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상회로 우리식문화여행 떠나요! 스님과의 차담, 전통주 시음까지~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3.09.25. 13:46

수정일 2023.09.25. 14:44

조회 2,380

상생상회에서 ‘우리식문화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서울시가 지역 중소농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안국동에 문을 연 상생상회는 이제 제법 자리를 잡은 듯하다. 상생상회에서는 전국의 특색 있는 먹거리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데, 이번에 ‘우리식문화여행’ 프로그램을 마련해 사찰음식, 명인의 식품, 전통주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해서 직접 참여해 보았다.
상생상회에서는 지역 생산물을 서울시민에게 판매하고 지역 문화를 소개하는 ‘지역문화주간’도 운영한다. ©이선미
상생상회에서는 지역 생산물을 서울시민에게 판매하고 지역 문화를 소개하는 ‘지역문화주간’도 운영한다. ©이선미

상생상회 지하 1층 공유공간으로 내려갔다. 상생교류협력팀 장영수 주임의 진행 하에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이 날의 여행이 시작됐다.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은 서울과 지역의 양극화가 심각해지는 현실에서 지역 발전이 없다면 서울 역시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상생상회 공유공간에서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을 소개하며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선미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을 소개하며 ‘우리식문화여행’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이선미

지금 우리나라에서 인구 감소 지역은 89곳이나 된다. 한눈에 들어오는 자료를 보니 심각한 정도를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서울은 인구 밀집으로 힘들어지고 지방은 경기 침체로 악순환이다. 지역이 살아야 모두가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건 분명하다. “지역이 웃으면 서울이 행복합니다”라는 문구처럼 상생상회와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이 꾸려가고 있는 많은 프로그램들이 알찬 결실로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첫 번째 여행지로 출발했다.
인구 감소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보니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할 수 있었다. ©이선미
인구 감소 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보니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할 수 있었다. ©이선미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차를 마시다

첫 목적지는 바로 상생상회 2층에 있는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이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옛 부엌이 재현돼 있었다. 조왕신을 벽에 모시고 아궁이에 가마솥이 걸려 있었다. 실제로 동해 신흥사에서 쓰던 부엌을 옮겨왔다고 한다.
상생상회 2층에 사찰음식문화체험관이 위치하고 있다. ©이선미
상생상회 2층에 사찰음식문화체험관이 위치하고 있다. ©이선미
조왕신을 모신 공양간에는 음식 준비도 청정하게 하려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다. ©이선미
조왕신을 모신 공양간에는 음식 준비도 청정하게 하려는 마음가짐이 담겨 있다. ©이선미

전 세계에 한식이 널리 알려진 데에는 사찰음식의 공도 크다. 1,700여 년 동안 깊은 산사에서 이어온 사찰음식에는 건강한 맛과 살아가는 지혜가 담겨 있다. 사찰음식을 정규 과정으로 개설한 외국 대학도 있다고 하는데, 특히 우리 장 문화에 대한 관심이 무척 크다고 한다. 한쪽에 마련된 공간에서 성견 스님과 함께하는 짧은 차담도 있었다.
사찰음식에 대한 소개도 듣고 성견 스님과 잠시 차담도 가졌다. ©이선미
사찰음식에 대한 소개도 듣고 성견 스님과 잠시 차담도 가졌다. ©이선미

테이블에는 앙증맞은 찻잔과 약식이 준비돼 있었다. 스님이 물을 따르며 말했다.
“차는 오감으로 마신다고 해요. 방금 물을 따르는 소리를 들으셨죠? 소리로 마시는 것, 그게 첫 번째랍니다.”

여름과 겨울에 차를 마시는 법이 다르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열기가 가득한 여름에는 물을 먼저 부어서 차가 미세하게나마 변하는 걸 막고 겨울에는 반대로 차를 먼저 넣는다고 한다. 스님은 지인들을 대하듯 편안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한 참가자가 스님에게 요즘 같은 때는 어떤 차를 마시는 게 좋은지 물었다.
“커피나 홍차를 마시면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있죠? 카페인 때문에 잠을 못 잔다면 작두콩차나 우엉차도 좋아요. 연꽃은 정말 버릴 게 없지요. 연잎차도 좋고 연근차도 좋습니다. 절에서는 더운 여름에 쓰디쓴 익모초를 마신답니다. 몸이 힘들어지기 전에 미리 준비를 하는 거지요. 다음 날 울력을 하려면 그 전날 솔잎차를 마셔요. 솔잎에 약간의 진통 효과가 있어서 근육통에도 좋거든요. 우리 음식은 이렇게 약이 되기도 합니다.”
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마신 차 한 잔 ©이선미
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마신 차 한 잔 ©이선미

“육식을 금하고 오신채를 쓰지 않는 사찰음식은 비건과도 비슷하죠. 오신채를 먹으면 음란한 생각이 들어서 멀리한다고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어요. 오신채는 몸을 뜨겁게 하거든요. 몸이 뜨거워지면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요. 평정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지는 거죠.” 외국에 나가거나 외국인 수행자가 있는 공동체에서는 강한 마늘 등의 냄새가 상대방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이유도 생겼다.

“우리는 공양할 때 오관계로 시작합니다. 사찰 음식을 더 널리 전하고자 하는 것도 생명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환기하고 싶어서예요. 우리에게 오기까지 모든 것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로 이뤄졌는지를 생각하면 자연과 농부들에 대한 감사가 저절로 커지죠. 그 음식을 먹고 행복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조금은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의미를 담은 것이 사찰 음식입니다.”

