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어울리는 신림동 동네잔치, 얼씨구나~ 좋다!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3.09.27. 09:18

수정일 2023.09.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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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 새들어린이공원창의놀이터에서 '신나는 몬스터 축제'가 열렸다. ⓒ윤혜숙
신림동 새들어린이공원창의놀이터에서 '신나는 몬스터 축제'가 열렸다. ⓒ윤혜숙

선선한 가을이 가까워지면서 여기저기 지역축제를 알리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데 기자는 지역축제를 ‘동네잔치’라는 말로 바꿔서 부르고 싶다. 동네잔치는 ‘음식을 마련하여 마을 사람들끼리 먹고 마시며 노는 일’이다.

우리 고유의 명절인 추석이 가까워지자 문득 어린 시절 동네잔치와도 같았던 명절이 생각났다. 농사일로 바쁘게 지내야 했던 마을 주민들이 모처럼 명절 즈음에 너른 공터에 모였다. 남자들은 떡메를 치고, 여자들은 커다란 솥뚜껑을 뒤집어서 부침개를 구웠다. 아이들은 모여서 자치기를 하거나 제기를 차면서 놀았다. 그러다 음식이 준비되면 삼삼오오 둘러앉아서 따끈따끈한 음식을 나눠 먹었다.
자원봉사자가 '신나는 몬스터 축제'에 입장하는 아이의 팔목에 팔찌를 둘러주고 있다. ⓒ윤혜숙
자원봉사자가 '신나는 몬스터 축제'에 입장하는 아이의 팔목에 팔찌를 둘러주고 있다. ⓒ윤혜숙

중년에 이른 기자는 이번에 동네잔치와도 같은 현장을 발견했다. 신림동 새들어린이공원창의놀이터에서 열린 추석맞이 놀이터 축제 ‘신나는 몬스터 축제’에서 아주 오랜만에 동네잔치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9월 22일 오후 2시부터 열리는 축제를 준비하기 위해 많은 동네 주민들이 모여 있었다. 총 8개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오후 2시가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아이가 이곳을 찾아오고 있었다. 몬스터 학교에 입장하려면 거쳐야 할 등록 부스가 있다. 참여자가 이름을 적으면 손목에 두르는 팔찌를 받는다. 마치 놀이공원에 입장할 적에 받는 팔찌처럼 보였다. 아이들이 본격적인 게임에 참여하기 전부터 흥분되어 있었다.
사서와 자원봉사자가 번갈아가면서 동화책 <괴물이 사는 나라>를 읽어주니 아이들이 집중해서 듣고 있다. ⓒ윤혜숙
사서와 자원봉사자가 번갈아가면서 동화책 <괴물이 사는 나라>를 읽어주니 아이들이 집중해서 듣고 있다. ⓒ윤혜숙

1단계는 동화책 부스다. <괴물이 사는 나라>를 읽는 시간이다. 아이들은 이곳에 앉아서 굴렁쇠작은도서관 사서와 신림동 지역주민 책 동아리 자원봉사자가 번갈아 가면서 읽어주는 책에 집중하고 있다. 아이들이 가만히 앉아서 경청하는 모습이 진지해 보인다.
아이들이 종이가방을 활용해서 각자 몬스터 가면을 꾸미고 있다. ⓒ윤혜숙
아이들이 종이가방을 활용해서 각자 몬스터 가면을 꾸미고 있다. ⓒ윤혜숙

2단계는 몬스터 변신 부스다. 나만의 몬스터를 꾸며볼 수 있다. 종이가방을 활용해서 각자에게 주어진 모양의 색종이를 붙이고 있다. 아이마다 각기 다른 몬스터가 나오니깐 그것을 얼굴에 쓴 뒤 서로 마주 보면서 깔깔대고 웃고 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즉석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해주고 있다. 나중에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 하더니 아이들에겐 오늘의 경험이 두고두고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비뚤비뚤한 글씨로 달님에게 비는 소원을 메모지에 적었다. ⓒ윤혜숙
아이들이 비뚤비뚤한 글씨로 달님에게 비는 소원을 메모지에 적었다. ⓒ윤혜숙

3단계는 달님께 비는 달달한 소원 부스다. 다음 주에 추석 명절이 있다, 음력 8월 15일이다. 추석날 밤에 둥글고 환한 보름달이 뜬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보름달을 보면서 소원을 빌었다. 아이들도 과거 조상들이 엄숙하게 빌어왔듯이 달님에게 비는 소원을 메모지에 적어보고 있다.

