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장 쪽방 피해 따뜻한 동행목욕탕·밤추위대피소로…“여기가 천국”

시민기자 엄윤주

발행일 2024.01.26. 14:19

수정일 2024.01.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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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쪽방주민에게 목욕권을 제공하는 ‘동행목욕탕’을 운영 중이다. ©엄윤주
서울시는 쪽방주민에게 목욕권을 제공하는 ‘동행목욕탕’을 운영 중이다. ©엄윤주

지난 21일부터 다시 강력한 한파가 찾아와 서울 전역에 올해 첫 한파주의보가 발효되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전기장판에 의지해 겨울을 버텨야 하는 쪽방촌 이웃들에게는 이번 추위가 더 매섭게 느껴진다. 기습 추위가 계속되던 24일 서울시의 '동행목욕탕''밤추위대피소'를 운영하는 영등포쪽방촌 인근의 동남사우나를 찾아가 보았다.

‘동행목욕탕’은 서울시가 한미약품 후원과 함께 에너지 요금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목욕업 소상공인을 돕는 동시에, 쪽방 주민의 깨끗하고 건강한 생활을 지원하는 상생 복지 모델 사업이다. ‘약자와의 동행 사업’으로 쪽방촌 주민에게 한 달에 두 번, 혹서기와 혹한기에는 월 네 번 목욕권을 제공한다.

또한 ‘동행목욕탕’ 사업을 활용하여 한파로부터 쪽방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목욕탕 수면실을 야간 한파 쉼터로 운영하는 것이 ‘밤추위대피소’다.
동행목욕탕과 밤추위대피소를 운영하고 있는 동남사우나 ©엄윤주
동행목욕탕과 밤추위대피소를 운영하고 있는 동남사우나 ©엄윤주
추위를 피해 밤추위대피소를 찾은 김수일 어르신 ©엄윤주
추위를 피해 밤추위대피소를 찾은 김수일 어르신 ©엄윤주

저녁 8시 무렵 ‘밤추위대피소’를 이용하기 위해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속속 목욕탕을 찾아 왔다. 
나 같은 사람한테는 요즘 밤추위대피소가 천국 같아요. 
추운 날씨에 몸도 녹일 수 있고, 
따뜻한 물을 이렇게 넉넉하게 써본 것도 처음이지.
'동행목욕탕'이자 '밤추위대피소'인 곳을 찾은 김수일 어르신

“평소 심장이 안 좋아서 겨울만 오면 걱정이 더 많은데, 동행목욕탕에 와서 추위 걱정 안 하고 밤새 편하게 푹 자다 나가면 몸도 더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너무 고마워. 올해 처음 시작된 동행목욕탕만큼은 매년 해줬으면 좋겠어요.” 김수일 어르신은 마치 목욕탕 홍보에 나선 분처럼 밤추위대피소에 대해 큰 만족을 드러냈다.
동행목욕탕 목욕 이용권과 밤추위대피소 이용권 ©엄윤주
동행목욕탕 목욕 이용권과 밤추위 대피소 이용권 ©엄윤주

영등포쪽방촌의 경우 동행목욕탕은 1월 20일 기준 363명이 사용했다고 한다. 1월 1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전역 동행목욕탕 이용자 수는 2,945명이다. 동행목욕탕은 돈의동쪽방촌 2곳, 창신동쪽방촌 1곳, 남대문쪽방촌 2곳, 서울역쪽방촌 2곳, 영등포쪽방촌 1곳으로 서울 전역 총 8개소가 운영 중이다. 이 중 밤추위대표소까지 운영하는 곳은 4개소이다.
서울 8곳의 동행목욕탕 중 4곳은 잠자리까지 제공하는 밤추위 대피소로 운영 중이다. ©엄윤주
서울 8곳의 동행목욕탕 중 4곳은 잠자리까지 제공하는 밤추위 대피소로 운영 중이다. ©엄윤주

영등포쪽방촌에서 동행목욕탕과 밤추위대피소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특별시립영등포쪽방상담소 정운덕 사회복지사는 “영등포쪽방촌 420가구 중에는 한파에 취약한 미닫이문으로 된 곳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좁은 환경이고 온수로 씻을 곳이 마땅치 않은 쪽방 주민들에게 동행목욕탕과 밤추위 대피소가 올 겨울 큰 의지가 되고 있습니다.”고 했다.

동행목욕탕과 밤추위대표소는 쪽방 주민에게 단순히 씻고 잠자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주민 중에는 은둔하듯 계속 집에만 머물며 우울해 하는 분들도 많아요. 그런 분에게는 목욕탕을 이용하러 나오는 일이 일상의 환기가 되어 바깥과 소통하는 창구가 되기도 합니다. '술을 마시고 목욕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안내를 듣고, 평소 술을 즐기던 분이 술을 줄이기도 하고요. 동행목욕탕과 밤추위 대피소는 혹한기에 더더욱 필요한 사업 같아요.”
동행목욕탕’과 밤추위 대피소를 담당하는 서울특별시립영등포쪽방상담소 ©엄윤주
동행목욕탕’과 밤추위 대피소를 담당하는 서울특별시립영등포쪽방상담소 ©엄윤주
정운덕 사회복지사는 동행목욕탕과 밤추위 대피소의 순기능 사례를 소개했다. ©엄윤주
정운덕 사회복지사는 동행목욕탕과 밤추위 대피소의 순기능 사례를 소개했다. ©엄윤주

코로나19 기간 서울 시내 동네목욕탕 243개가 사라졌다는 씁쓸한 보도가 있었다. 동행목욕탕 사업은 목욕탕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에게도 힘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전기료와 수도료가 올라 영업에 직격탄을 맞은 목욕탕 입장에서 동행목욕탕 이용 대금과 운영지원금이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겨울 비교적 온화한 날씨를 보이다가 기습처럼 찾아온 추위는 그래서 더욱더 매섭게 느껴진다. 이번 동행목욕탕과 밤추위 대피소 방문에서 수도시설이 미비하고, 겨울철 동파 피해로 집에서 목욕을 할 수 없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공중목욕탕의 온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흔히 쪽방촌 주민 하면 고정관념처럼 어르신을 떠올리곤 했었는데, 영등포쪽방촌에는 7살 어린이와 청년들도 거주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혹한을 피해 찾아가는 동행목욕탕과 밤추위 대피소가 이 분들에게 진정한 안식처가 되기를 바란다. 쪽방촌 주민들이 들어선 곳에 걸려 있던 ‘동행목욕탕’ 표시에서도 따스한 ‘동행’의 온기가 느껴졌다.
밤추위 대피소를 찾아 밝게 웃으시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동행'의 의미가 빛난다. ©엄윤주
밤추위대피소를 찾아 밝게 웃으시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동행'의 의미가 빛난다. ©엄윤주

동행목욕탕 '밤추위 대피소'

○ 운영 기간 : 2024년 1월 1일~2월 29일(60일간)
○ 문의 : 창신동쪽방상담소 02-3672-1264/ 남대문쪽방상담소 02-778-1290/ 서울역쪽방상담소 02-3789-5119/ 영등포쪽방상담소 02-2068-4353

시민기자 엄윤주

서울 토박이 숲해설가 입니다. 숲을 즐겨 찾는 저를 따라 서울의 초록 숲 산책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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