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35층 높이규제' 풀렸어도 잊지 말아야 할 것

박혜리 도시건축가

발행일 2023.02.03. 14:41

수정일 2023.02.03. 14:49

조회 5,689

박혜리의 별별 도시 이야기
35층 높이규제 폐지,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까
35층 높이규제 폐지,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까

박혜리의 별별 도시 이야기 (12) 서울의 스카이라인, 높이를 디자인하다

2014년 수립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의해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35층 이하로 제한한 일명 '35층 룰' 규제가 유지되고 있었다. 서울시는 이번에 다시 수립하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35층 규제를 폐지하고 지역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층수를 정할 수 있도록 방향을 다시 설정했다. 이 높이규제에 대한 변경사항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천편일률적인 35층 아파트를
지양한다는 것이지, 
50~60층 아파트가 또다시 일률적으로 
놓인 모습을 지향한다는 것이 아니다.

혹시 최근에 지어진 35층 아파트 단지에 가 본 적이 있는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압박감이 크다. 기존 15~20층 아파트 단지를 재건축해 최고높이 35층의 일률적인 고층 주거단지로 탈바꿈한 곳을 종종 보게 된다. 35층에 다다를 동안 특별한 디자인 변화 없이 반복적 아파트 유닛이 층층이 벽식으로 올라가 있는 일반적인 아파트는 35층이든 60층이든 올라갈수록 거대한 괴물을 만들어 낸다.

층수 규제 완화가 일률적 초고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35층 일자 라인이 50~60층 일자 라인으로 올려지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닌 다양한 유형 조합의 결과로 이어지도록 우리 모두 이러한 가치에 대한 동의가 필요하다. 이 층수에 대한 내용은 하나의 조건이지 결과값이 아니다.

서울시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35층 높이 기준이 없어진다고 해도 건물의 용적률이 상향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동일한 밀도(연면적‧용적률) 하에서 높고 낮은 건물들이 조화롭게 배치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렇게 되면 한강변에서 강 건너를 바라볼 때 지금같이 칼로 자른 듯한 천편일률적인 스카이라인이 아닌,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이 창출되고, 또한 슬림한 건물이 넓은 간격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한강 등 경관 조망을 위한 통경축이 확보되고 개방감도 높아진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역동적인 스카이라인을 위해서는 ‘평균 높이’와 ‘통경축’, ‘경관’을 추가적으로 디자인하여 가이드해야 한다.

서울의 환경에 맞춘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선제적으로 필요하다

필자는 몇 해 전 어느 한 지방도시에서 시민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다. 수변공간과 뒷산으로 인한 높이규제가 있었던 곳이었다. 한 시민은 어느 단체에서 주입식으로 들었던 ‘규제 완화’를 목 놓아 부르고 있었는데 그 예로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처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높이 완화를 해야한다’며 주장하였다.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대부분 평지에 있는데도 구도심의 역사문화자산을 위해 대부분 20~30m대의 높이규제가 있거나 교회 및 역사문화자산의 가시권 등을 위한 규제가 엄격하다. ‘유럽의 어느 도시처럼 아름답게’ 만들고자 하면 서울의 역사도심 4대문 안의 모든 건축물은 7층 이하로 규제되어야 할 것이다.

그 시민이 언급했던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은 높이규제가 아주 심하게 적용되는 파리에 속해 있다. 낮은 건물들로 하여금 몽마르뜨 언덕 위 교회가 아무 방해 없이 랜드마크로서 당당히 보일 수 있고, 언덕 위에 올라가서는 파리 시내가 한눈에 보여야 한다. 문화재 보존을 위한 인근 높이규제와 자연경관을 훼손하지 않는 모두의 뷰를 확보하는 등의 공공재로서의 공중공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기본이다.
서울이 가진 자연환경에 맞춘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서울이 가진 자연환경에 맞춘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서울은 가진 것이 많은 자연 부자다. 한강과 샛강이 도시 전체를 핏줄처럼 연결하고 있으며 남산을 비롯한 안산, 외산 등 산으로 둘러싸인, 타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최고의 자연환경을 지녔다. 그러한 다양한 지역 환경에 따른 지역별 ‘맞춤형(테일러링tailoring)’의 도시계획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고정된 조닝계획(용도지역제)에 따른 높이 및 용적률 규제가 우선되어 왔다. 같은 주거 지역이라고 해도 평지에 있는 곳, 하천 및 산등성이에 있는 곳이 다르듯 해당 조건에 맞는 다른 높이 조건이 필요하다.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구단위계획’을 좀 더 발전시켜 지역에 창의적인 높이 계획 및 공간계획을 유도하기 위한 섬세한 디자인 가이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는 도시건축 통합 마스터플랜으로 하여금 3차원의 도시계획이 선제되고, 또 그것을 꼭 지키는 서로의 합의가 중요하다.

유연한 계획은 ‘공동의 가치’에 대한 원칙이 조건이다

변화를 수용하고 역동적인 도시발전을 위해서는 도시계획의 유연함이 아주 중요하다. 고정된 계획에 일률적 적용은 다양한 사회의 변화를 담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탄력적인 계획과 일어난 변화에 대한 유연적 대응이라는 말이 무조건적 방임으로 방관한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공동의 가치, 즉 지역의 다양한 조건에 맞는 '공공성을 위한 가치'가 확고해야 하고 그 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 정립되어야 한다.

다양한 스카이라인을 위해 35층 높이규제가 없어졌는데, 오히려 고층 일색의 재개발 아파트 단지가 도시 곳곳에 아무 판단 없이 들어선다면 모두가 공멸하는 도시가 될 것이다.

지역의 환경 조건에 맞고 지역 특색을 더욱더 발전시키는 조화로운 모습이 우리 모두가 원하는 자랑스런 서울의 모습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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