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이런 공연은 처음이지? 예술 유망주의 작품이 한자리에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3.09.26. 09:10

수정일 2023.09.26. 19:28

조회 649

청년예술청 SAPY 입구에 '2023 유망예술지원사업' 선정작 두 번째, 오헬렌 <내 여름의 시작과 끝은 달랐다> 공연을 알리고 있다.ⓒ윤혜숙
청년예술청 SAPY 입구에 '2023 유망예술지원사업' 선정작 두 번째, 오헬렌 <내 여름의 시작과 끝은 달랐다> 공연을 알리고 있다.ⓒ윤혜숙

서대문구에는 청년예술청 SAPY(Seoul Artist’ Platform_New & Young)가 있다. 오가면서 지하에 있는 그곳을 유심히 살펴봤다. 9월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즐길 만한 프로그램이 있는지를 알아봤다. 서울문화재단과 청년예술청 SAPY가 지원하는 ‘2023 유망예술지원사업’을 알리는 홍보문이 있었다. 9월 10일 오후 5시 청년예술청 그레이룸에서 열리는 공연 소식이었다. 청년예술청 SAPY는 그 이름에 걸맞게 청년 예술인의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을 위해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당사자’ 중심으로 펼치는 공간이다.
청년 예술인들의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인 청년예술청 SAPY ⓒ윤혜숙
청년 예술인들의 생생한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인 청년예술청 SAPY ⓒ윤혜숙

이번이 두 번째 공연이었다. <내 여름의 시작과 끝은 달랐다>라는 제목으로 오헬렌을 비롯한 14명의 연주자의 공연이 펼쳐진다. 오헬렌은 이름부터 생소한 음악인이었다. 청년예술청 SAPY 누리집에 올라온 오헬렌 공연 소개가 예사롭지 않다.

"오헬렌 외 14명의 연주자들이 시간의 흐름을 풀어놓은 정체불명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섞인다. 관객은 공연장 내부를 돌아다니며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낸다. 모두가 어떤 순간을 붙잡고 감상하기도, 어떤 순간은 걸어서 지나치기도 한다." 라는 아티스트 소개 문구가 눈길을 사로 잡았다.
청년예술청 SAPY 그레이룸에는 기다란 테이블이 있어 이곳을 방문하는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 .ⓒ윤혜숙
청년예술청 SAPY 그레이룸에는 기다란 테이블이 있어 이곳을 방문하는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 .ⓒ윤혜숙

처음 만나보는 오헬렌의 공연이 어떨지 궁금했다. 어떤 실험과 도전이 있을지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그곳에 발을 들여놓았다. 오후 5시 공연이 시작되기 전 청년예술청 SAPY에 입장했다. 가운데 널찍한 홀이 있다. 그레이룸이다. 정면에 있는 기다란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마주 보고 앉은 사람들이 각자 노트북이나 책을 펼쳐 든 채 저마다 작업에 한창이다. 주말 늦은 오후인데 청년예술청 SAPY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오헬렌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무대를 둘러싼 사방 곳곳에 악기들이 배치되어 있다. ⓒ윤혜숙
오헬렌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무대를 둘러싼 사방 곳곳에 악기들이 배치되어 있다. ⓒ윤혜숙

무대는 어디에 있을까? 왼쪽에 마이크가 있는 둥근 무대가 있고 군데군데 공연을 위한 악기들이 놓여 있다. 지금껏 방문했던 공연장을 떠올려봤다. 앞쪽에 무대가 있고, 무대 뒤에 악기들이 있다. 무대를 내려오면 객석이 갖춰진 형태이다. 하지만 이곳 공연장은 달랐다. 바다 가운데 떠 있는 섬 같은 무대와 연주에 참여하는 악기들도 한데 모여 있지 않고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객석도 질서정연하지 않았다. 이런 무질서하고 혼란한 상태로 공연을 진행한다는 말인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면서 이 상황을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오헬렌이 지하 주차장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스크린에 나타나고 있다. ⓒ윤혜숙
오헬렌이 지하 주차장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스크린에 나타나고 있다. ⓒ윤혜숙

오후 5시 정각이 되자 무대 앞 스크린에 오늘의 가수, 오헬렌이 나타났다. 그를 기다리던 관객들이 술렁대기 시작했다. 그는 지하 주차장에서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러면서 공연장이 있는 그레이룸으로 입장하고 있었다. 카메라가 그의 모습을 뒤쫓고 있다. 그런 그가 무대에 등장하자 관객들이 환호성을 질러댄다.

공연장의 구성도, 가수의 등장도, 연주 악기의 배치도, 객석의 형태도 그동안의 공연과는 차이가 컸다. 무대가 아닌 곳은 다 객석인 셈이다. 공연장인 그레이룸에는 의자가 많지 않았다. 청년들 대다수가 줄곧 서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가수 오헬렌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연주자들이 번갈아 악기를 연주한다. 관객들은 어디서 악기 소리가 들리는지 이리저리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연주자를 발견하자 비로소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오헬렌이 노래를 부르기 전 연주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윤혜숙
오헬렌이 노래를 부르기 전 연주자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윤혜숙

오헬렌 외 14명의 연주자가 있다. 그들과 관객들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관객들은 한자리에 있지 않고 공간을 자유로이 이동하면서 공연을 구경하고 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청년도 공연 중간에 자리를 옮기더니 기자의 반대편에 서서 공연을 즐기고 있다. 생소해 보이는 공연이지만 관객들에겐 자연스러워 보였다.

