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찬 겨울나기, 도서관이 최고죠! 손기정문화도서관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23.01.06. 15:50

수정일 2023.01.06. 16:13

조회 5,593

 손기정체육공원에 세워진 ‘손기정기념관’ 전경
손기정체육공원에 세워진 ‘손기정기념관’ 전경 ©박분

찬바람 쌩쌩 부는 한겨울, 아이들에겐 놀이터가 되어 주고, 주민들에겐 생생한 생활정보를 나눌 수 있는 사랑방 같은 곳으로 도서관만큼 좋은 곳이 또 있을까? 덤으로 주변에 체육시설까지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서울 중구 손기정로에 위치한 손기정체육공원‘손기정문화도서관’‘손기정어린이도서관’이 바로 그런 곳이다. 수많은 도서관들이 산재해 있는 서울 도심에서 공원과 도서관, 체육시설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곳이라 할 수 있다.

손기정체육공원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한국인 최초로 금메달을 딴 손기정(1912~2002) 선수를 기념해 조성됐다.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모든 한국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던 ‘마라톤 영웅’ 손기정 선수를 기념한 공원이요, 도서관이니 더욱 각별하다.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 때 신었던 신발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 때 신었던 신발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박분
중림동 ‘손기정둘레길’에서 마주한 벽화, 손기정 선수의 일대기가 계단에 그려져 있다.
중림동 ‘손기정둘레길’에서 마주한 벽화, 손기정 선수의 일대기가 계단에 그려져 있다. ©박분

지하철 5호선 충정로역 5번 출구로 나오면 중림동에 조성된 ‘손기정둘레길’과 마주하게 돼 좀 더 수월하게 손기정체육공원에 닿을 수 있다.

손기정둘레길이 이어지는 길목 곳곳에는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 마라톤 우승 테이프를 끊는 순간을 비롯해 우승으로 받았던 청동투구, 올림픽 경기장에서 신었던 신발 등이 담벼락에 벽화로 그려져 있다. 특히 언덕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손기정 선수가 태어나 달리기를 하게 된 계기를 비롯해 어려움을 딛고 결국 불굴의 의지로 올림픽 우승을 이뤄내기까지의 과정이 벽화로 펼쳐져 선수 시절, 그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를 기념해 세운 ‘손기정동상’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를 기념해 세운 ‘손기정동상’ ©박분
올림픽 우승 당시 수여받아 심었던 대왕참나무의 모습
올림픽 우승 당시 수여받아 심었던 대왕참나무의 모습 ©박분

손기정체육공원에서는 ‘손기정기념관’을 비롯해 ‘손기정동상’과 손기정 선수가 올림픽 우승 당시 월계수를 대신해 수여 받아 이곳에 심었던 대왕참나무의 늠름한 모습도 볼 수 있다. ‘손기정동상’ 뒤편에 보이는 새로운 조형물도 눈길을 끈다. 이 조형물은 손기정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제작한 추모 조형물로 지난 2022년 11월에 설치했다. 추모 조형물은 2016년에 설치한 가슴에 태극기를 단 ‘손기정동상’의 설치 목적과 의의를 설명하면서 시민들에게 ‘진정한 승리자’ 손기정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손기정문화도서관 1층 라운지 모습
손기정문화도서관 1층 라운지 모습 ©박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긴 목재 의자와 방석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긴 목재 의자와 방석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박분

붉은 벽돌의 외관이 돋보이는 손기정문화도서관은 손기정기념관 뒤편에 위치했다. 손기정문화도서관은 재작년 11월 기존의 작은 도서관을 리모델링해 개관했다. 도서관 입구 앞 작은 분수가 보이는 곳은 ‘물의 정원’이지만 겨울철에는 물이 얼기 때문에 현재 운영을 멈춘 상태다. 

