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과 북콘서트가 만났다! '이호철북콘서트홀' 개관 (ft.문예북흥 프로그램)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4.12.18. 13:15

수정일 2024.12.1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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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52주간 문예북흥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윤혜숙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52주간 문예북흥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윤혜숙
르네상스, 즉 문예부흥(文藝復興)은 14세기부터 16세기에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일어난 인간성 해방을 위한 문화 혁신 운동을 가리킨다. 지금 서울 은평구에서 ‘문예북흥’이 일어나고 있다. ‘문예북흥(文藝Book興)’이란 문학, 예술에 책을 덧붙인 신조어다.

은평구 불광동에서 50여 년간 작품 활동을 해온 이호철 작가의 문학 활동과 통일 염원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호철북콘서트홀이 설립되었다. 11월 30일 이호철북콘서트홀 정식 개관과 함께 책을 통해 은평의 문예부흥을 염원하는 문예북흥 교육 프로그램52주간 운영한다.
이호철문학관에 북 콘서트 역할이 추가되면서 이호철북콘서트홀이라고 이름 지었다. ©윤혜숙
이호철문학관에 북 콘서트 역할이 추가되면서 이호철북콘서트홀이라고 이름 지었다. ©윤혜숙
이호철북콘서트홀은 이호철문학관에 북 콘서트 역할이 추가된 공간이다. 북 콘서트는 작가와 독자가 자발적으로 만나는 것이다. 이곳을 북 콘서트 전용 공간으로 만들자고 해서 이름도 이호철북콘서트홀로 지었다고 한다. 지금 이곳은 150명 가량 수용할 수 있다. 30명 가량 수용할 수 있는 별도의 작은 방도 있다. 작가, 지역의 문학 동아리, 서점 출판사에서 이곳을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길 바란다고 했다.

또한 생전에 이호철 작가가 쓴 작품을 '분단문학'이라고 일컬었다. 이것은 남북 분단만이 아니라 우리끼리 서로 갈라지고 토막 나고 갈등하는 상황을 되돌려서 화합하자라는 뜻도 담겨 있다. 이곳에서 작가를 초청해서 문예북흥을 열고 있지만, 이호철북콘서트홀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다.
이호철 작가의 <탈향>에 등장하는 배경인 화차를 이호철북콘서트홀의 상징물로 배치했다. ©윤혜숙
이호철 작가의 <탈향>에 등장하는 배경인 화차를 이호철북콘서트홀의 상징물로 배치했다. ©윤혜숙
이호철북콘서트홀 안쪽에는 화차를 공간의 상징물로 배치해 놓았다. 이호철 작가의 1955년 등단작 <탈향>은 6.25전쟁 당시 작가의 경험 체험을 다룬 자전적 소설이다. 그 작품의 배경이 화차다. 원산에서 부산으로 피난 와서 기차역에 세워져 있는 화차 빈칸에 들어가서 잠을 자다가 새벽에 기차가 움직일 때 기차 칸에서 뛰어내리다가 죽는 게 소설의 내용이다. 기차는 멈춰 있는 게 아니라 달려야 하는 게 그 존재 이유인 만큼 이호철 작가의 문학 세계가 정체되어 있지 않고 힘차게 달려간다는 뜻을 내포한다.
  • 이호철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은 벽면에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이동형이다. ©윤혜숙
    이호철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은 벽면에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이동형이다. ©윤혜숙
  • 이호철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가변적이라서 접었다가 펼칠 수도 있다. ©윤혜숙
    이호철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가변적이라서 접었다가 펼칠 수도 있다. ©윤혜숙
  • 이호철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은 벽면에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이동형이다. ©윤혜숙
  • 이호철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가변적이라서 접었다가 펼칠 수도 있다. ©윤혜숙
이호철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도 벽면에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이동형이다. 또한 가변적이다. 화물 상자라서 접었다가 펼칠 수도 있다. 화물 상자를 펼치면 이호철 작가의 전시물과 미디어아트를 관람할 수 있다. 화물 상자를 접으면 그만큼 북콘서트홀 공간이 넓어진다.
‘누구에게나 시적 순간이 있다’라는 주제로 황지우 시인의 강연이 열렸다. ©윤혜숙
‘누구에게나 시적 순간이 있다’라는 주제로 황지우 시인의 강연이 열렸다. ©윤혜숙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중략)
<너를 기다리는 동안> 중에서 - 황지우 시인-
12월 7일,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열린 두 번째 문예북흥 프로그램으로는 황지우 시인과의 만남이 있었다. 전남 해남에서 상경한 황지우 시인은 ‘누구에게나 시적 순간이 있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황지우 시인의 시를 즐겨 읽어 본 독자라면 황지우 시인을 지근거리에서 만나고 싶었을 것이다. 시인으로 살아가는 그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황지우 시인이 그의 작품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윤혜숙
황지우 시인이 그의 작품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윤혜숙
황지우 시인은 '언령(言靈)'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언령은 '말의 혼'을 뜻한다. 언령이 들어 있는 글을 쓰면 독자가 알아본다. 좋은 글은 작가의 언령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그것을 독자가 기가 막히게 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황 시인이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숨에 써 내려간 허접한 시라고 표현했다. 그런 시가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라디오 방송에서 DJ 김세원이 시를 읽자 그 시가 널리 퍼졌다고 한다. 지금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황지우 시인은 이산 가족이 상봉하는 날,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라는 시를 바친다는 것을 듣자마자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제 <너를 기다리는 동안>은 내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것이다"라면서 "그때 이 시와 이별했다”라고 말했다.
황지우 시인은 시를 쓰려면 읽고 쓰기가 좋은 학습법이라고 했다. ©윤혜숙
황지우 시인은 시를 쓰려면 읽고 쓰기가 좋은 학습법이라고 했다. ©윤혜숙
황지우 시인은 시를 쓰려면 읽고 쓰기가 좋은 학습법이라고 했다. 평론가의 눈치를 보지 말고, 독자를 내려다보면서 글을 쓰라고 주문했다. 그렇게 하면 글이 잘 나오고 자연스러워진다. 그리고 글은 작가의 것이 아니다. 그 글을 필요로 하는 독자의 것이다. 시는 발견하는 것이다. 깨달음이다. 누구나 다 시인이 될 필요는 없지만, 자연을 바라보면서 느끼는 시심은 지니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강연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황지우 시인의 친필 사인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섰다. ©윤혜숙
강연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황지우 시인의 친필 사인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섰다. ©윤혜숙
강연이 끝나자 많은 참여자들이 시인 앞에 몰려들었다. 시집에 사인을 받은 김강환 군에게 짧게 소감을 물었다. “시심과 시를 쓰는 것을 구별해서 말씀해 주신 게 기억에 남습니다. 모두가 시를 쓰면서 살 필요는 없지만, 시적 순간을 감지할 수 있는 오감은 열어둬야겠습니다.” 태릉에서 왔다는 김강환 군은 인스타그램에서 문예북흥 소식을 접하고 신청했다고. 
6월에 시집을 출간한 문원민 시인은 투병 중에 시를 쓰면서 치유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윤혜숙
6월에 시집을 출간한 문원민 시인은 투병 중에 시를 쓰면서 치유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윤혜숙
올해 6월에 시집을 출간한 문원민 시인이 마지막에 무대로 나와서 자작시를 낭독했다. 그는 미국에서 거주하던 2013년부터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작년에 귀국했고 지금 투병 중이라고 했다.

