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골 오싹, 스릴 만점 비밀공간? 영등포구 '헬스테이션'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3.05.30. 14:00

수정일 2023.05.31. 13:19

조회 6,013

5호선 영등포시장역 '헬스테이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 피가 흘러 퍼져나가 릴리프의 동상을 비춘다. ⓒ김윤경
5호선 영등포시장역 '헬스테이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 피가 흘러 퍼져나가 릴리프의 동상을 비춘다. ⓒ김윤경

서울 도심 지하에 핏빛 게임문화체험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블리자드', '제일기획'과 함께 5호선 영등포시장역에서 지하철 최초로 게임문화체험을 즐기는 헬스테이션(Hellstation)을 운영하고 있다.
게임문화체험이 있는 날에는 안내문을 통해 확실하게 공지해준다. ⓒ서울교통공사
게임문화체험이 있는 날에는 안내문을 통해 확실하게 공지해준다. ⓒ서울교통공사

행사가 펼쳐지는 지하철역 공간은 과거 10호선과 연결 목적으로 준공됐다가 취소되어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곳이기에 더욱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또한 영등포시장역문화예술철도 1호 시범특화사업으로 선정, 2020년 7월 문화예술 역사로 단장한 곳이기도 하다.

영등포시장역 유휴공간 지하 2층과 4층은 개임회사인 블리자드사의 대표작인 '디아블로4'를 소규모로 체험 해볼 수 있도록 조성됐다. 디아블로4 누리집을 통해 선정된 참가자들은 헬스테이션에서 조사관이 되어 증거를 수집하며 탐험하게 된다. 기자는 어두운 공간에서 촬영이 어려운데다, 다른 참가자에게 방해될 수 있어 서울교통공사의 협조로 체험 이외 날에 취재할 수 있었다.
행사 안내문에는 시민들이 혼동하지 않도록 실제상황이 아니라는 문구를 기재해 놓았다. ⓒ서울교통공사
행사 안내문에는 시민들이 혼동하지 않도록 실제상황이 아니라는 문구를 기재해 놓았다. ⓒ서울교통공사

헬스테이션은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지하 2층에 있다. 지하철로 이동한 경우, 일단 표를 찍고 개찰구를 나와야 한다. 역사 안 개찰구 옆에 편의점이 있는데 그 왼쪽이 대기장소인 임시 현장상황실이다. 행사일에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어 좀 더 알기 쉽다. 참가자들은 임시 현장상황실에 앉아 영상을 시청하고 안전교육을 받게 된다.
임시 현장상황실 모습 ⓒ김윤경
임시 현장상황실 모습 ⓒ김윤경

영상에는 영등포시장역에 괴현상 제보가 많아져 경찰 수사를 착수했다는 뉴스가 흘러 나온다. 화면에는 실제 영등포시장역이 등장해 마치 현실처럼 참가자들을 오싹하게 만든다. 임시 현장상황실 벽에는 다양한 증거와 위험 상황에 관한 대처법과 비상 전화 등을 안내해 스릴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으며 안전 또한 고려했다. 
노란 철문을 여니 긴 계단이 보였다. ⓒ김윤경
노란 철문을 여니 긴 계단이 보였다. ⓒ김윤경
다양한 물품이 준비되어 있으며 손전등을 하나씩 배부해준다. ⓒ김윤경
다양한 물품이 준비되어 있으며 손전등을 하나씩 배부해준다. ⓒ김윤경

이어 본격적으로 게임 세계를 재현한 전시체험관인 ‘의식의 소굴’로 가게 된다. 지하철역 벽 옆에 닫힌 노란 철문이 활짝 열리며 비밀의 공간이 드러났다. 평소라면 지나쳤을 곳에 숨겨진 공간이 있다는 점이 우선 신기하고 긴장됐다.
 손전등을 비추며 어두운 길을 걸었다. ⓒ김윤경
손전등을 비추며 어두운 길을 걸었다. ⓒ김윤경

