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저리 가라네~" 손기정문화도서관에서 북캉스 만끽!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4.07.24. 14:04

수정일 2024.07.24. 14:04

조회 1,409

폭염과 폭우가 오락가락하는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뭔가를 계획하기도 어려운 날이 계속되는 가운데 손기정문화도서관을 찾았다. 도서관 인근의 손기정체육공원에서는 아이들이 더위를 잊은 채 뛰어놀고 있었다.
  • 서울역과 충정로역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손기정체육공원 ©이선미
    서울역과 충정로역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손기정체육공원 ©이선미
  • 무더위를 잊은 채 손기정체육공원 안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이선미
    손기정 기념공원 안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이선미
  • 서울역과 충정로역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손기정체육공원 ©이선미
  • 무더위를 잊은 채 손기정체육공원 안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이선미

손기정문화도서관이 멋지게 단장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찾아간 건 처음이었다. 카페보다 더 멋질뿐더러 요즘 가장 핫하다는 소문을 듣던 차였다.

천천히 입구를 찾아 올라가니 도서관보다 먼저 정원이 눈에 띈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출품된 작가정원 ‘기억을 걷는 시간’이었다. 산책로 앞에 적힌 안내문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전후 폐허에서 국제도시로 발전한 오늘의 서울을 하나의 정원 안에 통시적인 방식으로 묘사한다. 폐허의 서울에서 오늘의 서울을 보고, 오늘의 서울에서 옛 폐허의 서울을 보는, 말하자면 과거와 현재가 ‘서로를 말없이 마주하는 풍경’을 상상한다.”
  •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출품작 ‘기억을 걷는 시간’ 정원이 손기정문화도서관 앞에 조성돼 있다. ©이선미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출품작 ‘기억을 걷는 시간’ 정원이 손기정문화도서관 앞에 조성돼 있다. ©이선미
  • 손기정문화도서관 앞의 작은 산책로에는 ‘기억을 걷는 시간’ 정원이 펼쳐져 있다. ©이선미
    손기정문화도서관 앞의 작은 산책로에는 ‘기억을 걷는 시간’ 정원이 펼쳐져 있다. ©이선미
  •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출품작 ‘기억을 걷는 시간’ 정원이 손기정문화도서관 앞에 조성돼 있다. ©이선미
  • 손기정문화도서관 앞의 작은 산책로에는 ‘기억을 걷는 시간’ 정원이 펼쳐져 있다. ©이선미

어떤 의미에서는 고(故) 손기정 선수를 기억하는 이 공간에 아주 적절한 정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이곳에서는 ‘과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과거와 현재를 조금은 더 돌아보게 된다. 조금 더웠지만 정원 안을 걸어 보았다. 말 그대로 ‘기억을 걷는 시간’이었다.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는 어린이와 장애인, 노약자 등도 유아차나 휠체어를 타고 출입할 수 있도록 무장애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기억을 걷는 시간’에서는 경사로가 이어져 유아차나 휠체어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선미
‘기억을 걷는 시간’에서는 경사로가 이어져 유아차나 휠체어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선미

실은 도서관 입구에 조성한 ‘물의 정원’이 보고 싶었다. 숨막힐 정도로 더운 날씨였지만 물소리를 듣고 흩뿌려지는 물방울을 보며 시원해지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연못도 비어 있고 분수도 가동되지 않았다. 나중에 도서관에 들어가 물어봤더니 장마철과 겨울에는 운영하지 않는다고 한다. 비가 많이 내려 혹 범람할 수도 있어서 폭우가 예상되는 장마철에도 가동을 중단한다니 납득이 됐지만 살짝 아쉬었다.
‘물의 정원’은 장마철과 겨울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이선미
‘물의 정원’은 장마철과 겨울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이선미

물론 비어 있는 ‘물의 정원’이어도 나름대로 멋있는 공간이기는 했다. 특히 붉은 벽돌로 이루어진 벽과 기둥 사이의 여백 등이 오래된 멋을 자아냈다. ‘물의 정원’과 도서관 사이에 있는 통로에도 카페처럼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져 호젓한 시간을 누릴 수 있다.
도서관을 들어서면 ‘물의 정원’ 바로 옆으로 멋진 통로가 이어진다. ©이선미
도서관을 들어서면 ‘물의 정원’ 바로 옆으로 멋진 통로가 이어진다. ©이선미

