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도 아름다운 불광천, 루미나리에와 함께 즐겨요~

발행일 2024.04.17. 08:42

수정일 2024.04.17. 18:01

밤 벚꽃이 만개한 불광천 Ⓒ조한상

봄꽃의 축제를 가까운 동네에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을 함께 나눠 보고 싶어 증산역 불광천을 찾았다.

이곳은 사실 벚꽃으로 꽤 유명한 곳이다. 응암역에서 시작해 한강까지 이어진 자전거 도로, 특히 증산역까지 이어진 도로 주변에는 벚꽃의 향연이 이어진다. 특히 요즘은 불광천 산책로 주변에 화려한 네온사인이 설치되어 루미나리에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퇴근길 증산역 주변에서 벚꽃을 즐기는 사람들 Ⓒ조한상

벚꽃의 화려함과 함께 알록달록한 루미나리에도 즐길 수 있다. Ⓒ조한상

7시경이 되자 지하철 증산역이 혼잡해지기 시작한다. 서울 각지에서 바쁜 하루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가 다시금 각자의 집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느낌이 다르다. 사람들의 표정에 에너지가 느껴진다. 지하철에서 올라오고 또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은 나와 있는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과 어우러져 다시 한번 웃음을 나누고 활기를 되찾는다.

그들과 함께 불광천을 걸어 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어두운 밤 속에서 조명으로 더욱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벚꽃의 향연이다. 도로 옆 좁은 보행로를 따라 불광천 쪽으로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벚꽃들은 지난 겨울의 시간들을 참고 오늘을 기다려 왔다는 듯이 생명의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다리 옆 작은 길을 따라 천변으로 걸어 내려오면 도로 쪽의 언덕들 옆에 아기자기한 루미나리에가 이어지고 있었다.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러나 작고 소소하게 일상의 즐거움을 함께 이야기하자며 나를 부르는 듯하다.

천변을 수놓고 있는 루미나리에 Ⓒ조한상

루미나리에를 즐기는 시민들 Ⓒ조한상

오늘밤에는 우리 모두가 예쁜 꿈을 꾸기를 Ⓒ조한상

어릴 적에는 목표가 어느 정도 분명했던 것 같다. 달리기를 잘 하거나, 시험을 잘 보거나, 좋은 회사를 가거나… 그러나 점차 목표는 개인의 노력으로만 이뤄질 수 없는 것들로 확장되어 갔고, 그 과정에서 포기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도 배워 왔던 것 같다. 그렇게 자꾸만 포기와 위로의 이유를 찾는 시간들이 자꾸만 늘어가다가 어느새 삶 속에서 나를 잃고 생기도 잃어 가며 일상을 살아 간다는 느낌마저 잊고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벚꽃이 지난 추운 겨울을 참고 견뎌 하늘이 약속한 봄을 맞이해 다시금 팔을 뻗어 기지개를 펴며 축제의 시간을 즐기듯, 우리도 언젠가는 다시금 자신의 삶과 의미를 되찾아 갈 수 있는 시간들을 상상하며 오늘의 일상을 버텨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밤에는 우리 모두가 예쁜 꿈을 꾸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