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생생한 직업 이야기, '외교톡톡'

시민기자 최은영

발행일 2023.05.09. 09:10

수정일 2023.05.10. 22:48

조회 1,500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생생한 현직 외교관의 근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외교부는 지난 4월 27일 외교부 청사 서희홀에서 ‘외교톡톡 - 외교관과의 대화’ 행사를 개최했다. 매년 2회 개최하는 외교 톡톡 행사는 올해로 19회차를 맞았다.

이번 행사에는 최태호 유럽국장, 콜린 크룩스(Colin Crooks) 주한영국대사, 김수민 외무행정관, 김지수 외무사무관, 라용운 서기관 등이 강연자로 나서, 약 200여 명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강연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가졌다. 외교관의 생생한 근무 이야기와 외교관이 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해 하실 분들에게 ‘외교톡톡 - 외교관과의 대화’ 행사를 소개한다.
‘외교톡톡 – 외교관과의 대화’가 외교부 청사 서희홀에서 열렸다. ⓒ최은영
‘외교톡톡 – 외교관과의 대화’가 외교부 청사 서희홀에서 열렸다. ⓒ최은영

장준성 외교부 정책홍보담당관은 개회 인사말에서 행사 개최 장소인 외교부 청사 18층 서희홀에 대해 소개했다. 서희홀은 993년 거란 소손녕과 담판을 벌여 강동 6주를 얻어낸 고려의 외교가이자 문신인 서희(徐熙)의 이름을 따서 지은 공간이라고 한다. 오늘날의 외교도 1,030년 전 서희의 외교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국가의 일에 복무하여 양국의 이익을 양립할 수 있도록 윈윈하는 것이 외교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장준성 외교부 정책홍보담당관 ⓒ최은영
인사말을 하고 있는 장준성 외교부 정책홍보담당관 ⓒ최은영

행사 1부에서는 7급 외무 영사직 공채 시험, 5급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과 준비 방법, 외교부 해외연수제도에 대한 소개가, 2부에서는 최태호 유럽국장,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의 생생한 남북한 근무 이야기와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1부에서는 먼저 김수민 외무행정관이 외교부 입부 방법인 외무 영사직 7급 공채 선발제도를 소개하고 준비 방법에 대해 알려 주었다. 다음으로 김지수 사무관은 외무사무관의 입부 경로인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과 외교관 생활에 대해, 라용운 서기관은 외교부 해외연수제도와 경험담을 소개했다.

강연자들은 선발시험을 준비할 때, 자신만의 생활 루틴을 잘 만들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국제 정세나 시사 등에 관심을 가질 것, 합격을 위한 동기 부여를 잘 하고, 건강 관리와 스트레스 관리도 잘 할 것 등을 강조하며 합격 꿀팁을 공유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데에 입을 모았다.
외무 영사직 7급 공채 선발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수민 외무행정관 ⓒ최은영
외무 영사직 7급 공채 선발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수민 외무행정관 ⓒ최은영
외교부 해외연수제도를 소개하는 라용운 서기관 ⓒ최은영
외교부 해외연수제도를 소개하는 라용운 서기관 ⓒ최은영

2부 첫 번째 강연자는이라크와 아프카니스탄 대사를 역임한 최태호 유럽국장으로, 코로나19 감염 위기에서 이라크의 우리 근로자 293명을 공군기로 안전하게 귀국시키는 데에 힘썼다. 2021년에는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카니스탄에서 대사로 있으면서 우리 교민들은 물론이고 현지 특별기여자도 국내로 안전하게 수송한 바 있다.

최태호 유럽국장은 영화 같은 이러한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의 긴급한 탈출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던 경험담을 공유하며, 위기 상황에서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외교관의 다양한 자질을 강조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탈출시킨 최태호 유럽국장 ⓒ최은영
아프가니스탄의 위기 상황에서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탈출시킨 최태호 유럽국장 ⓒ최은영

급박한 현지 상황을 임의로 컨트롤 할 수는 없지만, 철저한 준비성과 정보수집력, 침착성과 결단력, 애국심과 희생정신, 열린 태도 등의 자질을 갖추고 긴박한 위험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며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외교관의 직무이자 책임이라고 역설했다. 이러한 다양한 자질 가운데 외교관이 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국민에게 봉사하고 희생하는 정신임을 강조했다.
외교관이 되려면 다양한 자질을 갖춰야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것은 국민에게 봉사하고 희생하는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최은영
외교관이 되려면 다양한 자질을 갖춰야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것은 국민에게 봉사하고 희생하는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최은영

