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빗물에 우편물 젖을 염려 없어요~ 북정마을 '동행우편함'

시민기자 심재혁

발행일 2023.07.19. 13:25

수정일 2023.07.1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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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 성곽 아래 북정마을 ⓒ심재혁
한양도성 성곽 아래 북정마을 ⓒ심재혁

서울시 성북구 23길 일대의 작은 마을인 ‘북정마을’은 만해 한용운 선생이 여생을 보냈다는 심우장 뒤편, 한양도성 성곽이 보이는 언덕에 있다. 북정마을은 과거 ‘북적마을’로도 불렸다. 조선시대 인부들의 ‘북적북적’ 거리는 소리, 메주 쑬 때 ‘북적북적’ 끓는 소리에서 그렇게 불렸다고 하는데, 마을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시기는 6·25 전쟁 이후부터다. 피난민과 지방에서 서울로 상경한 이들이 무너진 한양도성 성곽 아래 판자촌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작은 마을은 500여 가구를 품은 큰 마을로 성장했다.

현재도 북정마을은 촘촘한 골목길, 허름한 가옥 등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마을을 한 바퀴 두르는 소방도로와 한성대입구역, 성신여대입구역에서 마을을 연결하는 마을버스(성북 03번)가 정겨운 마을 모습을 이루고 있다.
마을버스 정류소 ⓒ심재혁
마을버스 정류소 ⓒ심재혁

북정마을에는 어르신 거주 비율이 높아 여전히 우편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은데, 많은 집들이 우편 수취함이 없어 비 오는 날이면 수도요금, 전기요금과 같은 고지서 등이 젖어 훼손되거나 분실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이에 지난 6월 22일, 서울시와 서울시설공단은 북정마을 내 100여 취약가구를 대상으로 ‘동행우편함’을 설치했다. 본격적인 장마와 집중호우에 앞서 선제적으로 우편 수취함을 설치해, 비 오는 날에도 우편물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아이디어는 서울시설공단 상수도 검침 담당 직원의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우편 수취함이 없어 우편물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우편함을 설치해 드리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하면서 마련됐다.
서울시설공단이 북정마을 100여 가구에 설치해준 동행우편함 ⓒ심재혁
서울시설공단이 북정마을 100여 가구에 설치해준 동행우편함 ⓒ심재혁

세찬 비가 내린 다음 날, 환한 햇살이 가장 먼저 비추는 북정마을을 찾았다. 북정마을 무더위 쉼터이기도 한 성북2동 할머니 경로당에도 동행우편함이 설치돼 있다. 북정마을에서 수십 년을 살았다는 할머니는 설치된 동행우편함을 보고 활짝 웃으며 소개해 주셨다. “경로당에 동행 우편함이 생겨 편리하고, 튼튼하기까지 해서 더 좋다”고 말했다. 직접 만져보니 동행우편함은 스테인리스 재질로 제작돼 폭우에도 강한, 내구성이 좋은 제품이었다.

북정마을 곳곳에 동행우편함이 보였다. 동행우편함은 북정마을 안의 유일한 ‘슈퍼’에도 있었다.
북정마을 할머니 경로당에 설치된 동행우편함 ⓒ심재혁
북정마을 할머니 경로당에 설치된 동행우편함 ⓒ심재혁
북정마을 내 유일한 슈퍼에도 동행우편함이 설치됐다. ⓒ심재혁
북정마을 내 유일한 슈퍼에도 동행우편함이 설치됐다. ⓒ심재혁

서울시설공단은 서울시의 ‘약자와의 동행’ 정책에 발맞춰 이번 '동행우편함'을 비롯해 ‘장애인 동행 나들이 서비스’, ‘지하상가 고령인 전기안전점검’, ‘취약계층 거주시설 수리지원’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소한 정책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한 알찬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북정마을 곳곳에 달린 빨간색 '동행우편함'이 참 따뜻하고 정겨워 보인다. 이제 북정마을 주민들의 우편물이 훼손되거나 빗물에 젖는 일은 없을 거 같다. 더 많은 ‘동행(同行)’ 정책과 함께 우리 사회에 소외되는 이웃이 없게 '모두가 함께 갈 수 있길' 바란다.
북정마을에서 내려다 본 서울 풍경 ⓒ심재혁
북정마을에서 내려다 본 서울 풍경 ⓒ심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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