아이들은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수많은 메모지 가운데 유독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글이 있었다. 비뚤비뚤하게 적은 글씨지만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글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와 내 가족만이 아닌 우리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삶을 꿈꿔본다. 아마도 동네잔치가 마중물 역할을 하지 않을까!
아이가 손을 사용하지 않은 채 줄에 매달린 꿈틀이 과자를 입으로 가져가고 있다.ⓒ윤혜숙
아이가 손을 사용하지 않은 채 줄에 매달린 꿈틀이 과자를 입으로 가져가고 있다.ⓒ윤혜숙

4단계는 몬스터가 사랑한 꿈틀이 부스다. 아이들이 손을 대지 않은 채 줄에 매달린 꿈틀이 과자를 입으로 가져가는 게임이다. 손을 사용하지 않고 몸을 움직이면서 하다 보니 쉽지 않아 보인다. 여러 번 시도 끝에 꿈틀이를 입안으로 가져갈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환호성을 지르는 아이의 모습에 옆에서 지켜보는 기자도 덩달아 즐겁다.
아이들이 바닥에 놓인 딱지를 쳐서 뒤집는 딱지치기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윤혜숙
아이들이 바닥에 놓인 딱지를 쳐서 뒤집는 딱지치기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윤혜숙

5단계는 몬스터 딱지치기 부스다. 아이들이 딱지를 들고 바닥에 있는 딱지를 내리쳐서 뒤집어야만 성공이다. 팔에 잔뜩 힘을 주고 딱지를 바닥에 내치건만 야속하게도 바닥의 딱지가 요지부동이다. 기자는 어릴 적 종이로 접은 딱지를 치면서 놀았던 생각이 떠올라 슬며시 미소를 지어보았다.
아이들이 둥근 바닥에 놓인 판을 뒤집어서 같은 편의 색이 많이 나오는 게임을 하고 있다. ⓒ윤혜숙
아이들이 둥근 바닥에 놓인 판을 뒤집어서 같은 편의 색이 많이 나오는 게임을 하고 있다. ⓒ윤혜숙

6단계는 몬스터 판 뒤집기 부스다. 여러 아이가 참여하는 게임이다. 둥근 바닥에 판들이 많다. 한 면은 파란색 다른 한 면은 빨간색이다. 아이들이 두 편으로 나뉘어서 정해진 시간에 바닥의 판을 자기 편 색으로 많이 뒤집으면 이긴다. 뒤집기에 열중한 나머지 상대편 색으로 뒤집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다. 게임을 하면서 승패가 중요하지 않다.
6단계의 게임을 통과한 아이가 선물로 자신이 갖고 싶은 책을 골랐다. ⓒ윤혜숙
6단계의 게임을 통과한 아이가 선물로 자신이 갖고 싶은 책을 골랐다. ⓒ윤혜숙

각 단계를 마칠 때마다 자원봉사자가 팔찌에 스티커를 붙여준다. 스티커 6개가 모이면 등록 부스에서 자신이 원하는 책을 고를 수 있다. 그리고 한참 게임에 열중했으니 배가 출출할 시간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즉석에서 만든 햄버거와 음료수를 받아서 먹을 수 있다.

첫 번째로 6단계를 통과한 김한별(10세) 학생은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있어요. 특히 마지막 6단계가 가장 힘들었어요. 다른 건 저 혼자 힘으로 하는 거지만 6단계는 다른 친구와 경쟁하는 거라서 긴장했어요”라고 말한다.

6단계까지 통과한 학생에게 주는 책으로 ‘장화 신은 고양이’를 받아 든 김한별 학생은 “방과 후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어울려서 게임도 하고 책 선물에 햄버거, 음료수까지 받아서 기쁘고 뿌듯해요. 또 이런 날이 기다려져요”라면서 자리를 떠나기 아쉬운 듯 자꾸만 뒤돌아본다.
몬스터 가면을 쓴 아이들이 포토존에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윤혜숙
몬스터 가면을 쓴 아이들이 포토존에서 기념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윤혜숙