2부 두 번째 강연은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가 담당했다. 남아시아 부국장, 인도네시아, 중국 근무에 이어 주북한 대사를 역임한 아시아 전문가로, 우리나라와 북한에서 대사직을 수행한 특별한 이력을 가진 크룩스 대사는 한영수교 140주년의 역사와 의미를 평가하고, 남북한 대사로 근무할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크룩스 대사는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 당시 한국에서 경제서기관으로 재직하며,  한국 경제가 극적으로 어려웠다가 다시 극적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목도하며 놀라웠다는 소회로 강연을 열었다. 한국을 워낙 좋아해 한국 근무를 연장해 달라는 요청을 했을 정도였다는 그는, 기자에게도 인상 깊었던 1999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1세 국빈 방문을 담당, 인사동, 이화여대, 경북 안동 방문을 기획했던 담당자로서 생생한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한국과 북한 양국에서 대사직을 수행한 특별한 이력을 가진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최은영
한국과 북한 양국에서 대사직을 수행한 특별한 이력을 가진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최은영

크룩스 대사는 5년간의 한국 근무를 뒤로 하고 런던, 베이징 등에서 일하다가 2018년부터 북한에서 대사로 일하게 되었다. 북한 외교부에 핵, 미사일,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문화, 경제, 무역, 교육부와도 원활한 교류를 원했으나 영국과 북한은 긴밀한 관계가 아니라 고충이 있었다고 한다. 2020년 북한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국경 봉쇄로 북한을 떠나야만 했다는 아쉬움과 북한의 변화가 궁금해 다시 방문해 보고 싶다는 바람을 살짝 내비쳤다.

한영수교 140주년과 한국 전쟁 휴전 70주년을 맞는 올해 4월, 한국 전쟁 당시 참전한 8만 명의 영국 군인 중 1,000여 명의 전사자를 기리는 행사를 파주에서 가졌다고 한다. 크룩스 대사는 한국 전쟁 파병을 자랑스러운 역사라 생각하며, 양국의 역사, 문화 경제적 다름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 안전, 법치 등의 동일한 기본 가치를 통해 한영 FTA 재협상, 북한 우크라이나 문제, 에너지, 사이버, 디지털 분야 등 다양한 협력을 기대한다며 강연을 마쳤다.
크룩스 대사는 매우 유창한 한국어 강연으로 청중의 감탄을 자아냈다. ⓒ최은영
크룩스 대사는 매우 유창한 한국어 강연으로 청중의 감탄을 자아냈다. ⓒ최은영

외교톡톡 행사의 마무리에 나선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 자리를 통해 외교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길 바란다며, 참석자 모두, 국민 모두가 민간 외교관이 되어 우리나라가 세계 무대에서 신뢰할 수 있는 좋은 이미지를 가진 나라로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당부했다.
다양한 질의에 진지하게 응답하는 강연자들 ⓒ최은영
다양한 질의에 진지하게 응답하는 강연자들 ⓒ최은영
외교톡톡 1, 2부의 강연자들 ⓒ최은영
외교톡톡 1, 2부의 강연자들 ⓒ최은영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의 축사와 마무리 ⓒ최은영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의 축사와 마무리 ⓒ최은영

외교톡톡을 통해 외교관이 되는 방법도 알고 유능한 현직 외교관들의 다양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어 뜻깊었다. 위기 상황에서 국민을 지키기 위한 외교관의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한영수교 140주년을 맞는 한국과 영국의 뜻깊은 관계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지난해 열렸던 덕수궁 왕궁 수문장과 영국 왕실 근위대의 우호증진 교류 행사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행사가 많이 열리면 좋을 것 같다. 민간 외교관으로서, 민간 외교관의 지원자로서 국가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22년 덕수궁 왕궁 수문장과 영국 왕실 근위대 우호증진 행사 중 서울광장에서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는 영국 왕실 근위대 ⓒ최은영
2022년 덕수궁 왕궁 수문장과 영국 왕실 근위대 우호증진 행사 중 서울광장에서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는 영국 왕실 근위대 ⓒ최은영

외교톡톡 - 외교관과의 대화

주한영국대사관

시민기자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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