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인, 관객 모두 "폭싹 좋았수다"…서울연극창작센터가 개관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5.04.08. 11:35

수정일 2025.04.08. 18:20

조회 385

서울연극창작센터는 연극의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연극 창작 지원 공간이다. ⓒ윤혜숙
서울연극창작센터는 연극의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연극 창작 지원 공간이다. ⓒ윤혜숙
지난 3월 20일(목) 오후 2시 개관식을 시작으로 서울연극창작센터가 문을 열었다. 지금 개관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서울연극창작센터는 연극 제작의 초기 단계부터 공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연극 창작 지원 공간이다. 서울연극창작센터가 문을 연 뒤 매주 목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공연이 열리고 있다. 개관식이 있던 그 주에는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그다음 주에는 ‘예술적 예술’이 무대에서 공연했다.
  • 1층에 있는 서울씨어터제로는 150석의 수납석을 가진 블랙박스 공연장이다.ⓒ윤혜숙
    1층에 있는 서울씨어터제로는 150석의 수납석을 가진 블랙박스 공연장이다.ⓒ윤혜숙
  • 5층에 있는 서울씨어터202는 202석 규모의 연극 전용 프로시니엄 극장이다.ⓒ윤혜숙
    5층에 있는 서울씨어터202는 202석 규모의 연극 전용 프로시니엄 극장이다.ⓒ윤혜숙
  • 1층에 있는 서울씨어터제로는 150석의 수납석을 가진 블랙박스 공연장이다.ⓒ윤혜숙
  • 5층에 있는 서울씨어터202는 202석 규모의 연극 전용 프로시니엄 극장이다.ⓒ윤혜숙
공연을 관람하기 전 서울연극창작센터 내부를 둘러봤다. 6층 건물로 지하 1층부터 6층까지 조성되어 있다. 층별 안내도를 살펴보니까 눈에 띄는 시설이 있다. 연극인을 위해선 무대가 있는 공연장이 필요하다. 두 곳의 공연장이 있다. 1층에 서울씨어터제로, 5층에 서울씨어터202가 있다. 서울씨어터제로는 1층 출입문을 열고 입장하면 정면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서울씨어터제로는 150석의 수납석을 가진 블랙박스 공연장이다. 5층에 있는 서울씨어터202는 202석 규모의 연극 전용 프로시니엄 극장이다. 비어 있는 극장에 서로 다른 창작진과 관객이 모여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3층에 연극인 오피스가 있어서 연극인을 위한 사무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윤혜숙
    3층에 연극인 오피스가 있어서 연극인을 위한 사무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윤혜숙
  • 2층에 있는 연극인 라운지는 연극인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다. ⓒ윤혜숙
    2층에 있는 연극인 라운지는 연극인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다. ⓒ윤혜숙
  • 3층에 연극인 오피스가 있어서 연극인을 위한 사무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윤혜숙
  • 2층에 있는 연극인 라운지는 연극인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다. ⓒ윤혜숙
공연장 외에 연극인을 위한 시설이 있다. 2층과 3층에 조성된 연극인 라운지, 3층에 조성된 연극인 사무실이다. 연극인을 위한 전용 공간이다. 연극인 오피스는 연극 분야 비영리법인과 단체의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네트워킹을 돕는 연극인 전용 사무공간이다. 장·단기 입주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어떤 단체가 입주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연극인 오피스에 입주한 연극 단체들간에 창작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윤혜숙
연극인 오피스에 입주한 연극 단체들간에 창작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윤혜숙
연극인 오피스 벽면은 반투명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서 실내가 보였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연극협회 사무실에 두 분의 여성이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강선숙 이사장(사단법인 한국여성연극협회)에게 센터가 개관한 것에 대한 소감을 묻자 “서울시에서 연극인을 위해 창작할 수 있도록 사무실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연극인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창작에 매진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을 제공해 주셨어요. 저희 연극단체가 32년 차에 이릅니다. 그동안 독립된 사무실을 갖지 못한 채 여러 사무실을 전전해 왔는데 이번에 센터에 사무공간을 마련한 셈이죠”라면서 환하게 웃는다. <br /><br />