아동기획단원인 박희서(13세) 학생은 이번 축제에서 진행요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동기획단원으로 참가했어요. 축제를 개최하기 전 어떤 놀이를 하면 좋을지를 제안하고, 또 축제에 필요한 소품을 만들고, 축제 당일에 행사 진행을 돕고 있어요. 참 이런 것도 해요. 축제를 열기 위한 공공장소가 필요한데요. 이번엔 새들어린이공원창의놀이터에서 하고 있잖아요. 동장님께 장소를 빌려달라고 편지를 쓰고 축제가 끝난 후에 감사 편지도 전달해요”라고 말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물어보자 “예전에 보라매공원에서 물놀이 축제를 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제가 사회를 봤어요. TV에서 마이크를 잡고 진행하는 거 보면 부러웠거든요. 그런데 제가 그런 일을 해본 거니깐요”라고 말한다. 그는 “내년에 중학생이 되면 공부에 집중해야 해서 아동기획단으로 활동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올해가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아쉬워요. 그동안 친구들과 어울려 축제를 기획하는 것부터 축제 준비, 진행, 마무리까지 축제의 전 과정에 참여하면서 친구들과도 친해지면서 즐거웠어요. 그게 이젠 추억으로 남게 되었어요”라면서 아쉬워 한다.
지역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한 덕분에 모두가 어울리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윤혜숙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서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한 덕분에 모두가 어울리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윤혜숙

주민기획단으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박기행(44세) 주민을 만나봤다. 그는 “작년부터 주민기획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초등학교 2학년인 저희 아이가 축제에서 봉사하고 있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해요. 그래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가하고 있어요”라고 참가 소감을 밝히며 “야외 놀이터여서 주위가 어수선한데도 예상외로 아이들이 가만히 앉아서 집중하고 있어요. <괴물이 사는 나라>라는 책 자체가 재미있기도 한데요. 아이들이 의외로 책을 읽어주면 잘 듣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축제에 참여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데리고 온 엄마들도 즐거워하셔서 축제를 준비한 저희로선 보람을 느껴요. 워낙 기획을 잘해주신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 덕분입니다. 주민기획단원들도 봉사라기보다 주민으로 참여한다는 느낌이 강해요. 그래서 힘들지 않아요”라고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신나는 몬스터 축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했다. ⓒ윤혜숙
'신나는 몬스터 축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했다. ⓒ윤혜숙

6단계까지 게임을 통과한 아이들이 여럿 놀이터에 남아서 놀고 있다.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정애리(43세) 주민은 초등학교 2학년과 7살 자녀를 두고 있다. 그는 “학교 앞에서 축제 홍보 전단을 가져온 아이가 자꾸만 졸랐어요. 이 축제에 꼭 가보고 싶다면서요. 아이의 청에 못 이겨 구경삼아 한번 왔는데요. 웬걸요. 예상 외로 정말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특히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깐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침 아이들이 출출한 시간에 햄버거까지 먹을 수 있었어요”라면서 환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 있을지를 물어봤다. “굳이 하나를 꼽자면 아이들이 햄버거 먹을 때 앉을 자리가 부족했어요. 아이들 놀이터에서 축제를 하다 보니깐 그럴 수 있긴 해요”라고 말한다.

추석을 맞이하여 지역주민이 함께 교류하며 이웃과 어울리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놀이터 잔치는 지역주민들 스스로 기획하고 준비해서 만든 행사다. 아동&주민기획단, 통장, 굴렁쇠작은도서관, 신림동주민센터,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이 협업했다.
축제가 끝났어도 아이들과 어른들의 만남은 마을 안 곳곳에서 이어질 것이다. ⓒ윤혜숙
축제가 끝났어도 아이들과 어른들의 만남은 마을 안 곳곳에서 이어질 것이다. ⓒ윤혜숙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신나는 몬스터 축제’에 참여한 아이들은 이곳에서 또래의 친구들과 자원봉사 활동하는 마을 어른들을 여럿 만났다. 축제가 끝났지만 마을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의 만남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다. 동네 골목길 어느 곳에서 만나도 서로 반갑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넬 수 있다. 아이들을 지켜보는 따뜻한 시선이 늘어나는 마을 그래서 마을 안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안전한 마을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이 성장해가는 것,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동네의 정겨운 풍경일 것이다. ‘신나는 몬스터 축제’를 기획한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에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다. 기자도 여러 축제 현장을 다녀왔다. 그런데 지역축제가 특색이 없이 내용이 비슷비슷한 데다 지역주민들이 주도하는 행사가 아니라 꼭 들러리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역축제는 우선 지역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동네잔치여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즐기는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외지인들도 기꺼이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동네잔치의 정겨운 모습을 이번 ‘신나는 몬스터 축제’에서 느껴볼 수 있었다. 이게 진정한 축제의 모습일 것이다.

새들어린이공원창의놀이터

○ 위치 :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 교통 : 신림당곡역 2번 출구에서 413m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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