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이 쏘아올린 작은 희망! 역경을 이긴 5명의 감동 스토리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3.08.28. 14:22

수정일 2023.10.12. 13:56

조회 4,047

8월 24일, 서울형 동기부여 콘서트 '서울시민 쏘울(soul) 자랑회'가 열렸다. ⓒ김윤경
8월 24일, 서울형 동기부여 콘서트 '서울시민 쏘울(soul) 자랑회'가 열렸다. ⓒ김윤경

“목소리를 합쳐서 노래를 하네~ 그 아가씬 언제나 요들레이~ 요들레이~요들레이디”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 경쾌한 요들송이 울려 퍼졌다. 빨간 옷을 입은 서울 시민 이주빈 씨가 발랄하게 요들송을 부르며 등장했다. 시민들은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8월 24일 저녁 7시 서울시청에서는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와 함께하는 서울형 동기부여 콘서트 ‘서울시민 쏘울(soul) 자랑회’가 열렸다. ‘서울시민 쏘울(soul) 자랑회’는 시민들이 역경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삶의 동기를 부여하는 위안 등을 전하는 릴레이 강연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 [관련 기사] 삶의 동기 불끈 솟게 할 '서울시민 쏘울 자랑회'…유튜브 생중계
 '서울시민 쏘울 자랑회'에서 시민들이 살면서 느꼈던 어려움과 역경 극복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서울시
'서울시민 쏘울 자랑회'에서 시민들이 느꼈던 어려움과 역경 극복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서울시
2층까지 관객들로 좌석을 가득 메운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 ©김윤경
2층까지 관객들로 좌석을 가득 메운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 ©김윤경

강연자는 공모를 통해 선발된 3명의 시민서울시 홍보대사인 양재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인기 유튜브 채널 '긱블' 이정태 대표가 맡았다. 다목적홀은 2층 맨 뒤까지 자리가 없을 만큼 꽉 찼다. 사전 예약을 신청한 시민 350여 명의 관객들은 모두 팔목에 '세바시'라고 적힌 입장 팔찌를 차고 있었다.

행사 시작에 앞서 축사를 맡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힘들 때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를 들으면 가장 큰 위로가 된다”며 “이 행사는 그런 시민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말했다. 이어 강연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는다! 이주빈 씨

요들송을 부르며 등장한 이주빈 씨는 밝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살던 그는 갑자기 아버지가 뇌전증으로 쓰려지면서 꿈을 미뤄야 했다. 병원비 때문에 반지하 고시원으로 거처를 옮기며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 병간호를 시작했다. 그때 그는 20세 풋풋한 나이였다.
내가 무너지면 다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았어요.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있으니까요.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자신만의 무기가 되고 이력서가 될 겁니다.
아버지를 간병하며 좌절하지 않고 꿈을 이어가고 있는 이주빈 씨 ©김윤경
아버지를 간병하며 좌절하지 않고 꿈을 이어가고 있는 이주빈 씨 ©김윤경

다행히 가족들의 극진한 간병 덕에 아버지는 깨어나셨다. 하지만 계속 건강 상태를 주시해야 했다. 대학을 포기하고 무작정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우울증이 찾아왔다. 모든 게 무기력하고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이겨내야 했다. 평소 아버지의 신념이었던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정신’을 떠올렸다.

“다시 하고 싶은 게 많아졌어요. 배우나 아나운서도 되고 싶고요. 지금은 간호사를 준비하려고 해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어졌거든요.” 시간을 쪼개 차례차례 해냈다. 다양한 공모전에 도전하고 자격증을 따며 자원봉사 활동을 이어갔다.

그는 아버지를 간병하며 젊은 간병인 '영케어러'의 고충을 체감하게 되었다고. 한창 꿈을 향해 공부와 취직 준비를 하는 대신 힘든 간병을 해야 했지만, 그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영케어러’의 어려움을 인정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업 실패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난 강영근 씨

“바깥세상 다르지 않아요. 부딪혀야 열립니다. 첫걸음이 어려우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두 번째 강연은 현재 경비원 일을 하는 강영근 씨가 이어갔다. 그는 컴퓨터가 잘 팔리던 시절, 용산전자상가에 사업장을 차렸다. 호황으로 인근 아파트까지 마련했으나 IMF로 부도가 났다. 대인기피증이 생겼고 은둔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태어난 셋째 아이를 보며 지역구 자활센터에 들어가 세탁 기술 등을 배웠다.
어려운 환경에도 자립에 성공한 강영근 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윤경
어려운 환경에도 자립에 성공한 강영근 씨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윤경

“지인들과 만났는데 '세금으로 살고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좀 더 나아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활센터를 벗어나 자립할 다짐을 했다. 구직 활동을 하고 서울시 인문학 강의를 들으며 열심히 살았다. 인문학 강의 중 "지혜가 가난을 걷어 간다"는 교수의 말이 마음에 콕 박혔단다. 또 서울시 안심소득에 선정돼 "20년 만에 20만 원씩 저금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스로 돈 벌고 많이 배우게 된 뿌듯함을 느껴보면 좋겠다"고 했다.
부딪혀야 열립니다. 
첫걸음이 어려우면, 주저 말고 주변의 도움을 받으세요. 
'서울 복지' 하면 '120' 다산콜센터라고 기억하고
120에 손을 내밀어 보세요. 