외부도 분위기가 그윽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니 더더욱 마음이 편안해졌다. 1층에서 2층 사이에는 계단에 편안한 독서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곳은 때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객석이 되기도 한다.
계단에 만들어 놓은 독서 공간 ©이선미
계단에 만들어 놓은 독서 공간 ©이선미

작은 테이블들이 놓여 있는 1층 라운지에는 한쪽에 정기간행물이 마련돼 있었다. 다양한 주제의 잡지를 읽으며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 작은 테이블들이 놓여 있는 1층 라운지 ©이선미
    작은 테이블들이 놓여 있는 1층 라운지 ©이선미
  • 1층 라운지 안쪽에는 정기간행물도 준비돼 있다. ©이선미
    1층 라운지 안쪽에는 정기간행물도 준비돼 있다. ©이선미
  • 작은 테이블들이 놓여 있는 1층 라운지 ©이선미
  • 1층 라운지 안쪽에는 정기간행물도 준비돼 있다. ©이선미

안내데스크 안쪽으로는 북큐레이션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번 생은 환경지킴이’라는 주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공간에서는 도서관의 소식 등을 접할 수 있고 2층까지 올라가지 않아도 책을 반납하거나 자료를 검색할 수 있다.
  • 1층 안내데스크 안쪽에도 무인대출반납기와 자료검색대 등이 있다. ©이선미
    1층 안내데스크 안쪽에도 무인대출반납기와 자료검색대 등이 있다. ©이선미
  • ‘이번 생은 환경지킴이’라는 주제로 북큐레이션이 진행 중이다. ©이선미
    ‘이번 생은 환경지킴이’라는 주제로 북큐레이션이 진행 중이다. ©이선미
  • 1층 안내데스크 안쪽에도 무인대출반납기와 자료검색대 등이 있다. ©이선미
  • ‘이번 생은 환경지킴이’라는 주제로 북큐레이션이 진행 중이다. ©이선미

책을 읽고 대출할 수 있는 2층은 꽤 뜻밖이었다. 곳곳이 아주 다양한 형태로 꾸며졌는데, 하나하나 근사해 보였다. 물결처럼 유려한 곡선으로 이어지는 서가 사이로 혼자서 혹은 여럿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들이 숨어 있었다. 넓은 테이블 위로 샹들리에가 반짝이는 방도 있고, 마치 캠핑 온 듯한 공간들도 있었다.
  • 책을 읽거나 대출할 수 있는 2층 ©이선미
    책을 읽거나 대출할 수 있는 2층 ©이선미
  • 2층의 다양한 공간들 ©이선미
    2층의 다양한 공간들 ©이선미
  • 2층은 여러 가지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이선미
    2층은 여러 가지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이선미
  •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곳에서 독서와 사색을 즐길 수 있다. ©이선미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곳에서 독서와 사색을 즐길 수 있다. ©이선미
  • 책을 읽거나 대출할 수 있는 2층 ©이선미
  • 2층의 다양한 공간들 ©이선미
  • 2층은 여러 가지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이선미
  •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곳에서 독서와 사색을 즐길 수 있다. ©이선미

월계관을 쓰고 청동 투구를 손에 든 손기정 선수의 동상이 내려다보이는 창가로는 조금 더 낮은 테이블이 아늑하게 놓여 있고, 오래 머물러도 좋은 소파도 있다. 여러 가지 콘셉트의 공간이 이어졌다.
넓게 놓인 테이블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선미
넓게 놓인 테이블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선미
서가 사이에도 보물 같은 공간이 숨어 있다. ©이선미
서가 사이에도 보물 같은 공간이 숨어 있다. ©이선미

