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와 함께 심리운동! '스마트발달트레이닝' 해보면 대만족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4.06.14. 14:21

수정일 2024.06.14. 18:22

조회 2,202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발달장애인에게 다양한 신체 활동과 치료 환경을 제공하는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 ©윤혜숙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발달장애인에게 다양한 신체 활동과 치료 환경을 제공하는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 ©윤혜숙

서울시 강동구에 소재한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을 방문했다. 지하철 5호선 고덕역 1번 출구로 나와서 학교 담벼락을 따라 대로변을 걸으니,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을 알리는 안내문이 있다. 정문에서 2층으로 조성된 건물까지 걷는 동안, 마치 자연 속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았다. 1982년 12월에 개관한 시립서울장애인복지관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복지관이라고 한다. 복지관을 방문한 것은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를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발달장애인이 심리운동사의 지도를 받으면서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를 이용 중이다.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발달장애인이 심리운동사의 지도를 받으면서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를 이용 중이다.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라고 하니 이름부터 생소하다. 장애인들이 놀이를 즐기며 치료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등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상호작용과 감각 통합 치료를 지원하는 공간이다.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은 2021년 서울시의 지원을 받고 해당 공간을 구현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에서 제공하는 시설이나 콘텐츠가 고정된 게 아니라 매주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 센터를 이용하는 발달장애인이 지루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은 심리운동실에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를 구축했다. ©윤혜숙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은 심리운동실에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를 구축했다. ©윤혜숙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수중재활센터 3층에 가면 심리운동실이 있다. 심리운동실이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를 겸하고 있다. 심리운동실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기존에 이용했던 심리운동실의 다양한 교구와 융합해서 발달장애인에게 시설 및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움직임이 가능한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의 시설 및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이외의 나머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들에게도 센터의 시설을 개방하고 있다. 단, 시간은 정해져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1시, 2시이다. 누구든 전화로 예약하면 센터의 시설 및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심리운동사가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하는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윤혜숙
심리운동사가 디지털 콘텐츠를 이용하는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윤혜숙

심리운동실에는 심리운동사가 상주하고 있다. 심리운동은 우리가 알고 있는 운동과는 다르다. 심리와 운동이 결합되어 있다. 심리와 운동은 각기 다른 두 개의 개념이다. 심리는 정신, 감정, 사고를, 운동은 움직임, 신체를 가리킨다. 신체적‧운동적 과정과 정신적‧심리적인 과정이 서로 밀접한 관계라는 점에 착안하여 치료 교육에 도입했다. 심리와 운동, 두 가지의 상호 관계를 바탕으로 지각, 체험, 경험 등의 움직임이 단순히 신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인격의 표현임을 강조한다.

심리운동은 강사가 아닌 이용자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심리운동 치료는 독일에서 개발된 모델이며,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처음으로 시작하였다.
  • 기존의 심리운동실 교구와 결합한 벽면형 콘텐츠 ©윤혜숙
    기존의 심리운동실 교구와 결합한 벽면형 콘텐츠 ©윤혜숙
  • 기존의 심리운동실 교구와 결합한 바닥 콘텐츠 ©윤혜숙
    기존의 심리운동실 교구와 결합한 바닥 콘텐츠 ©윤혜숙
  • 기존의 심리운동실 교구와 결합한 벽면형 콘텐츠 ©윤혜숙
  • 기존의 심리운동실 교구와 결합한 바닥 콘텐츠 ©윤혜숙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의 벽면과 바닥 곳곳에서 여러 종류의 디지털 콘텐츠를 구현한 것을 만나볼 수 있다. 어떤 게 있는지 살펴봤다. 임무를 수행하며 벽면을 오르는 ▴‘클라이밍 콘텐츠’, 점선 잇기·사칙연산 퍼즐·키오스크 훈련 등 ▴‘모션인식 콘텐츠’, 가상공간에서 걷거나 뛰는 ▴‘스마트워킹 콘텐츠’, 곤충채집·인형 뽑기·플라잉버드 등 ▴‘스마트 롤러 콘텐츠’, 디지털 피아노·장난감 맞추기·두더지 게임 등 ▴‘인터랙션 트레이닝 콘텐츠’, 그림을 그려 스캔하면 대형 화면에서 움직이는 ▴‘디지털 스케치 콘텐츠’ 등등 다양하다.