“어두우니 발밑 조심하세요.” 서울교통공사 담당자와 함께 손전등을 받아 들고 긴 계단을 내려갔다. 평소 사람이 다니지 않는 이곳의 분위기가 영상 속의 무서운 장면과 겹쳐졌다. 지하 3층에서 다시 노란 철문을 열고 헬스테이션으로 꾸며 놓은 지하 4층으로 내려갔다.
으스스한 느낌을 연출한 게임 속 상징 ⓒ김윤경
으스스한 느낌을 연출한 게임 속 상징 ⓒ김윤경
 지하철 안은 꽤 넓고 길었다. ⓒ김윤경
지하철 안은 꽤 넓고 길었다. ⓒ김윤경
이곳 영등포시장역의 지하철역사가 게임 속 분위기와 가장 조건에 맞는다고 한다. ⓒ김윤경
이곳 영등포시장역의 지하철역사가 게임 속 분위기와 가장 조건에 맞는다고 한다. ⓒ김윤경

지하 4층으로 내려가니 생각보다 무척 넓고 긴 공간이 펼쳐졌다. 개인적으로 '디아블로4' 게임을 잘 모르지만, 이곳 현장이 게임 속 분위기와 흡사하게 잘 꾸며 놓았다는 이야기는 여기저기서 들어봤다. 손전등으로 어두운 공간을 비춰가며 가다 보면 벽에는 흩뿌려진 피와 피로 쓴 낙서가 있고 실제 같은 모형들에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이런 까닭에 운영사 측에서는 체험 신청 시 나이를 제한하고, 심신미약자라면 참여 자제를 부탁했다. 가다 보면 포토존이 있어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헬스테이션에서 증거를 보고 미션을 완수하면 증서를 주는 이벤트 등도 진행한다.
영등포시장역에서 일어난 괴현상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김윤경
영등포시장역에서 일어난 괴현상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김윤경

5호선 영등포시장역 '헬스테이션' 참여는 디아블로 공식 이벤트 사이트를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6월 11일까지 금‧토‧일에 한해, 회당 10명으로 하루 14회씩 진행한다. 처음에는 7명씩 신청을 받았으나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체험의 기회를 주고자 인원을 10명으로 늘렸다. 매주 화요일 저녁 11시 59분에 해당 주차의 신청이 마감되고, 수요일 12시부터는 다음 주차 체험 신청이 시작된다. 1인당 최대 2명까지 만 18세 이상만 신청 가능하다. 신청 후, 추첨을 통해 선정되면 수요일 오후 3시 이후 마이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등포시장역은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난 독특한 공간 분위기가 게임 체험관 주제와 잘 어울린다. ⓒ김윤경
영등포시장역은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난 독특한 공간 분위기가 게임 체험관 주제와 잘 어울린다. ⓒ김윤경

게임(디아블로4)의 세계관과 이 공간이 비슷했습니다. 어둡고 침침한 공간을 찾던 중에 지하철역 유휴공간을 생각하게 됐어요. 몇 군데 다른 지하철역 공간들도 있었는데 영등포시장역이 가장 적합해 선정했습니다.” 체험장소를 영등포시장역로 정한 이유를 묻자 운영사 측에서 위와 같이 답변했다. 다른 외관 장식재 없이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난 독특한 공간 분위기가 게임 체험관 주제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는데, 게임 속과 더 흡사하게 공간을 꾸미기 위해 한 달 정도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영등포시장역을 좀 더 게임 속과 흡사한 분위기로 조성하기 위해 한 달 정도 공을 들여 꾸몄다고 한다. ⓒ김윤경
영등포시장역을 좀 더 게임 속과 흡사한 분위기로 조성하기 위해 한 달 정도 공을 들여 꾸몄다고 한다. ⓒ김윤경
 게임 속처럼 장미꽃잎이 보인다. ⓒ김윤경
게임 속처럼 장미꽃잎이 보인다. ⓒ김윤경

“이번 행사는 참가자들이 많이 참여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되어야 했습니다. 영등포시장역은 공간도 더 넓고 원하는 콘셉트들을 마음껏 구현할 수 있는 데다 안전하게 행사를 진행할 수 있어서 선정되었다고 알고 있어요.” 서울교통공사 담당자가 영등포시장역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헬스테이션 포토존 ⓒ김윤경
헬스테이션 포토존 ⓒ김윤경

직접 체험한 참여자들의 소감은 어떤지 궁금했다. “저희가 체험객들 몇 분을 인터뷰했는데요. 전반적으로 지하철역의 이런 비밀 공간에 들어간다는 자체가 색다르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또한 게임(디아블로) 팬들이 많이 신청해주셨는데, 이 공간에 팬들이라면 알 수 있는 상징들이 많다고 좋아하셨어요.” 인터넷에서 올라오는 후기들은 짧지만, 생생하고 긴장감이 넘쳤다고도 했다.

