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렇게 살아갑니다!” 북한이탈주민의 이야기에 귀기울인 적 있나요?

시민기자 김진호

발행일 2025.07.17. 13:50

수정일 2025.07.17. 19:52

조회 843

7월 13~18일, 서울시 제2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행사 개최
7월 13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MZ세대 북한인권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김진호
7월 13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MZ세대 북한인권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김진호
혹시 지금 북한, 통일 등의 단어를 들어보면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는가? 아마도 의무교육을 받던 시기에는 북한, 통일과 관련된 교육, 체험을 자주 접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이런 주제와 우리의 삶이 서서히 멀어지는 기분도 느꼈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 주민과 그들의 인권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시는 7월 13일부터 18일까지 ‘제2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이는 북한 이탈 주민과 교감할 수 있는 자리를 목적으로 마련한 시민 공감 문화 행사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기념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관련 문화 행사를 개최했다. ©김진호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기념해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관련 문화 행사를 개최했다. ©김진호

‘북한이탈주민의 날’의 유래

7월 14일‘북한이탈주민의 날’이다. 아마도 이런 기념일이 있었는지 생소한 이도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날은 2024년부터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 이탈 주민 지원의 기반이 되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 시행일과 같은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서울시는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에 따라 2024년부터 ‘북한이탈주민의 날 주간 행사’를 시행했고, 올해가 그 두 번째를 맞는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포럼부터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유형의 행사가 개최된다. ©서울시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포럼부터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유형의 행사가 개최된다. ©서울시
이번 2025년 행사 포스터를 확인하면 인권 포럼부터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행사 중에서도 1개는 꼭 참여해 보자 다짐했는데, 생각해 보니 중장년의 북한 이탈 주민이 방송에 출연하는 모습은 본 적이 있으나 또래를 본 기억은 없다. 그래서 7월 13일에 개최한 ‘MZ세대 북한인권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보기로 했다.
  • 북한 이탈 청년들의 인터뷰가 수록된 책자를 받았다. ©김진호
    북한 이탈 청년들의 인터뷰가 수록된 책자를 받았다. ©김진호
  • SEMA 홀에 입장하니 청년들의 인터뷰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진호
    SEMA 홀에 입장하니 청년들의 인터뷰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진호
  • 북한 이탈 청년들의 인터뷰가 수록된 책자를 받았다. ©김진호
  • SEMA 홀에 입장하니 청년들의 인터뷰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진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MZ세대 북한인권 토크콘서트’

‘MZ세대 북한인권 토크콘서트’는 시청역 10번 출구 인근에 위치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되었다. 입구에 도착해 건물을 바라보니 매우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입장한 후 북한 이탈 청년들의 인터뷰가 수록된 책자를 받았다.

이후 토크콘서트가 진행되는 지하 1층 SEMA 홀에 들어가니 책자에 나온 청년들의 인터뷰 영상이 상영되는 것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뷰 내용은 청년들이 30년 후 한반도의 모습이 어떨지 상상해 보며 통일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다. 성인이 되고 난 후, 이런 이야기를 접하는 것은 참 오랜만이라 느꼈다.
‘MZ세대 북한인권 토크콘서트’ 출연진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김진호
‘MZ세대 북한인권 토크콘서트’ 출연진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김진호

북한 이탈 청년들의 경험을 공유한 ‘MZ세대 북한인권 토크콘서트’

데일리 NK 관계자가 사회를 맡았고 북한 이탈 청년, 다문화가정 청년 그리고 남한 청년이 각각 자리하여 자신을 소개하며 시작되었다. 4명의 청년 중 2명은 탈북한 지 10년 이상이 지난 청년들이었다. 사회자가 청년들에게 공통 질문을 던지고 각자 답한 후 참여 패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MZ세대 북한인권 토크콘서트’에 참여한 계기를 묻는 공통 질문부터 시작했다. 먼저 북한 이탈 청년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이라는 단어가 매우 생소하며 접할 기회가 없고, 남한에 도착한 후에 '인권'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고 했다. 그래서 보다 많은 북한 주민들이 기본적인 인권을 누릴 수 있도록 북한에서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참여했다고. 남한 청년 역시 관련 학회 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 중인데 실제로 북한 이탈 청년을 만나본 적이 없어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를 기회로 여겨 참여하게 되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북한 이탈 청년들에게 탈북의 계기를 묻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한 청년은 진로를 고민하는 시기에 교사를 희망하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진로 상담 중 어머니께서 탈북하여 본인이 원하는 진로를 택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렇다면 대안으로 군에 입대하고 싶다고 했으나 탈북민의 자녀는 군 입대 역시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스스로 원하는 직업을 택할 수 없음에 불합리함을 느껴 탈북을 결심했다고 한다.