모든 프로그램은 발달장애인, 특히 성장기 발달장애인들이 다양한 대근육 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은 노인 장애인을 위해 '해피테이블'을 도입했다.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은 노인 장애인을 위해 '해피테이블'을 도입했다.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은 전 연령층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비교적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도입했다. 발달장애인에 한정하지 않고 최근에 복지관을 이용하는 노인 장애인을 위해서 '해피테이블'을, 지체뇌병변 장애인을 위해서 '보행로봇 치료'를 도입했다. 현재 복지관 본관 2층 해피테이블 이용실에서 월‧목요일 오전 10시, 11시, 화‧수요일 오후 3시, 4시 해피테이블을 체험해 볼 수 있다.
브이건(V-Gun) 벽면 콘텐츠는 동작 인식 센서를 활용해 블록, 공 등으로 벽면의 목표물을 맞히는 콘텐츠이다. ©윤혜숙
브이건(V-Gun) 벽면 콘텐츠는 동작 인식 센서를 활용해 블록, 공 등으로 벽면의 목표물을 맞히는 콘텐츠이다. ©윤혜숙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를 이용하는 발달장애인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1위가 ‘브이건(V-Gun) 벽면 콘텐츠’, 2위가 ‘디딤 바닥 콘텐츠’라고 한다.

브이건(V-Gun) 벽면 콘텐츠는 동작 인식 센서를 활용해 블록, 공 등으로 벽면의 목표물을 맞히는 콘텐츠이다. 디딤 바닥 콘텐츠는 바닥에 비치는 형상을 손, 발, 도구를 사용해서 만지면 반응을 하는 실감형 콘텐츠이다. 특히 디딤 바닥 콘텐츠는 약 70~80개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고 많다. 바닥을 바라보면서 폴짝폴짝 뜀박질하는 이용자의 모습만으로도 활기 있어 보인다.
디딤 바닥 콘텐츠는 바닥에 비치는 형상을 손, 발, 도구를 사용해서 만지면 반응을 하는 실감형 콘텐츠이다. ©윤혜숙
디딤 바닥 콘텐츠는 바닥에 비치는 형상을 손, 발, 도구를 사용해서 만지면 반응을 하는 실감형 콘텐츠이다. ©윤혜숙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가 생긴 이후 발달장애인의 반응은 어떨까? 3인의 심리운동사의 말을 들어봤다.

정동은 심리운동사는 “디지털 콘텐츠를 도입한 후 이용자들의 흥미나 몰입도가 상당히 높아졌어요"라며 "그런 효과가 있어서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를 도입하고 또 기존 디지털 콘텐츠를 확장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염혜빈 심리운동사는 “그동안 움직임이 거의 없었던 이용자가 달라졌어요"라며 "관심을 가지면서 디지털 콘텐츠에 다가가 조심스레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어요”라고 달라진 모습에 놀라워 했다.

박경호 심리운동사는 “심리운동은 무엇보다 이용자의 참여가 중요한데 벽면이나 바닥의 움직이는 이미지를 보면서 이용자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트램펄린과 결합한 벽면형 콘텐츠를 이용할 때면 높이 뛰는 재미가 있다. ©윤혜숙
트램펄린과 결합한 벽면형 콘텐츠를 이용할 때면 높이 뛰는 재미가 있다. ©윤혜숙

발달장애인에 따라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 발달장애인은 움직임이나 반응이 적은 편이다. 그들은 금방 지루해 하거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벽면이나 바닥에 나타나는 디지털 콘텐츠를 보여 주니깐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시청각을 자극함으로써 호기심을 갖고 참여하면서 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심리운동사는 발달장애인이 움직여야만 그들을 관찰하고, 적합한 다양한 시도를 적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콘텐츠의 도입은 발달장애인에게 자극이 될 수 있었다.
바닥 콘텐츠를 이용할 때면 부지런히 두 발을 움직여야 한다. ©윤혜숙
바닥 콘텐츠를 이용할 때면 부지런히 두 발을 움직여야 한다. ©윤혜숙