영어 꼴찌에서 예비 초등 교사가 된 서울런 멘토 하유정 씨

다음 강연자 하유정 씨는 교사의 꿈을 꾸는 서울교육대 대학생이자 '서울런' 멘토로도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첫 영어 시험 성적이 꼴찌였을 만큼 학습에 무관심했다.

중 3 때 아버지가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씀을 남기시고 돌아가시면서, 무작정 공부를 시작했다. 요령도 몰라 밤새 교과서만 외웠다. 처음으로 시험에서 96점을 받았다. 높은 점수보다 ‘나도 뭔가를 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서울런 멘토로도 활동한 하유정 씨는 자기주도 학습을 통해 교사의 꿈을 행해 나아가고 있다. ©김윤경
서울런 멘토로도 활동한 하유정 씨는 자기주도 학습을 통해 교사의 꿈을 행해 나아가고 있다. ©김윤경

“그런데 또 코로나19가 생긴 거예요. 교육 취약계층 아이들에겐 참 어려워졌죠.” 그러던 중 ‘서울런’을 알게 돼 공부를 시작했고, 온라인 공간을 형성해 함께 공부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공부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꿈까지 가난할 수는 없잖아요.
꿈마저 어려워진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스스로 답할 수 있는 일을 하자! 긱블 이정태 대표

이어 초청 강사인 긱스의 이정태 대표와 양세웅 신경건강전문의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었다. 이정태 대표유쾌한 시도와 무모한 도전으로 과학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튜브 채널 '긱블'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 공학이 어렵다고 포기하는 편견을 깨는 재미있는 영상에 많은 응원을 받았다고. 현재 113만 명의 구독자들이 있다.

“21세 때까지 남 시키는 대로만 살아왔던 것 같아요. 군대에서 스스로 책임 있는 일을 하라는 말에 정신이 들었어요.”

죽을 때까지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유튜브를 하면서 루게릭병을 앓는 구독자 가족을 위해 눈동자를 인식하는 모니터를 만드는 등 과학과 공학을 이용해 도움도 주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때로는 쓸모없다고 해도 
그 분야에서 작은 균열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거예요. 
인기 유튜브 채널 '긱블'의 이정태 대표 ©김윤경
인기 유튜브 채널 '긱블'의 이정태 대표 ©김윤경

스스로 행복을 책임지는 어른이 진정한 어른! 양재웅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마지막 강연자로 나온 양재웅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이야기로 시작했다.이어 어디서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진솔한 생각을 들려줬다.

무엇보다 부모님의 욕구를 내면화하지 말고 자녀에게도 강요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가족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거절할 건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재웅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윤경
양재웅 정신건강의학 전문의가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윤경

강연을 마치고 나선 이주빈 씨와 잠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지금이 힘든 사람들에게 제가 겪은 이야기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참여했어요. 용기도 주고 또 정책이나 인식 변화도 생기면 좋겠어요.” 친구에게 꽃다발을 건네받은 이주빈 씨는 강연 전에 나올까 말까 많이 망설였지만 나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에게 꽃다발과 선물을 받고 활짝 웃는 이주빈 씨 ©김윤경
친구에게 꽃다발 받고 활짝 웃는 이주빈 씨 ©김윤경

'서울시민 쏘울(soul) 자랑회’ 행사를 진행한 서울시 담당자는 “코로나19 이후로 모두 힘든데, 나만 힘든 것 같이 느껴지잖아요. 그렇지만 역경을 딛고 일어선 시민들 사연을 들으면서 용기를 얻었으면 해요. 아주 나와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내 이웃과 친구들이잖아요. 지친 서울 시민들에게 소소한 한 발자국만 앞으로 나가보자는 취지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라고 했다.
서울시 새 브랜드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 ©김윤경
서울시 새 브랜드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 ©김윤경

특히 이번 ‘서울시민 쏘울(soul) 자랑회’를 통해 서울시 새 브랜드로 선정된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을 접할 수 있어 반가웠다. 무대 앞은 물론 영상이나 리플릿 등에서 ‘SEOUL MY SOUL’이 선보였다. 현재 시청 로비에는 ‘SEOUL MY SOUL’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인생네컷'을 찍게끔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다.

올해 말까지 3차례로 계획된 ‘서울시민 쏘울(soul) 자랑회’는 매월 공모를 통해 시민 이야기를 발굴하고 연사와 함께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다음 행사는 10월 21일 토요일 오후 2시에 같은 곳(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강연은 서울시세바시 유튜브 채널에서 중계했으며, 종료 후 서울런 교육플랫폼 및 세바시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다음 '서울시민 쏘울 자랑회'가 10월 21일 열릴 예정이다. ©김윤경
다음 '서울시민 쏘울 자랑회'가 10월 21일 열릴 예정이다. ©김윤경

올여름 참 변덕스러운 날씨를 겪었다. 치솟는 물가에 흉흉한 사건도 많았던 만큼 하루하루가 무거웠다. 이곳저곳에서 좋지 못한 소식이 많았는데 '선한 영향력'이 확산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어 마음이 가벼워진 듯하다.

특히 객석에는 '서울런'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희망 찬 이야기를 듣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어려운 시간을 적극적으로 맞서서 이겨내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가 동기부여가 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이러한 선한 영향력이 무기력해진 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과 활력이 되길 기대한다.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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