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길 '미술관 거리'에서 K-아트와 가을 산책 떠나요!

시민기자 김종성

발행일 2024.11.05. 14:57

수정일 2024.11.05. 15:29

조회 5,180

경복궁길에서 만나는 미술관 거리 ⓒ김종성
경복궁길에서 만나는 미술관 거리 ⓒ김종성
요즘 같은 가을날 지인과 만날 약속을 하게 되면 경복궁 돌담길을 자주 찾는다. 낙엽이 쌓여 푹신하고 운치 있는 돌담길을 여유롭게 걷기 좋은 데다, 경복궁을 둘러싼 돌담길가 곳곳에 문화·역사·예술을 보고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수두룩해서다.

경복궁 서쪽 '서촌'이라 불리는 통의동, 창성동 일대와 경복궁 동쪽의 '북촌' 초입에 있는 삼청동, 사간동 일대에 여러 미술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서촌과 북촌 구석구석에 개성 있는 갤러리들이 있는 건, 조선 시대에서 근대까지 많은 예술가들의 활동 무대여서지 싶다.
현대미술을 감상하고 느끼기 좋은 미술관 거리 ⓒ김종성
현대미술을 감상하고 느끼기 좋은 미술관 거리 ⓒ김종성
이번엔 경복궁 동쪽에 모여 있는 미술관 거리를 찾아가 보았다. 국립민속박물관 건너편에는 갤러리 현대, 금호 미술관, 학고재 갤러리, 사찰 안에 있는 불일미술관, 국제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 여러 미술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경복궁길 미술관거리’라는 명칭이 생겨난 거리다. 전시 기획자 혹은 큐레이터들의 끊임없는 연구와 상상력 넘치는 기획전시가 열리는 곳으로, 세계적인 현대미술 트렌드의 최전선인 공간이기도 하다.

미술관과 갤러리라는 말이 혼용되는 것 같지만 둘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업성이다. 미술관에는 전시 작품에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는 반면, 갤러리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갤러리는 작품 판매를 위해 미술품을 진열하고 전시하는 공간이자 작가와 작품을 고객과 연결하는 다리 역할도 하고 있다. 공통점이 있다면 이 거리의 미술관과 갤러리는 관람료가 따로 없다는 점이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부담 없이 현대 미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관장들이 함께 뜻을 모은 것이라니 고마운 일이다.
그림 속에 리듬과 율동이 들어간 현대미술 전시회 ⓒ김종성
그림 속에 리듬과 율동이 들어간 현대미술 전시회 ⓒ김종성
도심 속 사찰에서 불교 미술관도 만날 수 있다. ⓒ김종성
도심 속 사찰에서 불교 미술관도 만날 수 있다. ⓒ김종성
미술관에 전시된 다채로운 예술작품을 보며 감탄할 때마다 몸과 마음이 가을 단풍처럼 풍성해지는 기분이 든다. 내로라하는 국내의 유명 갤러리와 미술관이 줄을 잇는 거리에서는 늘 흥미로운 전시를 보여주고 있다. 1917년 화장실 변기를 전시한 마르셀 뒤샹의 파격적인 작품 이후, 개념미술, 실험미술 등으로 불리는 현대미술 세계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페인팅, 드로잉, 조각, 영상, 설치미술 등 다채로운 예술세계를 감상하다보면 저절로 심미안이 높아지는 듯하다.

미술관 거리에 있는 건물들은 모두 건축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예술작품이다. 가장 돋보이는 건물로 '미술관도 작품이 될 수 있구나' 싶은 곳은 국제 갤러리다. 노란색과 회색으로 어우러진 사선형 건물과 지붕에 ‘지붕 위를 걷는 여자’라는 조형물이 독특해 눈길을 끈다. 이것은 ‘해머링 맨’의 작가 보롭스키(Jonathan Borofsky)의 작품이다.