<b>연극인 오피스</b>에는 여러 연극단체가 입주해 있다. 공용공간도 있어서 사무실에서 나오면 서로 마주칠 기회가 많단다. 단체별로 특색이 있는 만큼 공유할 수 있고, 정보도 교환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공간 임대료만 부담하고 나머지 사무용 가구, 비품 등을 제공받아서 무료로 쓰고 있어서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2층 연극인 라운지에서 극작가 고 윤대성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윤혜숙
2층 연극인 라운지에서 극작가 고 윤대성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윤혜숙
연극인 라운지는 연극인뿐만 아니라 센터를 드나드는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열린 문화 공간이다. 연극 관련 자료를 열람하고, 체험할 수 있다. 연극인 라운지에서 극작가 고 윤대성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극작가 윤대성이라고 하면 생소할 수 있다. 그는 대학 졸업 무렵 드라마센터의 연극 <햄릿>을 보고 매료되어 극작가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극작가가 된 후 드라마 <수사반장>, <알뜰가족>, <한지붕 세가족> 등의 인기 드라마의 극본을 썼다. 연극에서 작가와 연출가는 배우들처럼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센터에서 윤대성 극작가를 조명하는 것은 센터의 개관의 취지에 어울리는 것 같다. 4월 26일까지 열리고 있으니 센터 2층 연극인 라운지에 들르면 특별전을 관람할 수 있다.
6층에 리스테이지 서울이 있어서 연극인이 이곳에서 무대 의상 및 소품을 빌릴 수 있다. ⓒ윤혜숙
6층에 리스테이지 서울이 있어서 연극인이 이곳에서 무대 의상 및 소품을 빌릴 수 있다. ⓒ윤혜숙
6층 리스테이지 서울은 공연에 필요한 의상과 소품을 대여하고 위탁할 수 있는 의상·소품 창고다. 무대 의상과 소품이 갖춰져 있어서 따로 의상과 소품을 옮기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문이 닫혀 있지만 통유리창을 통해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2층에는 리스테이지 서울 체험관이 있다. 거기서 무대 의상을 입어보고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다.
서울씨어터202가 있는 로비에도 관객의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다.ⓒ윤혜숙
서울씨어터202가 있는 로비에도 관객의 휴식공간이 마련되어 있다.ⓒ윤혜숙
첫 공연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를 관람했다. 통속소설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보면, 지금의 이야기는 아니다. 1930년대 남성 중심의 문화예술사에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한 천재 여류작가 김말봉의 대표작 3편을 연작으로 각색했다. 3편의 이야기를 연결해 주기 위해서 남녀 두 명의 해설꾼이 무대에 등장한다.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서울연극창작센터에 있는 공연장 중 5층에 있는 서울씨어터202에서 상영했다. 공연이 시작하기 전 객석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관객이 객석을 채우고 있었다. 그동안 다녀봤던 소극장과 비교해 보면 좌석이 높게 배열되어 있었다. 그래서 앞사람의 뒤통수에 가려서 무대가 보이지 않는 고충은 없었다. 그만큼 객석을 오르내리는 계단이 가파르고 좁은 건 아쉬웠다.
개막 페스티벌 첫 공연작이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였다.ⓒ윤혜숙
개막 페스티벌 첫 공연작이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였다.ⓒ윤혜숙
공연이 끝난 뒤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를 연출한 정안나 연출가를 만나서 일문일답을 나눴다.

Q. 극단 수수파보리 연출가로 알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A. 극단 수수파보리는 2010년에 창단한 단체로, 개인의 이야기를 역사로 만드는 일이 예술이라는 기치 아래 연극이 수도나 전기처럼 모두에게 공급되는 세상을 꿈꾸는 단체입니다. 저는 극단 대표이자 극작, 연출, 제작을 하고 있는데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 공연을 통해 극장 안으로 들어오긴 했지만, 관객 이동형 야외 공연, 소위 장소 특정형 이머시브 연극 작업을 하는 창작자이기도 합니다. 극장이 아닌 곳에서, 연극을 단 한 번도 접하지 못한 분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예술이 모든 이들의 것’이라는 생각을 확신시켜 주니까요.

