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나루역에서 광진교로 가는 길에는 ‘너븐나루 정원’이 조성돼 있다. ⓒ이선미
- 광나루는 1936년 광진교가 세워지면서 나루터로서의 기능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선미
발밑엔 유유히 흐르는 한강이…교각 아래 이색 전망대 '광진교8번가'
발행일 2024.11.26. 16:49
한강 광진교 여덟 번째 교각 아래 전망대 ‘광진교8번가’가 한강뷰 맛집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선미
전에는 천호역 쪽에서 들어섰는데 이번에는 광나루역에서 내려 걸었다. 길가에 조성된 ‘너븐나루 정원’에서 넓은 강폭에 있었던 나루, 광나루의 자취를 볼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전국 각지의 곡물과 목재 등이 운송되었고 행인과 상인들이 들어가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했던 광나루는 1936년 광진교가 세워지면서 나루터로서의 기능에 마침표를 찍었다.
비 예보가 있어서 흐린 날씨에 단풍 든 나뭇잎의 채도가 도드라졌다. 광진교는 여전히 호젓했다. 다리에 조성된 꽃밭에도 붉고 노랗게 물이 들었다. 한강대교에 이어 한강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이 다리는 한국전쟁 때 폭파됐다가 다시 복구되기도 했다. 1994년에는 노후 시설로 홍수 피해까지 겹쳐 아예 철거됐다가 2003년 새롭게 건설됐다.
광진교는 1936년 지어졌다가 2003년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건설되었다. ⓒ이선미
이어서 자전거도로와 접속도로가 만들어졌고, 2009년에는 녹지보행로를 조성하면서 경관조명도 설치했다. 이때 한강 교량 가운데 처음으로 다리 아래에 전망대를 설치했다. ‘리버뷰8번가’라고 불렸던 이 멋진 쉼터는 이후 ‘광진교8번가’로 이름을 바꿨다.
광진교 초입에 ‘광진교8번가’에 대한 소개도 있다. ⓒ이선미
보행자 도로는 한강 전망을 방해하는 장애물도 없고 녹지도 조성돼 있어서 양옆으로 펼쳐지는 한강의 풍광을 바라보며 걷거나 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길이다. 더더욱 군데군데 나지막히 두세 개의 계단도 만들어 더욱 편안하게 쉴 수 있다. 자전거로 달리다 느긋하게 여유를 부릴 수도 있는 곳이다.
넓은 나무 데크길로 걷기에 좋게 조성돼 있다. ⓒ이선미
가을 단풍과 한강 풍경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 좋다. ⓒ이선미
광나루역에서 걸어오다 보면 '광진교8번가'는 맞은편에 있다. 여러 곳에 횡단보도가 설치돼 있지만 잘 확인하고 건너야 한다. ☞ [관련 기사] 여기가 한강 뷰 맛집! '광진교8번가' 이색 명소로 주목
맞은편에서 본 광진교8번가 ⓒ이선미
생각보다 이용하는 시민이 많았다. 광진교8번가로 들어서려는데 어르신들도 따뜻한 차를 들고 올라가셨다. 들어서는 입구 난간에 '광진교8번가 시설 내부에는 화장실이 없습니다'라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어 무서운데?” 친구들과 함께 계단에 들어선 한 시민이 망설이며 말했다. “괜찮아. 내려와 봐.” 그들을 따라 광진교8번가로 내려가는 계단에 서니 살짝 긴장이 되었다. 한강으로 내려서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한강 다리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이 실감되었다.
광진교8번가로 내려가는 계단은 한강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선미
광진교8번가에는 ‘라운지’와 ‘공연장’이 있다. 공연장은 프로그램이 있을 때만 열려서 들어가보지 못했다. 데크를 쭉 돌아 자동문을 찾아 라운지에 들어섰다.
광진교8번가는 데크로 걸어 들어가 자동문으로 출입할 수 있다. ⓒ이선미
문이 열리자 크지 않은 카페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발 아래 강화유리 바닥을 통해 보이는 한강 물빛이었다. 광진교 교각도 환히 내려다 보였다. 생각보다 아찔했다. 그런데 재미있었다. 이렇게 한강을 내려다본다는 게 좀 신기하기도 했다. 놀이동산에 들어선 것처럼 조금 긴장되면서도 설렜다.