1층 라운지에는 카페와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다. 서가가 들어찬 열람실은 2층에 위치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스탠드 형태의 긴 목재 의자와 함께 방석이 놓여 있어 편안하고 한결 여유로운 느낌을 받게 된다. 
곡선형 서가가 돋보이는 손기정문화도서관의 실내 모습
곡선형 서가가 돋이는 손기정문화도서관의 실내 모습 ©박분
잘 정리된 서가를 장식하는 샹들리에 조명이 고풍스런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잘 정리된 서가를 장식하는 샹들리에 조명이 고풍스런 분위기를 연출해 준다. ©박분

손기정문화도서관의 서가는 유려한 곡선 형태로 멋스러움을 한껏 살렸다. 운동, 음악, 문학,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꽂혀 있는 곡선의 서가를 따라가다 보면 저절로 한 바퀴 돌게 된다.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곡선의 서가뿐만이 아니다. 은은한 샹들리에 조명이 앤티크한 서가와 조화를 이뤄 아늑함을 선사한다. 긴 테이블 위엔 꽃장식이 더해져 초대 받은 듯 가슴 설렌다. 
편안한 거실 분위기의 독서 공간
편안한 거실 분위기의 독서 공간 ©박분
도서관 창밖 풍경이 한폭의 그림 같다.
도서관 창밖 풍경이 한폭의 그림 같다. ©박분
다양한 콘셉트의 독서공간이 방문객을 즐겁게 한다.
다양한 콘셉트의 독서공간이 방문객을 즐겁게 한다. ©박분

집안 거실 같은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공간, 장작과 캠핑의자를 갖춘 내추럴한 공간, 스탠드 조명과 의자가 놓인 혼자만의 공간 등 다양한 개성적 공간에도 눈이 간다. 각각의 공간에 유리창도 따라와 시원한 바깥 풍경들을 선사하니 왜 이곳을 문화도서관이라 이름 지었는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손기정문화도서관은 화요일~일요일(월요일 휴관), 오전 9시~오후 10시까지 운영해 느긋하게 앉아 저녁 늦도록 책을 볼 수 있다.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회원으로 등록하면 2주 동안 책 10권까지 대출 가능하다. 
2020년에 개관한 2층 규모의 손기정어린이도서관 모습
2020년에 개관한 2층 규모의 손기정어린이도서관 모습 ©박분
손기정어린이도서관 1층에 자리한 어린이존에서 한 가족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손기정어린이도서관 1층에 자리한 어린이존에서 한 가족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박분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실내 놀이터와 계단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실내 놀이터와 계단 ©박분

손기정문화도서관 가까이에는 2020년에 개관한 2층 규모의 손기정어린이도서관이 있다. 1층은 유아, 어린이들을 위한 유아존과 어린이존이 자리했고, 2층은 영어책을 읽을 수 있는 영어존으로 동화와 그림책 등 다양한 영어책을 구비했다. 

문을 열자 중앙의 나선형 계단이 먼저 눈에 띄었다. “아름다운 언어를 사용해주세요”, “아이들이 자라고 있어요” 계단에 적힌 글귀들이 마치 어른들을 향해 조근조근 이르고 있는 듯하다. 
손기정어린이도서관 1층 '어린이존'에서 책놀이에 열중한 가족의 모습
손기정어린이도서관 1층 '어린이존'에서 책놀이에 열중한 가족의 모습 ©박분
손기정어린이도서관 2층에 자리한 ‘영어존’에는 다양한 영어책이 구비돼 있다.
손기정어린이도서관 2층에 자리한 ‘영어존’에는 다양한 영어책이 구비돼 있다. ©박분

옆으로 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실내 놀이터도 보인다. 유아존과 어린이존, 영어존 등 3곳으로 나누어 조성된 이곳은 작지만 ‘꿈의 둥지’로 지역주민들에겐 사랑방이 된 지 오래다. 둥근 미로 형태의 책장 아래에는 아이들이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동물 모양의 예쁜 의자와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엄마와 함께, 아빠와 함께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즐겁게 놀이하듯 책과 벗 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손기정어린이도서관에서 아이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 있다면 그것은 꿈과 도전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도서관을 오가며 아이들은 불굴의 투지로 꿈을 이룬 우리의 ‘마라톤 영웅’을 언제든 마주할 수 있으니까.

손기정문화도서관

○ 주소 : 서울시 중구 손기정로 101-3
중구도서관 누리집
○ 문의 : 02-2230-2950

손기정체육공원

○ 주소 : 서울시 중구 손기정로 101-4<br />
○ 문의 : 02-313-7985

시민기자 박분

현장감 있는 생생한 기사를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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