다른 북한 이탈 청년은 부모님의 급여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부업을 통해 추가 수입을 확보했으나 부업 활동을 검거당해 불이익을 받게 되었고 처벌당하는 모습에 불합리함을 느껴 탈북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불합리한 경험을 토대로 자유를 향해 용기를 낸 것이다.

이후 북한 이탈 청년들이 탈북하여 남한으로 입국한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다. 국경을 건너 여러 국가를 경유하여 남한에 입국하는 과정은 듣기만 해도 험난했다. 중간중간 메모를 하며 듣고 있었는데 이 순간만큼은 자연스레 펜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자유와 인권의 소중함을 알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김진호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자유와 인권의 소중함을 알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김진호

남한 청년들의 질문이 이어진 ‘MZ세대 북한인권 토크콘서트’

공통 질문 시간을 마친 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주로 남한 청년들이 질문을 했는데, 탈북 과정이나 북한 주민들이 겪는 현실에 대한 상세한 질문이 이루어졌다. 북한 이탈 청년들이 답변을 한 후에 데일리 NK 관계자(사회자)가 보완 설명을 이어갔다.

질의응답 내용을 듣고 가장 놀랐던 부분은 북한이 2001년 2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했으며 유엔(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협약 이행 사항을 다룬 보고서를 3회나 제출했다는 점이었다. 이렇듯 겉으로는 국제 정세에 발빠르게 대응하면서도 실질적 인권은 개선되지 않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가로 북한의 통일 인식 수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북한도 과거에는 통일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이어갔으나 최근에는 남한의 체제를 전복할 수 없다고 여겨 남한도 통일에 관심이 없다는 방향으로 교육 내용을 수정했다고 한다. 우리의 통일에 대한 인식이 북한에 영향을 주고 있었음을 처음으로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토크콘서트를 마무리하며 북한 이탈 청년들은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참여하여 이 자리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사실 관객은 20여 명 정도라 그리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나 자신, 한 명의 관심도 참 소중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 서울도서관에서는 ‘북한 실상 웹툰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김진호
    서울도서관에서는 ‘북한 실상 웹툰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김진호
  • 북한 10대 소녀 은경이의 생활과 실상을 그린 웹툰 <은경이 일기> 전시가 열린다. ©김진호
    북한 10대 소녀 은경이의 생활과 실상을 그린 웹툰 <은경이 일기> 전시가 열린다. ©김진호
  • 서울도서관에서는 ‘북한 실상 웹툰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김진호
  • 북한 10대 소녀 은경이의 생활과 실상을 그린 웹툰 <은경이 일기> 전시가 열린다. ©김진호

서울도서관에서 열리는 ‘북한 실상 웹툰 전시’

‘MZ세대 북한인권 토크콘서트’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북한 이탈 청년의 경험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또 언제 있을까 싶었다. 서울시립미술관으로부터 멀지 않은 서울도서관에서도 7월 13일부터 18일까지 ‘북한 실상 웹툰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머리도 식힐 겸 웹툰 전시도 함께 관람하기로 했다.
  • 서울도서관에 입장하면 <은경이 일기> 웹툰이 전시된 것을 볼 수 있다. ©김진호
    서울도서관에 입장하면 <은경이 일기> 웹툰이 전시된 것을 볼 수 있다. ©김진호
  • <은경이 일기>를 통해 북한의 관심을 고취하고자 하는 안내문이다. ©김진호
    <은경이 일기>를 통해 북한의 관심을 고취하고자 하는 안내문이다. ©김진호
  • 서울도서관에 입장하면 <은경이 일기> 웹툰이 전시된 것을 볼 수 있다. ©김진호
  • <은경이 일기>를 통해 북한의 관심을 고취하고자 하는 안내문이다. ©김진호