미술관 거리엔 눈길을 끄는 절도 있다. 불일미술관이라는 불교 전문 미술관을 품고 있는 '법련사'라는 사찰이다. 번잡한 도심 속 절 안에 마련된 야외 불전에서 천천히 108배를 하는 불자들 모습이 이채롭다.
한옥 외관을 한 학고재 갤러리 ⓒ김종성
한옥 외관을 한 학고재 갤러리 ⓒ김종성
미술관 거리 뒷마당에도 여러 갤러리가 있다. ⓒ김종성
미술관 거리 뒷마당에도 여러 갤러리가 있다. ⓒ김종성
한옥 갤러리 학고재는 한눈에 보면 미술관 같지 않은 한옥의 형태를 띄고 있어서 더욱 독특한 미술관이다. 학고재는 '옛것을 익히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미술관으로, 논어의 '옛것을 배워 새것을 창조한다(溫故而知新)'는 말에서 따왔단다. 외부에서 보면 아담한 한옥 집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꾸불꾸불 전시관이 쭉 이어져 있다. 옛 것의 형태를 한 전시관에서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이곳의 매력이다.

갤러리 관람 후 뒤로 이어진 골목 또한 산책삼아 거닐기 좋다. 작은 갤러리들과 야외에 전시된 작품들도 만나게 된다. 갤러리 현대 뒷마당에는 러시아풍 근대 건축물 두가헌 갤러리와 한옥 레스토랑 두가헌이 있다. 두가헌은 '매우 아름다운 집'이란 뜻으로 고종이 손헌황귀비 엄씨에게 선물한 한옥이다. 국제 갤러리 뒤쪽 골목엔 갤러리 3관까지 자리하고 있으니 놓치지 말아야 한다.
옛 국군기무사령부 건물을 살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정문 ⓒ김종성
옛 국군기무사령부 건물을 살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정문 ⓒ김종성
다채로운 현대미술 전시회가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김종성
다채로운 현대미술 전시회가 열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김종성
미술관 거리의 중심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들어서 있다. 열리는 전시회에 따라 관람료가 유·무료로 나뉘어져 있다. 정문은 엄숙한 분위기의 붉은 벽돌 건물인데, 옛 국군기무사령부 건물(서울시 등록문화재 375호)이었다고 한다. 쉼터 벤치가 있는 뒤뜰마당에는 복원된 조선시대 종친부 건축물(서울시 유형문화재 제9호)이 있다. 종친부는 조선왕조 역대 제왕의 의복을 관리하고 관혼상제 등 사무를 맡아보던 관청이다.

이 미술관의 또 다른 특징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원과 같은 개방형 미술관이라는 점이다. 출입구와 전시실로 통하는 입구가 여러 개다. 동선이 따로 없이 관람자 스스로 찾아갈 수 있게 했다. 현대미술은 난해하다라는 선입견과 부담을 갖지 않고 언제든 나들이 삼아 들를 수 있는 휴식공간 같은 느낌을 준다. 1층에 있는 미술가게에도 꼭 들르게 된다. 공예숍, 미술작품 상품숍, 디자인숍, 미술책방 등이 있으며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소장하고 싶은 굿즈들이 많다.
도심 공원 같이 편안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관 ⓒ김종성
도심 공원 같이 편안한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관 ⓒ김종성

국제갤러리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4
○ 운영일시 : 월~토요일 10:00~18:00. 일요일 10:00~17:00
누리집
○ 문의 : 02-735-8449

불일 미술관

○ 위치 : 서울 종로구 삼청로 10 법련사
○ 운영일시 : 월~일요일 04:30 - 20:00
○ 문의 : 02-733-5322

갤러리 학고재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50
○ 운영일시 : 화~토요일 10:00~18:00. 매주 월·일요일 정기휴무
누리집
○ 문의 : 02-720-1524

갤러리 현대

○ 위치 : 서울 종로구 삼청로 14
○ 운영일시 : 화~일요일 10:00~18:00.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누리집
○ 문의 : 02-2287-3500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위치 :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 운영일시 : 월·화·목·금·일요일 10:00~18:00. 수·토요일 10:00~21:00
누리집
○ 문의 : 02-3701-9500

시민기자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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