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타고 계곡행, 서울에서 여름휴가 즐기는 팁 대방출

시민기자 김은주

발행일 2023.07.25. 15:10

수정일 2023.07.31. 18:21

조회 31,773

[#방콕대신서울콕] 하루 코스 추천! 수성동계곡, 서촌마을, 통인시장
#방콕대신서울콕
마을버스 종로 9번 종점에서 내리면 인왕산 수성동 계곡에 도착할 수 있다. ©김은주
마을버스 종로 9번 종점에서 내리면 인왕산 수성동 계곡에 도착할 수 있다. ©김은주

“여긴 저만 알고 싶은 곳이에요!”
“마을버스 타고 계곡을 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곳은 정말 최고에요.”

중복도 지나고 나니 성하, 더위가 한창이다. 아스팔트 바닥을 걷는 발바닥에서 뜨거울 정도로 열기가 느껴지고, 따가운 햇살 아래 이마에선 땀이 비 오는 듯하다. 이럴 때는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앉아 있고 싶지만, 서울에서 그런 계곡을 만날 수 있을까? 있었다! 그것도 지하철을 타고 마을버스로 환승해 10분 정도 이동하면 되는 곳이었다.

경복궁역 3번 출구로 나와 계곡까지 걸어가도 되지만 시원한 마을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하차한 후, 2~3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인왕산 수성동 계곡은 그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도심 속 숨겨진 보물이었다.
수성동 계곡 입구에는 수성동 계곡과 옥인시범아파트에 대한 내용을 안내 표지판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놓았다. ©김은주
수성동 계곡 입구에는 수성동 계곡과 옥인시범아파트에 대한 내용을 안내 표지판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놓았다. ©김은주
계곡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정자는 주변에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 덕분에 시원하게 앉아 쉴 수 있는 명당이었다. ©김은주
계곡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정자는 주변에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 덕분에 시원하게 앉아 쉴 수 있는 명당이었다. ©김은주

종로 9번 마을버스의 종착역인 수성동 계곡은 경복궁역에서 다섯 정거장을 가면 만날 수 있다. 주택가 언덕길의 끝자락이 인왕산과 맞닿아 있었다. 자주 찾았던 곳인데 산을 깊숙이 타고 올라가야 수성동 계곡이 있는 줄로만 알았다. 부담스러운 거리일 까봐 매번 다음 기회에 가보자 했던 곳인데 막상 가보니 바로 계곡이 있었다. 수성동 계곡을 찾아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쏟아지는 계곡의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수성동 계곡을 빨리 가고 싶다면 돌계단을 기준으로 왼쪽 돌다리 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된다. 오른쪽으로 걸어가도 도착할 수 있지만 왼쪽 방향이 더 가깝다.

이곳은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이 '비해당'이라는 별장을 짓고 살며 시와 그림을 즐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계곡으로 향하는 길에는 아담한 정자도 있다. 이미 어르신들이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담소를 즐기고 싶다면 간단한 먹거리를 가지고 오는 것도 괜찮겠다.
수성동 계곡에서 만날 수 있는 통돌로 만든 기린교는 옛스러움을 자아낸다. ©김은주
수성동 계곡에서 만날 수 있는 통돌로 만든 기린교는 옛스러움을 자아낸다. ©김은주
계곡물은 잔잔하고 얕아 발을 담그기 좋다. ©김은주
계곡물은 잔잔하고 얕아 발을 담그기 좋다. ©김은주

수성동 계곡하면 빠질 수 없는 인물은 안평대군에 이어 겸재 정선이다. 겸재 정선은 그가 그린 <장동팔경첩>에 수성동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그림으로 그리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던 수성동 계곡은 한때 난개발로 인해 아름다움에 훼손을 입었던 적이 있었다. 계곡을 가리고 있었던 옥인시범아파트를 철거하며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고, 서울시기념물 제31호로 지정되었다.

수성동 계곡은 서울시테마산책길로 지정된 진경산수화길이기도 하다. 진경산수화길은 윤동주문학관을 시작해 백운동, 청송당터, 겸재 정선 생가터, 백세청풍, 자수궁터, 송석원터 그리고 수성동 계곡으로 이어진다.
폭포 아래 수려한 모양의 소나무와 돌다리가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 준다. ©김은주
폭포 아래 수려한 모양의 소나무와 돌다리가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 준다. ©김은주
크고 작은 돌들이 있어 앉아서 발을 담그고 있기 좋다. ©김은주
크고 작은 돌들이 있어 앉아서 발을 담그고 있기 좋다. ©김은주

수성동 계곡은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졸졸 흐르는 시원한 물줄기를 따라 크고 작은 돌들이 있어 앉아 있기 적당하다. 종로건강산책로가 옆쪽으로 조성되어 있어 계곡과 함께 산책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계곡의 안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동양화 그림에서 나올법한 아름다운 폭포도 만날 수 있다.

