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과 조명이 만들어낸 도심 속 쉼터 우이천, 서울의 밤을 바꾸다

시민기자 장신자

발행일 2025.07.03. 12:51

수정일 2025.07.03. 14:35

조회 842

밤이 되면 도시의 많은 장소들이 문을 닫지만, 우이천은 오히려 활짝 열린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LED 조명은 눈에 띄게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고 따뜻하다.

조명이 반사된 물결은 부드럽게 흐르고, 그 위로 산책하는 시민들의 실루엣이 겹쳐진다. 달빛쉼터의 나무 벤치에는 저마다의 밤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어떤 이는 이어폰을 끼고 눈을 감은 채 강바람을 맞고 있었고, 또 어떤 이는 친구와 함께 치킨을 나눠 먹고 있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우이천 야외무대 앞에서 스마트폰 삼각대를 세우고 스트레칭을 하던 여성의 모습이다. 불빛 아래 혼자 운동을 하는 그녀의 실루엣은 고요하고도 힘찼다.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았고, 그녀도 누구도 의식하지 않았다. 우이천은 그런 공간이었다.

머물고 싶은 밤, 걷고 싶은 강변

예전의 우이천은 그냥 운동하는곳, 빠르게 지나쳐야 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시민들은 우이천에 ‘머무르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나란히 조용히 있는 노부부, 반려견을 데리고 강변을 따라 걷는 가족, 운동복 차림으로 자전거를 밀며 걸어가는 청년... 모두가 저마다의 밤을 보내고 있었다.

활력운동마당 옆 잔디공간에서는 두 명의 중년 여성이 돗자리를 깔고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라이트 하나 없이, 오직 하천의 조명과 달빛만으로 충분해 보였다. 시민 정영순(62)씨는 “낮에는 더워서 잘 안 나오는데, 요즘은 저녁이 되면 꼭 산책을 나온다”며 “밤길이 무섭지 않고 조용해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고 말했다.

야간 하천의 가치, 서울시가 주목한 이유

우이천 수변활력거점은 서울시가 추진 중인 수변 재생 프로젝트의 시작점 중 하나다. 하천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흘러가는 물길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머무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서울시의 방향이 반영된 결과다.

우이천 외에도 정릉천, 중랑천, 도림천 등 여러 지천이 같은 방식으로 변화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밤’이라는 시간대에 활력을 부여한 우이천의 사례는 특히 의미 있다. 단지 ‘볼거리’가 아닌, 도심 속 야간 안전과 시민의 심리적 쉼을 동시에 고려한 공간으로 평가받는다.

혼자여도, 함께여도 좋은 밤

지난 6월 16일, 서울 강북구를 가로지르는 우이천이 시민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우이천 수변활력거점’이 공식 개장한 것이다. 개장 이틀 뒤인 6월 17일과 18일 밤, 필자는 이곳을 연이어 찾았다. 해가 진 뒤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이 공간의 진짜 매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 [관련 기사] 북한산 바라보며 물멍·산멍…우이천 수변활력거점 개장

그리고 한 가지를 확실히 느꼈다. 이곳은 혼자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공간이라는 것이다. 시끄럽지 않고, 위협적이지 않으며,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있다. 강변에 앉아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볼 수 있고, 걷다 지치면 자연스레 머무를 수 있는 ‘쉼의 리듬’이 있다.

우이천의 밤은 그 자체로 완성된 하나의 장면이다. 도시는 낮보다 밤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 수변 공간이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음악분수 가동 중. 노을과 분수, 우이천의 저녁이 시작된다. ©장신자
노을과 분수, 우이천의 저녁이 시작된다. ©장신자
우이천 야경 ©장신자
일상 속 여유, 빛으로 물든 계단 쉼터 ©장신자
강변을 따라 걷는 사람들, 새롭게 태어난 수변 공간 ©장신자
황혼에 비치는 유리 건물, 우이천의 새로운 랜드마크 ©장신자
 밤의 여백을 채우는 따뜻한 실내 공간 ©장신자
 밤의 여백을 채우는 따뜻한 실내 공간 ©장신자
노을 지는 창 밖 풍경 ©장신자
노을 지는 창 밖 풍경 ©장신자
서울 마이 소울( Seoul My Soul), 창에 비친 도시의 야경 ©장신자
서울 마이 소울( Seoul My Soul), 창에 비친 도시의 야경 ©장신자
  • 화분 사이로 흐르는 저녁의 온기 ©장신자
    화분 사이로 흐르는 저녁의 온기 ©장신자
  • 도심 속 쉼, 빛 아래의 이야기들 ©장신자
    도심 속 쉼, 빛 아래의 이야기들 ©장신자
  • 화분 사이로 흐르는 저녁의 온기 ©장신자
  • 도심 속 쉼, 빛 아래의 이야기들 ©장신자

우이천 수변활력거점

○ 위치 :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647-4
○ 교통 : 지하철 4호선 쌍문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1분

수변활력거점 10곳(2025년 7월 현재)

○ 2023년 : 홍제천(서대문)
○ 2024년 : 홍제천(종로), 도림천(관악), 도림천(동작), 불광천(은평), 불광천(서대문), 세곡천(강남), 고덕천(강동)
○ 2025년 : 안양천(구로), 묵동천(중랑)

시민기자 장신자

문화술과 취약계층을 주제로 사진 작업을 하며 소통하고,마음을 나누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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