 수 있는 맥주와 소주에 익숙해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조상들이 물려준 소중한 유산을 잊고 살아가고 있었다.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와 급속한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거의 명맥이 끊어질 뻔했던 우리 전통주. 하지만 최근 들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 호기심 반, 설렘 반으로 시작된 이번 취재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우리 문화의 깊은 뿌리를 만나는 소중한 여행이 되었다.

현장 속으로~ 종로구 실습실에서 만난 큰 감동
지난 7월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전통음식연구소 6층 실습실에서 진행된 '전통주 교육' 현장을 찾았다. 실습실 문을 열자마자 코끝을 간질이는 고소한 쌀 향기. 물이 팔팔 끓는 소리,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찜통, 그리고 기대감으로 반짝이는 시민들의 눈빛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졌다.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우리 술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모인 사람들이었다.

천천히, 정성스럽게! 순곡주 빚기의 모든 과정
1단계는 '쌀과의 첫 만남'이다. 1인당 500g씩 씻은 찹쌀은 미리 준비되어 있었다. 찹쌀을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씻었다고 한다.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쌀알들이 오늘만큼은 특별해 보였다. 5시간 동안 물에 불린 쌀은 통통하게 살이 올라 마치 진주알 같았다.

2단계는 찌고, 식히는 과정이다. 40분간 찌고 10분간 뜸 들이는 동안 실습실은 온통 구수한 쌀 향기로 가득했다. "김이 골고루 오르나요? 손가락을 사자 발톱처럼 펴서 밥알을 살살 펼쳐주세요." 강사의 지도에 따라 조심스럽게 밥을 펼치는 시민들. 누구 하나 서두르지 않고, 마치 아이를 돌보듯 정성스럽게 식혀나갔다.

3단계는 누룩과의 만남, 생명의 시작이다. 드디어 핵심 재료인 누룩 등장! 누룩 50g과 식힌 물 500mL를 넣고 고루 섞는 순간, 마법 같은 일이 시작되었다. "누룩은 여름에 잘 만든 것이 향이 좋아요. 이 작은 균들이 앞으로 10~15일 동안 열심히 일해서 술을 만들어줄 거예요." 손으로 직접 버무리면서 느껴지는 미묘한 온기와 촉감. 이것이 바로 '손맛'이구나 싶었다.

발견하는 즐거움: 술이란 무엇인가?
체험 중간중간 강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무척 흥미로웠다. "술은 인류가 만든 가장 오래된 발효 음료예요. 처음엔 우연히 만들어졌지만, 사람들이 그 기쁨을 알고 전통으로 이어온 거죠." 서양은 과일과 효모로 와인을 만들고, 동양은 곡물과 누룩으로 탁주(막걸리)를 만든다. 같은 발효주지만 재료와 방식이 다르다는 것, 막걸리가 '탁주', '농주', '제주', '회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좋은 막걸리는 단맛, 신맛, 매운맛, 쓴맛, 떫은맛이 조화를 이뤄야 해요. 이걸 오미(五味)라고 하죠."

생명을 키우는 조건들
술도 생명체라는 전통주 강사님의 말씀이 인상 깊었다. 잘 자라게 하려면 환경이 정말 중요하고, 재료 선택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찹쌀은 당분이 많아 부드럽고 풍미 깊은 술이 된다. 누룩은 여름에 잘 만든 것이 향이 좋고 잡내가 적다. 물은 끓여 식힌 깨끗한 물이 안전하다. 환경 관리의 비법으로는 온도를 23~25℃ 유지(28℃ 넘으면 안 됨)해야 하고, 용기는 숨 쉬는 옹기항아리가 최고다. 위생을 위해 손과 도구 는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술은 살아있어요. 사랑으로 키워야 좋은 술이 되죠."

함께하는 기쁨, 작은 마을잔치 같았던 하루
이날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 "어머, 손맛이 정말 좋으시네요!", "이게 바로 발효의 기쁨이군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정말 대단해요!" 나이 차이가 20살도 넘는 시민들이 한 팀이 되어 웃고 떠들며 함께 술을 빚는 모습은 마치 옛날 마을잔치를 보는 것 같았다. 특히 70대 어르신께서 "젊은 사람들이 이런 걸 배우려고 하니 기특하다"며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마음에 남는다.

발효는 계속된다
체험을 마치고 집으로 가져온 술독. 23~25℃를 유지하며 10~15일을 기다려야 한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니 정말 신기하다. 처음엔 조용하던 술독에서 이틀째부터 '톡톡'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작은 거품들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보면 정말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술은 단지 마시는 것이 아니다." 오늘 체험을 통해 깨달은 가장 소중한 것이다. 그 속엔 시간의 지혜가, 손의 정성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온기가 담겨 있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이런 소중한 전통을 지키고 전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배우려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오늘도 우리 집 술독에서는 발효가 계속되고 있다. 고요한 항아리 속에서 우리의 전통이, 문화가 조금씩 익어가고 있다. 마치 '톡톡' 거품이 피어나는 그 순간처럼 말이다.
종로구 돈화문로에 위치한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문청야
종로구 돈화문로에 위치한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문청야
 K-전통주로 발효의 지혜를 향유하다.©문청야
K-전통주로 발효의 지혜를 향유하다.©문청야
전통주 빚는 도구 ©문청야
전통주 빚는 도구 ©문청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전통음식연구소 6층 실습실에서 전통주 만들기 체험이 있었다. ©문청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국전통음식연구소 6층 실습실에서 전통주 만들기 체험이 있었다. ©문청야
4명의 시민이 한 팀이 되어 직접 술을 담그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문청야
4명의 시민이 한 팀이 되어 직접 술을 담그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문청야
순곡주 빚기 과정 ©문청야
순곡주 빚기 과정 ©문청야

한국전통음식연구소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 71 인산빌딩
○ 교통 : 지하철 1호선, 3호선, 5호선 종로3가역 7번 출구에서 28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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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문청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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