데크를 따라 놓인 테이블과 빈백에 시민들이 머물렀다. 워낙 찾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라운지는 이용시간이 정해져 있다. 테이블은 2시간, 빈백은 1시간이다. 테이블에 앉아 스터디 하는 외국인들도 보이고 친구들과 나들이에 나선 중년의 여성들도 담소를 나눴다.
빈백에 누워 한강을 내다보며 쉬는 시민들 ⓒ이선미
한강 물빛이 내려다 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쉬고 있는 시민들 ⓒ이선미
라운지에는 외부 음식 반입이 안 된다. 그럴싸한 카페는 아니지만 간단하게 음료나 간식을 먹을 수는 있다. 카페를 이용하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어서 불편할 게 없었다. 책꽂이에는 책도 꽂혀 있고 보드게임도 여러 종 마련돼 있어서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책을 꺼내려면 강화유리를 밟고 책꽂이까지 가야 한다.
책꽂이에는 책도 있어서 시간을 보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선미
라운지 한쪽에서는 작은 전시도 진행 중이었다. 낯익은 배우들의 캐리커처도 보였다. 광진교8번가에서는 전시공간을 무료로 대관한다. 신청서를 작성해 이메일로 접수하면 검토와 심사를 거쳐 선발 여부를 전달해준다. 공연 역시 공연명, 내용, 시간, 출연자와 단체의 약력 등을 기재하고 계획서 등을 첨부해 신청하면 된다. 단, 전시와 공연은 10월까지만 진행된다.
시민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이선미
잠시 빈백에 누웠다. 라운지 통창으로 한강이 내다보였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었다. 라운지 안의 시민들도 여유를 즐겼다. 분위기에 적절한 음악이 흐르고 시민들도 조근조근 대화를 했다. 잠시 머물렀을 뿐이지만 라운지에서의 시간이 꽤 좋았다. 라운지에 들어선 시민들은 거의 대부분 강화유리 아래 한강에 눈길을 주며 활짝 웃었다. 사람들의 반응이 거의 비슷해 재미있었다. 유리 위를 걸어보기도 했지만 긴장된 표정은 그대로 드러났다.
라운지에 들어선 시민들이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유리 아래 한강을 찍고 있다. ⓒ이선미
사실 저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싶었다. ⓒ이선미
광진교8번가는 세계에서 3곳 밖에 없는 교각 아래 전망공간이라고 한다. 사실 광진교를 여러 번 오갔지만 이 공간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게다가 방문했던 시기가 대개 송년 즈음이어서 운영을 안 할 때였다. 얘기는 들었지만 처음 찾아가봤는데 생각보다 근사했다. 입소문으로 유명세를 탈 만했다.
한 가족이 자전거를 타고 광진교8번가를 찾았다. ⓒ이선미
아직은 강바람이 시원했다. 데크를 따라 한바퀴 둘러보았다. 광나루 한강공원과 롯데타워, 암사동 방향도 환히 들어왔다.
광진교에서 내려다본 한강공원 ⓒ이선미
한강공원에서 올려다본 광진교. 광진교8번가도 보인다. ⓒ이선미
광진교8번가는 11월 30일까지 운영한다. 겨울이 지나고 내년에는 3월 중순쯤 다시 열 예정이라고 한다. 자세한 일정은 광진교8번가 누리집을 통해 알 수 있다. 내년에는 광진교8번가의 라운지 공간을 확장하고 시설물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한다. SNS 등을 통해 더 알려지고 있는 광진교8번가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궁금해진다.
광진교8번가
○ 위치 : 서울시 강동구 천호2동 527-2 광나루한강공원 광진교 하부
○ 교통 : 5호선 광나루역, 천호역에서 도보로 15분
○ 운영시간 : 3월, 11월 12:00~18:00, 4월~10월 12:00~20: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추석·설날 당일 휴무
○ 누리집
○ 문의 : 02-476-0722
○ 교통 : 5호선 광나루역, 천호역에서 도보로 15분
○ 운영시간 : 3월, 11월 12:00~18:00, 4월~10월 12:00~20: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추석·설날 당일 휴무
○ 누리집
○ 문의 : 02-476-0722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