오헬렌의 공연을 지켜보던 관객 중 일부는 오헬렌의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고 있다. 오헬렌도 무대에 내려가 관객들 틈에 섞여 노래하면서 춤사위를 벌인다. 가수와 관객이 뒤섞여서 누가 가수이고 누가 관객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런들 어쩌랴. 지금 공연장에 있는 누구든 공연을 마음껏 즐기면 그만일 텐데.
오헬렌의 노래에 맞춰서 관객들이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윤혜숙
오헬렌의 노래에 맞춰서 관객들이 흥겹게 춤을 추고 있다. ⓒ윤혜숙

오헬렌이 관객들에게 “여러분 즐거웠어요?”라고 물으니 “네. 너무 멋있어요”라고 대답한다. 무대 가까이에서 공연을 즐기던 관객에게 소감을 물었다. 20대 후반의 한 시민은 오헬렌의 팬이라고 밝혔다.

Q. 오늘 오헬렌의 공연을 어떻게 알고 왔나요?
A. 지난해 콘서트에 갔다가 오프닝 게스트로 출연한 오헬렌의 공연을 봤어요. 무대에 등장한 그분의 모습에 왠지 모를 아우라가 느껴졌어요. 그게 제 마음을 움직였고 저 또한 짧은 시간이지만 감동했어요. 그 뒤 오헬렌의 공연이 있다면 시간을 내 관람하고 있어요.

Q. 오늘 공연은 어땠나요?
A.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한 분에게 엄지척하고 싶어요. 처음부터 가수가 무대에 등장하는 게 아니었고, 세션도 여러 장소에 흩어져 있었어요. 또 관객들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한데 어우러져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고 신선했어요.

Q. 공연장인 청년예술청 SAPY는 어땠나요?
A. 처음으로 청년예술청 SAPY를 방문했어요. 충정로역 근처라서 찾아오기 쉬웠고요. 카페, 책 등이 편의시설이 많고 지하에 있는데도 쾌적해서 머무르기 좋아요.
오헬렌의 공연에 외국인 연주자도 참여해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윤혜숙
오헬렌의 공연에 외국인 연주자도 참여해서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윤혜숙

오헬렌의 공연은 오헬렌 또래의 청년들에게 낯설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던 것 같다. 청년예술청SAPY에서 오헬렌의 공연이 열렸던 것은 유망예술지원사업 덕분이다. ‘2023 유망예술지원사업’은 데뷔 3년 이상 10년 이하 예술인(단체)을 대상으로 공연예술 및 시각예술 분야의 유망주를 선정해서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청년예술청 SAPY 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작품 제작 및 발표할 기회가 주어진다. 해당 사업으로 선정된 예술인(단체)은 대외 홍보를 강화하고 시민 관객은 양질의 문화예술을 누릴 기회를 제공받는다. 사업 공모부터 창작 과정 지원, 최종 작품 발표까지 논스톱으로 지원하고, 예술계 전문가로 구성된 멘토링 프로그램, 기술 및 공간 등을 지원함으로써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2023 유망예술지원사업’으로 공연예술 및 시각예술 분야의 유망주를 선정해 작품 제작 및 발표까지 지원하고 있다. ⓒ윤혜숙
‘2023 유망예술지원사업’으로 공연예술 및 시각예술 분야의 유망주를 선정해 작품 제작 및 발표까지 지원하고 있다. ⓒ윤혜숙

아래는 2023 유망예술지원사업 선정작이다. 9월부터 12월까지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별도의 신청 없이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오헬렌의 공연을 관람하고 나니 다음 선정 작품도 기대된다. 서울 시민 누구든 시간에 맞춰 방문해서 그저 편안하게 즐기면 된다. 청년이 아니어도 괜찮다. 청년예술청 SAPY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든 열려 있는 공간이다.

2023 유망예술지원사업 선정 작품

- 이수진│텔릭 Telic / 2023. 10. 17.~29.
- 안상훈│내가 평생 사랑한 얼굴 / 2023. 11. 9.~29.
- 김성훈댄스프로젝트│사마귀 / 2023. 11. 4.~5.
- 윤혜주│투란의 딸 / 2023. 12. 14.~17.

청년예술청 SAPY

○ 위치 :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로 26-26 어바니엘 충정로 102동 지하 2층
○ 교통 : 지하철 2‧5호선 충정로역 8번 출구에서 도보 1분
○ 운영시간 : 화~일요일
- 카페형 공유오피스 13:00~22:00
- 대관 14:00~22:00
- 카페 13:00~21:00
- 휴게시간 16:00~17:00
○ 휴무 : 월요일
누리집
○ 문의 : 0507-1324-9745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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