우거진 나무 사이 시원한 폭포수가 쏟아져 흘러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 마을버스를 타고 와서 이렇게 아름다운 폭포와 계곡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양쪽으로 뻗어 있는 소나무의 수려한 모습은 이곳을 순식간에 무릉도원과 같이 만들어 주고 있었다.
수성동 계곡은 시원하게 더위를 잊게 해주는 나들이 하기 좋은 곳이다. ©김은주
수성동 계곡은 시원하게 더위를 잊게 해주는 나들이 하기 좋은 곳이다. ©김은주
비가 많이 온 뒤에 가면 물이 많아 평소보다 더 시원하게 폭포를 즐길 수 있다. ©김은주
비가 많이 온 뒤에 가면 물이 많아 평소보다 더 시원하게 폭포를 즐길 수 있다. ©김은주

계곡에는 이미 엄마와 딸,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커플이 발을 담그고 있었다. 넓지 않은 곳이긴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다들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찌는 듯한 더위에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졌다. 물속에 발을 담그니 그제야 더위가 물러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서 있다가 시원한 폭포수 아래 앉기 편안해 보이는 바위로 갔다. 바위 앞에서 폭포물이 떨어져 흐르고 있었다. 힘차게 흘러내리는 폭포수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계곡 물에 맡긴 발이 차가워지는 느낌이 드니 여름날의 더위가 언제 있었던가 싶게 잊을 수 있었다.
수성동 계곡은 더위를 피해 발을 담그고 잠시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다. ©김은주
수성동 계곡은 더위를 피해 발을 담그고 잠시 쉬었다 가기 좋은 곳이다. ©김은주

조용하고 한적해서 더 좋은 수성동 계곡은 도심 속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였다. 사진만 본다면 풍경만으로는 서울이라는 지리적 위치를 믿기 힘들 정도다. 이곳에서 더위를 식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한 시민은 매년 여름마다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한 번 와 보고 나니 매년 여름마다 생각이 나더라구요. 이렇게 쉽게 갈 수 있는 계곡이 어디에 있어요. 정말 저 혼자 알고 싶은 곳이에요!”라며 <내 손안에 서울>에 기사가 발행되면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 아닌 걱정이 된단다.

데이트를 즐기는 젊은 커플은 아름다운 계곡의 모습을 인증샷으로 남기느라 바쁘다. 바위에 앉아 파란 하늘 속 흘러가는 구름도 보고 쏟아져 내리는 계곡물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멍 때리다 보니 이런 시간이 진정한 휴가가 아닌가 싶다. 멀리 가지 않아도 휴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2층 갤러리와 함께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라 카페 갤러리는 비교적 넓은 좌석들이 있어 여럿이 함께 가기 좋다. ©김은주
2층 갤러리와 함께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라 카페 갤러리는 비교적 넓은 좌석들이 있어 여럿이 함께 가기 좋다. ©김은주

수성동 계곡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은 많다. 계곡 위로 오르다 보면 초소책방을 만날 수 있는다. 이곳은 지대가 높아 서울 곳곳을 볼 수 있는 전망대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커피나 차와 같은 음료를 마시며 서울을 내려다 볼 수 있으니 더없이 좋다.

수성동 계곡이 있는 서촌은 이곳저곳을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 효자동 명물인 효자베이커리의 콘브래드, 효자동 닭꼬치, 통인시장의 도시락과 기름떡볶이 등 서촌의 맛있는 음식을 찾아 떠나는 것도 추천한다. 서촌에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카페도 많다. 갤러리와 함께 있어 관람도 할 수 있는 ‘라 카페 갤러리’, 당근케이크가 맛있는 ‘mk2’, 특별한 디저트와 분위기를 즐기기 좋은 ‘궤도’, 맛있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구테로이테 경복궁점’ 등 취향대로 골라 즐겨 보자.
서촌의 명물인 통인시장을 찾아 도시락과 기름떡볶이 등 유명한 음식을 먹어 보자. ©김은주
서촌의 명물인 통인시장을 찾아 도시락과 기름떡볶이 등 유명한 음식을 먹어 보자. ©김은주
한옥이 즐비한 서촌에는 개성 넘치는 독립서점이 많다. ©김은주
한옥이 즐비한 서촌에는 개성 넘치는 독립서점이 많다. ©김은주
보안책방은 카페와 갤러리가 모여 있어 함께 이용하기 좋다.©김은주
보안책방은 카페와 갤러리가 모여 있어 함께 이용하기 좋다. ©김은주

책을 좋아한다면 서촌에 있는 다양한 독립서점을 방문하는 것도 좋다. 한옥으로 된 운치 있는 ‘서촌 그 책방’, 매달 주제를 정해 큐레이션한 책을 선보이는 ‘한 권의 서점’, 숙소와 책방, 카페, 전시공간이 함께 하는 다채로운 공간인 ‘보안책방’, 사진, 예술, 디자인 서적 등 특별한 책들이 많은 ‘더북소사이어티’, 나선형 계단이 돋보이는 역사 전문 책방인 ‘역사책방’ 등 콘셉트에 따라 개성 넘치는 독립서점이 많다. 함께 둘러보며 서점의 특색도 느끼고 책도 구매하며 특별한 나만의 유쾌한 휴가를 즐겨 보자.

수성동계곡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옥인동 185-3
○ 문의 : 02-2148-2844

서촌마을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45

통인시장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5길 18
○ 문의 : 02-722-0911

시민기자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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