“투병 전후 글쓰기가 달라졌습니다. 불가능하고 끔찍해 보이는 고백을 가능하게 했으니깐요. 고백은 치유할 수 없는 것들을 가끔 치료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비어 있는 울림통에 텍스트를 넣어서 공명을 일으킨다’는 말처럼 시를 읽을 때 그렇게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문예북흥이 열리는 이곳은 모두에게 열린 새로운 형태의 문학관이다. ©윤혜숙
    문예북흥이 열리는 이곳은 모두에게 열린 새로운 형태의 문학관이다. ©윤혜숙
  • 이호철북콘서트홀의 열린 공간에 이호철 작가의 서재를 꾸며 놓았다. ⓒ윤혜숙
    이호철북콘서트홀의 열린 공간에 이호철 작가의 서재를 꾸며 놓았다. ⓒ윤혜숙
  • 이호철 작가의 작품을 형상화한 여러 굿즈를 전시하고 있다. ©윤혜숙
    이호철 작가의 작품을 형상화한 여러 굿즈를 전시하고 있다. ©윤혜숙
  • 문예북흥이 열리는 이곳은 모두에게 열린 새로운 형태의 문학관이다. ©윤혜숙
  • 이호철북콘서트홀의 열린 공간에 이호철 작가의 서재를 꾸며 놓았다. ⓒ윤혜숙
  • 이호철 작가의 작품을 형상화한 여러 굿즈를 전시하고 있다. ©윤혜숙
문예북흥이 열리는 이호철북콘서트홀은 모두에게 열린 새로운 형태의 문학관이다. 이호철 작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름이 이호철문학관이 아니라 이호철북콘서트홀이다. 여느 문학관과는 다른 점이 있다. 기존의 문학관이 '작가와 문학'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호철북콘서트홀은 일반 시민과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래서 이호철 작가의 작품 전시 공간을 측면에 배치하고, 중앙에는 관람객들이 문화예술에 참여할 수 있는 북콘서트홀 전용 공간으로 구성했다.

북 콘서트가 열리지 않을 때 이곳은 시민들의 공간이 된다. 입구에 이호철 작가의 서재를 꾸며 놓았다. 불광역 근처를 오가다 이곳에 들러서 이호철 작가의 작품도 살펴보고 혼자 책을 읽거나 여럿이 독서 모임 등을 할 수도 있다. 또한 매주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문예북흥에 참석해서 문예 향연을 즐겨도 좋을 것이다.

이호철북콘서트홀

○ 위치 :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 767 호반베르디움스테이원 102동 2층
○ 교통 : 지하철 3호선 불광역 8번 출구에서 400m
○ 운영시간 : 화~일요일 10:00~21:00(종료 1시간 전 입장 마감)
○ 휴무 : 월요일
누리집
인스타그램
○ 문의 : 02-351-8581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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