Q. 이번에 서울연극창작센터가 개관했습니다. 센터는 연극 제작의 초기 단계부터 공연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연극 창작 지원 공간입니다. 연극인으로서 센터가 개관한 것에 대한 소감을 들려주세요.
A. 연극 제작의 초기 단계부터 공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지원하는 공간이 생겼다는 게 기쁘기는 하지만 동시에 왜 이제야 생겼나 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합니다. 기초예술은 말 그대로 모든 예술의 기초가 되는 분야를 말합니다. 전 세계인이 열광하는 K-드라마의 저변에 대한민국 연극계가 있다고 봅니다. ‘오징어 게임’의 출연자들 대부분이 연극인이었고 ‘부산행’의 생생한 좀비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사실적인 환자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폭싹 속았수다’의 제주도민들 대부분이 연극인들입니다. 연극으로 탄탄하게 연기의 기반을 다진 분들이 영화나 드라마의 조, 단역으로 출연하니까 드라마의 리얼리티가 살아있을 수밖에요. 단 5분의 연기에 전 인생을 담는 연기를 하니 몰입도가 배가되며 드라마가 반짝거린다는 겁니다.
첫 공연을 찾아준 관객들이 빈 자리가 없을 만큼 객석을 가득 채웠다. ⓒ윤혜숙
첫 공연을 찾아준 관객들이 빈 자리가 없을 만큼 객석을 가득 채웠다. ⓒ윤혜숙
Q. 개관 기념 첫 공연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를 무대에 올렸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연출가로서 가장 주안점을 두셨던 부분은 무엇일까요?
A.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이하 통속 공연으로 표기)는 김말봉 선생의 정신, 즉 통속성을 기반으로 하는 공연입니다. 여기에서 통속성은 통할 통(通), 세상 속(俗), 즉 세상과 통하려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죠. 저에게 통속 공연은 김말봉 소설의 대중성을 통해 연극이 얼마나 대중적일 수 있는 장르이며 그 재미가 대체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자 만든 공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객의 즐거움이 최우선인 공연이라는 거죠.

Q. 1930년대 멜로드라마에 2025년 관객들이 열광했고, 저도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신파조로 빠지지 않고 청년들이 열광하게 만든 요소는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세요?
A. 모든 연극, 모든 드라마는 결국 인생의 단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마어마하게 멋진 인생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거기서 거기인, 알고 보면 참 평등한 게 인생이니까요. 우리네 인생이 근사해지는 건 그걸 대면하는 사람의 태도에 있으니까요. 통속 공연은 그걸 풀어내서 이 시대의 객관화된 눈으로 소통하려 하니까 관객들이 더 열광하게 되는 것 같아요.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가 끝난 뒤 배우들이 무대에서 인사하고 있다.ⓒ윤혜숙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가 끝난 뒤 배우들이 무대에서 인사하고 있다.ⓒ윤혜숙
Q. 그동안 수많은 공연장에서 공연하셨을 텐데요. 서울연극창작센터가 여느 공연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장단점이 있습니다. 서울씨어터202는 경사를 보면 아시겠지만, 높낮이 차가 높아 시야가 좋은 극장입니다. 아무리 좋은 극장도 앞사람의 머리를 미워하게 만든다면 그건 옳지 않다고 보는 데요, 그런 의미에서 서울씨어터202는 긍정적이죠. 다만 무대 높이가 높은 건 장점이나 가파른 객석으로 인해 대극장 발성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배우들이 발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이 로비에 머물면서 공연의 여운을 나누고 있다.ⓒ윤혜숙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이 로비에 머물면서 공연의 여운을 나누고 있다.ⓒ윤혜숙
Q. 마지막으로 서울연극창작센터 개관 관련해서 강조해서 말하고 싶은 게 있을까요?
A. 연극창작을 지원하는 곳이 생긴 것에 연극인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서울연극창작센터가 창작의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최초의 기관으로 단단하게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합니다. 창작자 관점에서 기획하고 움직이는 센터가 되길 희망합니다. 이 센터를 통해 연극인이 입는 옷이 가난이 아닌 예술이 되는 날을 꿈꿉니다.
주말마다 야외광장에서 열리는 프린지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즐겁다.ⓒ윤혜숙
주말마다 야외광장에서 열리는 프린지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즐겁다.ⓒ윤혜숙
개관 페스티벌 초청작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연극은 <통속소설이 머 어때서?!>를 시작으로, <예술적 예술>, <시간을 칠하는 사람>,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 <맹>이 이어진다. 해당 작품은 여러 연극제에서 수상했고,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우수한 작품이다. 관람료가 저렴해서 기자는 매주 한 편의 연극을 관람하기 위해 서울연극창작센터로 향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서울연극창작센터에서 초청작과 같은 우수한 작품이 많이 배출될 거라고 기대한다. 매주 목, 금요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 3일간 공연이 진행된다. 

서울연극창작센터가 개관했다. 진작에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센터가 연극 창작의 전 단계를 지원하는 기관을 표방하는 만큼 연극인들이 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길 바란다. 그래서 멋진 공연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결국 관객에게 즐거움과 위안을 선사해 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 센터에서 제작될 다양한 공연이 기다려진다.  

서울연극창작센터

○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 8
○ 교통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방면
○ 운영일시 : 화~금요일 11:00~20:00, 토·일요일 11:00~19:00 (매주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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