서울도서관의 웹툰 <은경이 일기> 전시

서울도서관 입구에 들어서니 <은경이 일기> 웹툰이 전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은경이 일기>는 북한의 10대 여학생 은경이가 학교와 가정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웹툰으로 제작한 것이다. 1화의 매 컷이 출력되어 전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읽어보니 고등학생 은경이는 학교에서 선생님이 퇴비를 가져오라는 지시를 했는데 구할 곳이 없어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퇴비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북한에서는 퇴비가 부족하여 학생들에게도 징수하는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처벌이 내려질 수도 있다고 한다. 서울도서관에 방문한 다른 서울 시민이 <은경이 일기>를 감상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서울 시민이 <은경이 일기> 웹툰을 감상 중이다. ©김진호
서울 시민이 <은경이 일기> 웹툰을 감상 중이다. ©김진호
  • 도서관 내부에 입장하면 입구의 뒷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김진호
    도서관 내부에 입장하면 입구의 뒷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김진호
  • <은경이 일기> 웹툰 1화를 북한연구소 누리집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진호
    <은경이 일기> 웹툰 1화를 북한연구소 누리집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진호
  • 도서관 내부에 입장하면 입구의 뒷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김진호
  • <은경이 일기> 웹툰 1화를 북한연구소 누리집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진호

원래는 웹툰이 아니었던 <은경이 일기>

서울도서관 안으로 들어서면 <은경이 일기> 1화의 후반부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퇴비를 마련하는 은경이는 또 다른 과제를 부여받게 된다. 웹툰을 관람하던 중 서울도서관 관계자가 <은경이 일기> 웹툰에 대해 설명해 줬다. 원래는 2024년에 책으로 발간되었던 <은경이 일기>가 시민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웹툰화된 것이었다.

또한 <은경이 일기> 웹툰 1화 전체는 북한연구소 누리집에서도 감상할 수 있으며 남한의 평화와 우리가 누리는 권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잠시 설명해 줬다.
웹툰 <은경이 일기>의 기반이 되는 서적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김진호
웹툰 <은경이 일기>의 기반이 되는 서적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김진호
서울도서관에서 전시 감상을 마치고 광장에 나오니 아이들이 분수대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더운 여름날 시원하고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고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다.

작년부터 7월 14일이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된 것도 잘 알지 못했다. 동시에 성인이 된 이후 북한 주민의 삶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음을 느꼈다. 한 명의 청년으로서 통일이라는 거대한 이슈에 있어서는 행동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이들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토크콘서트에서 마주한 청년들은 정말 나의 또래였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음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이야기를 외면할 수만은 없었다. 올해를 계기로 매년 찾아올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마음에 새길 수 있을 듯하다.

‘제2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행사’는 7월 18일까지 진행된다. 앞서 소개한 토크콘서트 외에도 ‘남북 이음 토크 콘서트’, 뮤지컬 <엄마라고 부르고 여자라 쓴다>, 연극 <꿈을 찍는 사진관>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니 관심 있다면 참여해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제2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주간 행사

뮤지컬 <엄마라고 부르고 여자라 쓴다>
 - 일시 : 7월 13일 14:00 / 장소 : 서울시청 다목적홀
MZ세대 북한인권 토크콘서트
 -일시 : 7월 13일 14:00 / 장소 : 시립미술관 SEMA홀
북한 실상 웹툰 전시
 -일시 : 7월 13~18일 / 장소 : 서울도서관 1층
북한 인권 서울포럼
 -일시 : 7월 15일 14:00~16:30 / 장소 : 서울시청 디목적홀
남북 합동 앙상블 클래식 콘서트
 -일시 : 7월 16일 11:00 / 장소 : 서울시청 다목적홀
연극 <꿈을 찍는 사진관>
 -일시 : 7월 16일 15:00 / 장소 : 서울시청 다목적홀
남북 이음 토크콘서트
 -일시 : 7월 16일 18:00 / 장소 : 시립미술관 SEMA홀
북한인권 타큐멘터러 < 온갈>
 -일시 : 7월 17일 10:00 / 장소 : 시립미술관 SEMA홀
남북 상호이해 토크콘서트
 -일시 : 7월 17일 14:00 / 장소 : 시립미술관 SEMA홀

시민기자 김진호

일상의 소중함과 따뜻함을 전하는 서울시민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