한편 서울교통공사는 유휴공간이 있는 역들을 촬영지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2022년 지하철에서 촬영된 건수는 총 216건에 달하며, 특히 신설동역과 영등포시장역 유휴공간 및 신답역 공원 승강장은 인기 촬영장소로 알려져 있다. 공사 관내 시설물 촬영은 서울교통공사 누리집을 통해 신청하고 문의도 가능하다.
지하 5층 계단 옆에 설치된 빅 미러. 광고 공해없는 문화예술 지하철을 지향하는 플랫폼 갤러리다. ⓒ김윤경
지하 5층 계단 옆에 설치된 빅 미러. 광고 공해없는 문화예술 지하철을 지향하는 플랫폼 갤러리다. ⓒ김윤경

영등포시장역, 한 걸음 더 즐겨볼까?

영등포시장역은 2020년 지역의 특색을 살려 ‘시장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영등포시장과 문래창작촌 등을 표현하며 재탄생했다.
계단 미술관. 시장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김윤경
계단 미술관. 시장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김윤경
 빠키 작 <움직이는 원형들>. 영등포와 영등포시장, 역에 공존하는 에너지를 원형의 요소들로 뻗어 나가는 나뭇가지의 형상으로 표현했다. ⓒ김윤경
빠키 작 <움직이는 원형들>. 영등포와 영등포시장, 역에 공존하는 에너지를 원형의 요소들로 뻗어 나가는 나뭇가지의 형상으로 표현했다. ⓒ김윤경

현재 시범운영은 종료되어 아직 구상 중인 공간도 있지만, 당시 만들어진 작품들을 지하철 계단과 에스컬레이터로 이동하면서 볼 수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황혜선 작가의 <시장풍경>과 김병주 작가의 등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또한 이번 행사의 체험공간도 당시 만든 스튜디오 공간인 크리에이티브 샘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지하철 5호선을 타고 승강장에 내리면 지하 5층에 마련된 플랫폼 갤러리 '빅 미러'를 볼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번 단기 문화행사를 계기로 향후 영등포시장역 유휴공간 등을 활용한 문화사업을 이어가며 영등포시장역을 지하철 문화예술 거점공간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토요일 춤추는 지하철' 홍보 포스터 ⓒ김윤경
'토요일 춤추는 지하철' 홍보 포스터 ⓒ김윤경

6월의 토요일, '춤추는 지하철'과 함께 해요

지하철역에서 흥겨운 춤을 만나볼 수도 있다. 지하철역 예술마당에서는 6월 한 달간 매주 토요일 오후 1시와 2시에 탭댄스와 스윙댄스 퍼포먼스를 펼친다. 또한 6월 3일과 24일 가산디지털단지역, 10일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7일은 노원역에서도 신나는 춤과 리듬을 보며 즐길 수 있다.
지하철이 교통수단이자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김윤경
지하철이 교통수단이자 문화예술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김윤경

서울시민의 발인 지하철역은 이제 교통수단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을 누릴 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각 지하철 역에서는 각종 공연과 버스킹을 비롯한 문화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담당자는 "지하철역이라는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시민들이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교통공사 누리집을 참고하도록 하자. 바쁜 일상 속 멀리 가지 않더라도, 지하철을 이용하며 색다른 문화를 접해보는 건 어떨까.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등포시장역 '디아블로4' 게임문화체험행사. (노약자나 심신미약자라면 혹시 보기 힘든 장면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김윤경

5호선 영등포시장역 '헬스테이션(Hellstation)'

○ 기간 : 5월 19일~6월 11일
○ 운영횟수 : 1일 14회
○ 운영: 금·토·일요일
○ 행사 운영 정보 및 신청 ☞ 디아블로 공식사이트
○ 서울지하철역 문화행사 및 대관 신청 ☞ 서울교통공사 누리집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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