서울시에서는 7월부터 8월까지 도서관 방문 캠페인 ‘도서관은 쿨하다: 끄고 도서관으로!’를 진행하고 있다. 공공 도서관 180개소가 참여하는 이 캠페인은 시민들이 동네 도서관을 찾아 독서를 하며 각 가정에서의 에너지 소비를 줄여보자는 취지로 지난해 처음 진행됐다. 올여름도 지구온난화로 이상기후가 더 심해지고 있어 이런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캠페인에 참여하는 도서관에서 회원 가입을 하고 첫 번째 대출을 한 도서를 사진으로 남겨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면 추첨을 통해 기념품을 제공한다고 한다. 쾌적한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선물까지 받을 수 있는 즐거운 이벤트다. 8월까지 이어지는 캠페인 동참 도서관 목록과 위치, 운영시간 등은 서울도서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공 도서관 180곳에서 '도서관은 쿨하다: 끄고 도서관으로!' 캠페인을 펼친다. ©이선미
공공 도서관 180곳에서 '도서관은 쿨하다: 끄고 도서관으로!' 캠페인을 펼친다. ©이선미
손기정 선수 동상에서 바라본 손기정문화도서관 ©이선미
손기정 선수 동상에서 바라본 손기정문화도서관 ©이선미

손기정 선수의 자취를 찾아 손기정기념관으로

손기정문화도서관 외에 ‘손기정어린이도서관’도 있고 체육공원도 있다. 하지만 사실 중요한 곳은 '손기정기념관'이다. 원래 이 자리에 있었던 손기정 선수의 모교 양정고등학교가 목동으로 이전한 후 1987년 손기정공원을 조성했고, 2012년에는 손기정 탄생 100주년을 맞아 기념관을 개관했다. 흉상이 입구에 놓인 기념관에서는 손기정의 일대기 중심 전시가 이어진다.
손기정 선수의 모교 자리에 손기정기념관이 세워졌다. ©이선미
손기정 선수의 모교 자리에 손기정기념관이 세워졌다. ©이선미

우리나라 최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손기정 선수의 생애에서 무엇보다 회자되는 일은 ‘일장기 말소 사건’일 것이다. 일장기가 청산가리로 지워진 손기정의 신문 기사 사진은 지금 봐도 숙연해진다.
우리에게 가장 각인돼 있는 ‘일장기 말소 사건’의 그 장면도 만날 수 있다. ©이선미
우리에게 가장 각인돼 있는 ‘일장기 말소 사건’의 그 장면도 만날 수 있다. ©이선미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후 손기정 선수는 처음 태극기를 보았다. 몇 안 되는 베를린의 조선인들이 승리를 축하하는 자리에서 안중근 의사의 사촌인 안봉근이 태극기에 대하여 하나하나 설명해 주었다고 한다. 손기정은 그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온몸에 뜨거운 전류가 흐르는 듯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잃었던 조국, 죽었던 조국의 얼굴을 대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탄압과 감시의 눈을 피해 태극기가 살아 있듯 조선 민족도 살아 있다는 확신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엄혹한 일제의 지배 하에서 ‘조선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 애쓴 한 장면이었다.
“나는 한국인이다!” 손기정 선수의 글씨에서 질곡의 역사를 살아온 힘이 느껴졌다. ©이선미
“나는 한국인이다!” 손기정 선수의 글씨에서 질곡의 역사를 살아온 힘이 느껴졌다. ©이선미

손기정기념관을 나오니 다시 열기가 몰려왔다. 그래도 곳곳에 초록의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보니 산책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여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아직 장마는 끝나지 않았다. 더위와 비를 피해 건강하게 여름을 나야 할 때다. 집보다는 도서관, 가벼운 차림으로 집을 나서보자. 서울에는 생각보다 도서관이 많다. 가까운 곳에 있는 도서관을 찾아보는 여름, 조금 더 시원하고 조금 더 힘을 얻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손기정월계관 기념수’가 이제 아름드리나무로 자랐다. ©이선미
‘손기정월계관 기념수’가 이제 아름드리나무로 자랐다. ©이선미

손기정문화도서관

○ 위치 : 서울시 중구 손기정로 101-3
○ 교통 : 지하철 1·4호선·공항철도·경의중앙선 서울역 15번 출구에서 720m
○ 운영시간 : 화~일요일 09:00~22:00
○ 휴무 : 월요일, 법정공휴일
중구구립도서관 누리집
○ 문의 : 02-2230-2950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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