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화의 밤'에 운현궁 이로당 안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티타임

시민기자 김아름

발행일 2024.09.06. 10:11

수정일 2024.09.06. 17:07

조회 1,018

'서울 문화의 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운현궁 이로당 다도 체험 ©김아름
'서울 문화의 밤'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운현궁 이로당 다도 체험 ©김아름

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에 접어든다는 처서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부는 시원한 바람에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고즈넉한 달빛이야말로 가을밤에 느낄 수 있는 호사다. 가을밤의 정취를 따뜻한 차 한잔과 함께 궁에서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서울시는 흥선대원군의 사저였던 운현궁에서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는 ‘서울 문화의 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고요함이 내려앉은 저녁, 운현궁에서 가을밤 낭만에 가만히 스며들어 보자.
흥선대원군과 대한제국 고종이 즉위 전 머물렀던 운현궁 ©김아름
흥선대원군과 대한제국 고종이 즉위 전 머물렀던 운현궁 ©김아름

흥선대원군의 삶이 담긴 ‘운현궁’

서울시 사적 제257호운현궁은 종로구 삼일대로에 위치해 있다. 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까지 잠시 살았던 잠저이며,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이 살았던 사저다.

고종이 즉위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때 운현궁의 신·증축이 진행됐고, 즉위 후 10년 동안 대원군의 위세가 높았을 때 운현궁의 위용은 극에 달했다. 특히 운현궁의 중심 건물인 노락당, 노안당의 모습이 매우 화려하고 웅장해 마치 왕궁과도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고 한다.

운현궁은 수직사, 노안당, 노락당, 이로당으로 이뤄져 있다. 운현궁 정문 오른쪽에 있는 수직사는 운현궁의 경비와 관리를 맡은 이들이 거처했던 곳이다. 노안당은 흥선대원군의 사랑채, 노락당은 가족들의 회갑이나 잔치 등 큰 행사 때 이용한 곳으로 고종과 명성황후의 혼례도 이곳에서 치러졌다. 이로당은 운현궁의 안채로서 ‘이로(二老)’는 흥선대원군과 부인 여흥 민씨를 의미한다.

고요한 저녁, 달빛 바라보며 직접 우려낸 향긋한 차 한잔으로 힐링

운현궁 이로당에서는 매달 ‘구름재 다실: 이로당 티타임’이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운현궁 누리집 내 체험 프로그램 공지 사항에서 체험 날짜 및 예약 링크를 확인할 수 있다. 회당 2인씩 10팀, 총 20명을 모집하는데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보니 오픈 시간에 맞춰 바로 예약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도 체험을 위해 준비된 다기 세트와 다과 ©김아름
다도 체험을 위해 준비된 다기 세트와 다과 ©김아름

예약자 확인을 하고 이로당에 들어서면 각 테이블마다 다도 체험을 위한 다기 세트와 다과가 준비돼 있다. 체험은 간단한 설명을 들은 후 자율로 진행되며, 카페에 온 것처럼 자유롭게 담소를 나누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맞이차로 매실차나 쌍화차를 고를 수 있다. ©김아름
맞이차로 매실차나 쌍화차를 고를 수 있다. ©김아름

자리에 앉으면 먼저 매실차나 쌍화차 중 원하는 것을 골라 맞이차를 즐길 수 있다. 먼저 시원하게 맞이차로 목을 축인 후 준비된 가이드에 따라 따뜻한 차를 우려 마셨다.
제일 먼저 숙우에 온수를 담아 식힌다. ©김아름
제일 먼저 숙우에 온수를 담아 식힌다. ©김아름
차호에 담긴 차를 다관에 옮겨 담는다. ©김아름
차호에 담긴 차를 다관에 옮겨 담는다. ©김아름
숙우에 담은 물이 식으면 다관에 부어 차를 우려낸다. ©김아름
숙우에 담은 물이 식으면 다관에 부어 차를 우려낸다. ©김아름

끓인 물을 식히는 대접인 숙우에 온수를 담아 식히고 차호에 담긴 차를 다관에 옮겨 담는다. 다관은 주전자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차를 끓여 담는 그릇이다. 숙우에 담은 물이 어느 정도 식으면 다관에 부어 차를 우려낸다. 차가 우러나면 찻잔에 담아 마시면 된다.
궁 밖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 ©김아름
궁 밖을 바라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 ©김아름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정갈한 다기를 이용해 차를 직접 우려내 마시니 차의 깊은 맛이 더 잘 느껴지는 듯했다. 차를 즐겨 마시는 편이 아닌데도 차가 너무 쓰지 않고 은은해서 따뜻하고 기분 좋게 마실 수 있었다. 게다가 궁에 앉아 어스름한 저녁 빛을 바라보고 차를 마시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졌다.
다과와 함께 차를 즐겼다. ©김아름
다과와 함께 차를 즐겼다. ©김아름

다과는 흑임자 약과, 백년초 한과 등이 준비돼 있었는데 차와 매우 잘 어우러지는 맛이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평소라면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을 텐데 궁 마루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한다는 것이 너무 특별하게 느껴졌다. 보통 카페처럼 시끌벅적하지도 않고 궁궐에 어울리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체험이 진행되는 50분 동안 일행과 담소도 즐겁게 나눴다. 이 시간이 얼마나 짧게 느껴지던지, 다음에 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다도 체험을 할 기회가 흔하지 않은데 직접 온수를 식히고 차를 옮기고 우려내는 과정을 체험해 보고 다기 등 용어도 알게 되니 그동안 어렵게 느껴지던 다도에 조금 가까워졌다. 이번 다도 체험을 계기로 앞으로는 즐겨 마시던 커피 말고 다양한 차 종류에도 관심을 가져볼 생각이다.

운현궁은 단풍 명소로도 유명하다고 하니 완연한 가을이 되면 다도 체험과 더불어 궁을 한 바퀴 돌면서 단풍 구경을 해도 좋겠다.
주요 시립 문화 시설 9개소에서 '서울 문화의 밤'이 진행된다. ©김아름
주요 시립 문화 시설 9개소에서 '서울 문화의 밤'이 진행된다. ©김아름

운현궁 외에도 서울역사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총 9곳에서 오는 12월까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니 이번 가을밤은 '서울 문화의 밤'과 함께 더욱 풍성하게 보내보자.

운현궁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삼일대로 464
○ 교통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에서 도보 2분
○ 운영시간 : 화~일요일 09:00~19:00(11월까지 매주 금요일 ~21:00, 입장 마감 : 20:30)
○ 운현궁 이로당 다도 체험 : 선착순 10팀(20명) 모집, 체험비 2만 원
○ 체험 프로그램 예약 ☞바로가기
누리집
○ 문의 : 운현궁 관리운영본부 02-766-9090

시민기자 김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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