처음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우려를 했다. 시청각적인 자극에도 그들의 반응이 없다면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고 한다.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를 구축하기 전 인근 강동청소년센터를 방문해서 그곳에서 도입한 디지털 콘텐츠를 살펴봤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장애인도 비장애인처럼 디지털 콘텐츠를 경험해 볼 필요가 있다'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한다. 대신 디지털 콘텐츠 별개로 제공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심리운동 치료와 결합한 형태로 제공하기로 했다. 복지관 측의 고심이 반영된 결과가 지금의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 겸 심리운동실의 모습이다.  
롤러 콘텐츠를 이용해서 인형 뽑기를 할 때면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 ©윤혜숙
롤러 콘텐츠를 이용해서 인형 뽑기를 할 때면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 ©윤혜숙

발달장애인에 따라 디지털 콘텐츠가 맞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들의 개별 특성에 맞춰서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가 맞지 않는 발달장애인에겐 오감을 촉진할 수 있는 기존 교구를 이용해서 활동하게끔 이끌고 있다. 시청각을 활용한 디지털 콘텐츠가 잘 맞는 발달장애인은 호기심을 나타내면서 참여율도 높고 움직임도 많이 활성화되고 있다.
  •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2층 옥외 공간에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운동 삼아 걸을 수 있다. ©윤혜숙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2층 옥외 공간에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운동 삼아 걸을 수 있다. ©윤혜숙
  • 복지관 1층 중앙에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푸른 자연 경관을 마주할 수 있다. ©윤혜숙
    복지관 1층 중앙에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푸른 자연 경관을 마주할 수 있다. ©윤혜숙
  • 복지관 1층 복도를 걸으면서 건물의 중앙에 있는 정원을 내다볼 수 있다. ©윤혜숙
    복지관 1층 복도를 걸으면서 건물의 중앙에 있는 정원을 내다볼 수 있다. ©윤혜숙
  •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2층 옥외 공간에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운동 삼아 걸을 수 있다. ©윤혜숙
  • 복지관 1층 중앙에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푸른 자연 경관을 마주할 수 있다. ©윤혜숙
  • 복지관 1층 복도를 걸으면서 건물의 중앙에 있는 정원을 내다볼 수 있다. ©윤혜숙

심리운동실을 나와서 복지관을 찬찬히 둘러봤다. 복지관 2층의 테라스에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었다. 산책로가 복지관 건물의 둘레길인 셈이다. 또한 복지관 1층 중앙에 두 곳의 정원이 있었다. 이른바 중정이다. 복도를 따라 걷다가 수시로 정원을 내다볼 수 있다. 복지관의 산책로와 정원을 둘러보니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이 드나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장애인에게도 복지관의 문이 열려 있다.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의 디지털 콘텐츠를 전화 예약으로 체험할 수 있다.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의 디지털 콘텐츠를 전화 예약으로 체험할 수 있다.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서울시는 지난 2021년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강동구), 양천해누리복지관(양천구) 2곳을 시작으로 2022년에 영등포장애인종합복지관(영등포구), 남부장애인복지관(동작구) 2곳을 추가로 조성했다. 2026년까지 현재 4개소인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를 8개소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의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센터를 체험해 보니 비단 발달장애인에게 한정된 콘텐츠가 아니었다. 누구든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면서 신체 활동을 할 수 있다. 모처럼 몸을 움직여서 체험하다 보면 금방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 그러면 또 이곳을 방문하고 싶어질 것이다.

시립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 위치 : 서울시 강동구 고덕로 201
○ 교통 : 지하철 5호선 고덕역 1번 출구에서 561m
○ 운영시간 : 월~금요일 09:00~18:00
○ 휴무 : 토‧일요일
누리집
스마트발달트레이닝서비스 안내
○ 문의 : 02-440-5700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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