맑은 차 한 잔과 수도자의 맑은 말씀에 잠시나마 마음이 정갈해지는 기분이었다. 더 머물고 싶었지만 아직 가야 할 곳이 있었다. 헌법재판소 맞은편에 있는 ‘한식문화공간 이음’으로 향했다.
헌법재판소 맞은편에 있는 ‘한식문화공간 이음’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이선미
헌법재판소 맞은편에 있는 ‘한식문화공간 이음’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이선미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 식품명인과 전통주를 만나다

“어머나, 여기 아무나 들어가도 되는 곳이었어요?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곳인가 했어요.”
왠지 문턱이 높아 보였다는 참가자도 있고, 반대로 여기서 김치 만들기 체험에 참여해 본 참가자도 있었다.
‘한식문화공간 이음’에는 휴게 공간과 도서관 등도 있다. ©이선미
‘한식문화공간 이음’에는 휴게 공간과 도서관 등도 있다. ©이선미

‘한식문화공간 이음’에는 한식 갤러리식품명인체험관(이음카페), 전통주갤러리 등이 함께 있어 한식에 관한 다양한 체험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카페에 앉아 식품명인체험관 안기현 주임의 설명으로 우리 식품명인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전북의 ‘송화백일주’ 명인인 1호 조영귀 님을 시작으로 현재 92호 명인까지 지정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식품명인은 현재 92호까지 지정되었다. ©이선미
대한민국 식품명인은 현재 92호까지 지정되었다고 한다. ©이선미

“그런데 술을 빚는 명인이 무척 많은 것 같네요?” 한 참석자가 물었다.

“맞아요. 원래 이 제도가 만들어진 1994년 즈음에 우리 술을 살리자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그게 반영돼 아무래도 전통주 명인들이 많은데, 이후에 장류와 김치 등으로 확대돼 온 거죠.” 개략적인 소개를 들은 후 질문이 이어졌다. "충청도에는 어떤 명인이 계신가요?", "김치 명인은 누가 있어요?", "추석 같은 제례에 가장 좋은 술은 뭐예요?" 참가자들의 음식에 대한 관심이 무척 커 보였다.

식품명인체험관에서는 명인을 초빙해 직접 전통 식품을 배워보는 ‘명인체험’과 명인의 레시피와 재료로 직접 만들어보는 ‘전통 식품 체험’ 등도 진행하고 있다. 키트를 구매해 온라인으로 '명인체험'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우리 전통 식품이 옛 맛과 기술은 그대로 보존하면서도 시대의 흐름에 적절하게 변화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우리식문화여행’ 참가자들이 전통주를 시음하고 있다. ©이선미
‘우리식문화여행’ 참가자들이 전통주를 시음하고 있다. ©이선미

우리 전통주가 이렇게도 많다니!

전통주갤러리에서는 매달 새로운 주제로 ‘이달의 시음주’를 선정해 상설 시음회를 열고 있는데, 네이버 예약을 통해 한 달에 한 번 참여할 수 있다. 이날은 ‘우리술 향기와 함께 다가온 가을의 문턱'이라는 주제로 ‘2023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대상 수상작 가운데 세 가지를 시음할 수 있었다.
이날은 ‘2023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대상 수상작 가운데 세 가지를 시음할 수 있었다. ©이선미
이 날은 ‘2023 대한민국 우리술품평회’ 대상 수상작 가운데 세 가지를 시음할 수 있었다. ©이선미

전라도 나주의 ‘라봉’은 3대째 내려오는 양조장에서 삼형제가 만들고 있는 탁주였다. 한라봉의 상큼한 맛이 배어 또 다른 느낌이었다. 경기도 용인에서 만드는 약주 ‘두두물물’과 경북 김천의 아늑한 분지에서 머루를 재배해 빚은 과실주 ‘크라테 미디엄드라이’까지 각기 다른 지역에서 만든 술을 맛보았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빚어 대소사에 쓰이던 술이 이제 일정 자격을 가진 사람이 만드는 ‘전통주’로 되살아나고 있다. 탁주(막걸리)와 약주, 청주, 과실주, 증류식 소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전통주갤러리에서는 ‘술 품질인증’을 받은 각양각색 우리 전통주를 만날 수 있다.
전통주갤러리에서도 체험 행사가 진행되는데 이날은 ‘포도막걸리 빚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선미
전통주갤러리에서도 체험 행사가 진행되는데 이 날은 ‘포도막걸리 빚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선미

안국동 길은 언제나 좋다. 그런데 우리 식문화를 찾아다니는 여정도 참 좋았다.

음식은 우리를 살게 해주는 힘이다. 생명에 대한 경이와 음식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는 건 지구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모든 생명에 대한 책임감으로 이어진다. 그런 좋은 생각을 하게 해준 ‘우리식문화여행’은 올해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우리식문화여행 10월부터의 프로그램서울시 공공예약 누리집에서 예약을 할 수 있게 된다고 하니, 햇살 좋은 가을 '우리식문화여행'을 떠나보길 적극 추천한다.

우리식문화여행

○ 기간 : ~12.31.
○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39 안국빌딩 상생상회 지하 1층 공유공간
○ 교통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도보 7분
○ 참가비 : 1만 원(1만원 상당 지역 상품 증정)
 ※ '주류 시음'이 포함되어 있어 보호자 없이 만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이 단독으로 참여할 수 없음
상생상회 누리집
○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바로가기 
○ 문의 : 서울시지역상생교류사업단 070-4162-5343

시민기자 이선미

서울을 더 잘 알아가면서 잘 전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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