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없는 아파트, 서울 도심엔 어떨까?
박혜리 도시건축가
발행일 2023.06.16. 14:30
사실 ‘차 없는 주거단지’는 지하 주차장 설치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차 없는 주거단지, 무차주거단지(Car-free housing)는 차를 소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주거단지, 즉 정말 주차장 자체가 없는 주거단지를 뜻한다.
‘10분 도시’라는 말이 있다. 도시의 모든 편의 시설이 거주자의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걸 의미한다. 오늘날 서울은 이미 10분 도시가 아닌가 할 정도로 공공교통이 거미줄처럼 잘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보행으로 10분 내 도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도시가 진정한 10분 도시이지 않을까? 이러한 조건에 무차주거단지를 조성한다면? 상상만 해봐도 흥미롭지 않은가?
‘무차개발(Car-free Development)’이란 일반적으로 교통량이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거주지에서 분리된 주차공간 또는 제한된 주차공간을 제공하며, 거주자가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설계된 주거 또는 복합 용도 개발을 말한다. (Steve Melia, 2010)
직접적으로는 ‘주차장 자체가 없는 단지’ 또는 주차공간이 평균 이하의 면적을 형성하는 곳으로, 도심 및 주거지 내 교통량을 줄이고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대신 다른 이익을 추구하는 모델이다. 도시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차량을 소지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거나 계약서 상 차량소지제재를 언급하기도 한다.
차 소유를 버리고 얻는 이점은 생각 외로 많다. 조용하고 공기가 청명한 거주 환경, 차량 사고위험이 원천적으로 제거된 안전한 외부공간, 더욱더 풍성한 녹지와 생태 공원, 보행환경에 최적화된 외부공간 등이다. 공사비가 저렴하여 주거 비용을 낮출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사회적 이점은 더욱 크다.
이런 주거단지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결국은 ‘건강한 주거환경’에 귀결된다. 자연히 콘크리트바닥을 버린 지반에는 생태정원과 텃밭을 가꾸기 적합하고, 태양광 설치, 우수재활용, 지역난방, 단열성능 강화 등 에너지 순환 및 자원순환에 최적의 주거단지를 형성하는데 거부감이 없다. 결국엔 생태주거단지가 된다.
무차주거단지를 조성하려면 어떠한 조건이 필요할까?
두 번째로는 편리한 공공 교통공간이 인접해야 한다. 이동권의 자유를 확보해야만 성공할 수 있기에 공공 또는 공동 교통기반시설이 집적해 잘 갖추어져야 한다.
세 번째로는 고밀의 도심에서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기에, 생활편의시설이 인접한 도심 등 대상지의 적절한 위치선정 및 고밀의 인구밀도가 필요하다. 당연히 비상차량을 위한 차로 및 장애인 주차공간 등은 필수로 갖추어야 할 것이다. 대안으로 자전거를 포함한 PM이나 공유차량(car-sharing) 등을 위한 주차공간도 별도로 필요하다.
네덜란드의 가장 유명한 무차주거단지 헤베엘(GWL)
이후 마스터플래너가 본인 KCAP를 포함하여 건축가 5명을 선정하여 주거동 건축설계를 진행하였다. 적벽돌이라는 재료 코딩과 마스터플랜의 동 배치를 지키는 가이드라인을 따라 각각 개성 있는 16개 주거동이 탄생했고 600세대를 담게 되었다. 마스터플래너에 의한 마스터플랜이 있고 개별 건축가가 각 동을 설계하여 도시공간의 통합 및 다양성을 동시에 얻는 방법을 적용하였다.
지하 주차장이 없는 전형적인 생태주거단지이며, 단지 옆으로 100대 정도의 주차를 할 수 있는 소규모 주차장이 일부 있다. 세대당 0.2대 정도의 주차공간이 조성된 셈이다. 거주민들은 대부분 자전거나 공공교통을 이용해 이동한다.
세계적인 움직임, 도심에서 차를 제거하라
오슬로는 2017년부터 서서히 도심에서 차를 내쫓고 있고, 바르셀로나의 유명한 ‘세르다 그리드’인 블록의 매 3번째 거리는 차를 막고 보행화하고 있으며, 파리는 규칙적으로 차 없는 날을 지정하고 있다. 런던, 뉴욕, 밀라노 등 대도시에서도 차로를 보행자전용구간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차량 위주의 도시가 만들어진 미국, 그 중 아리조나 주에서도 최근 미국 최초의 무차주거단지를 개발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서울에서 시작하는 무차주거단지는 어떨까?
요즘 환경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이상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한 생각을 공유하고 친환경 주거공간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공간으로 먼저 시작하면 좋다. 위치는 서울 어디나 역세권이니 서울 어디나 괜찮을 것이다. 주차장 설치를 하지 않기에 남는 공사비에 따른 주택가격 인하가 임대주택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이동권을 제약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하며, 오히려 중산층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지하공간 개발이 심한 곳에서 홍수 피해도 심한 법. 원지반을 보존하고 빗물을 땅속으로 흡수시키고 재사용하면 물을 머금는 도시가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주거단지가 많아지면 질수록 그로 인해 녹지공간을 더욱더 확보할 수 있는 재미있는 현상도 보게 될 것이다. 보행공간이 지배적인 도시 공간을 회복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바로 ‘진정한’ 10분 도시가 우리 눈 앞에 펼쳐지게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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