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열 투쟁의 중심 서울에도 독립운동기념관이 필요하다

시민기자 조인찬

발행일 2023.02.22. 09:10

수정일 2023.02.22. 17:59

조회 1,254

1919년 3월 1일, 선조들은 빼앗긴 조국의 독립을 소망하며 거리 곳곳으로 나와 대한 독립 만세를 외쳤다. 그리고 10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후손들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선조들의 얼을 기리며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아가기도 하고, 서울에 몇 안 되는 기념관을 찾아 숭고한 뜻을 되새기며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없는 많은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는 쉽게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독립기념관 누리집의 사적지 검색(2023년 2월 17일 기준)을 통해 확인된 서울의 독립운동 사적지는 총 144곳, 그중 원형 보존이 된 곳은 천도교중앙대교당, 심우장(한용운 처소) 2곳이고, 복원된 곳은 중앙고보 숙직실 터 1곳, 나머지 141곳은 변형(28곳)되거나 멸실(113곳)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 곳곳에는 변형되거나 멸실된 터에 표지석을 두고 왜 이곳에 표지석이 있는지를 알리는 글이 새겨진 채 놓여 있다. 이것만으로 독립운동의 정신이, 독립운동가의 삶이 후손에게 전해질 수 있는 것일까? 스치듯 지나가며 보게 된 몇몇의 표지석을 보며 의문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던 의열 투쟁의 현장을 방문하여 그곳의 표지석을 살펴보면 좀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가보기로 했다.

서울에 있는 의열 투쟁의 의거 터는 총 다섯 곳이다. 1921년 남산의 조선총독부에 폭탄을 투척한 김익상 의사 의거 터, 1909년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완용을 칼로 처단하여 중상을 입힌 명동성당 앞의 이재명 의사 의거 터, 1926년 민족의 자본을 수탈하던 조선식산은행과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투척한 나석주 의사 의거 터, 1923년 독립군에 대한 혹독한 고문으로 악명 높았던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하고 1,000여 명의 일본경찰과 격전을 벌였던 김상옥 의사 의거 터, 마지막으로 1926년 순종(융희황제) 붕어 소식에 분개하여 조선총독을 처단하기 위해 거사를 행한 송학선 의사 의거 터가 있는 창덕궁 금호문에 가보기로 했다.
표지석을 찾아보기 힘든 김익상 의사 의거 터 ⓒ 조인찬
표지석을 찾아보기 힘든 김익상 의사 의거 터 ⓒ 조인찬

김익상 의사 의거 터를 찾기 위해 한참을 헤매야 했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앞이라는 이곳에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도, 의사의 의거 장소임을 알리는 표지석도 없이 온통 가림막이 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부주의함에 놓친 것은 아닐까? 한참을 돌아봤지만 결국 김익상 의사 의거 터를 알리는 표지석을 찾지 못했다.
도로 쪽을 향해 있는 이재명 의사 의거 터 표지석 ⓒ 조인찬
도로 쪽을 향해 있는 이재명 의사 의거 터 표지석 ⓒ 조인찬

두 번째로 찾은 이재명 의사의 의거 터. 김익상 의사 의거 터 아래쪽으로 '국치의 길'이라고 쓰여 있는 동판이 박힌 보도를 따라 약 800m를 내려와 도착한 명동성당 앞에는 이재명 의사 의거 터를 알리는 표지석이 있었다.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완용을 처단하기 위해 군밤 장수로 변장하여 품은 칼로 중상을 입힌 바로 그곳. 그런데 표지석 방향이 인도가 아닌 차도를 향해 있어 도로 위에서 글귀를 봐야만 했다. 이재명 의사는 이곳에서 역적 이완용을 처단하기 위해 옆구리와 가슴 등 세 곳을 비수로 찔렀으나 불행히 그는 목숨을 건졌다. 반면 이재명 의사는 현장에서 피체되어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고, 시신조차 수습되지 못해 위패만 국립서울현충원 무후선열제단에 봉안되어 있다.
표지석과 함께 세워져 있는 나석주 의사 동상 ⓒ 조인찬
표지석과 함께 세워져 있는 나석주 의사 동상 ⓒ 조인찬

명동성당 아래 약 300m 걸어가면 지하철 2호선 을지로역 5번 출구 인근에는 나석주 의사 의거 터가 있다. 이곳에서 제대로 된 동상과 기록이 담긴 동판을 볼 수 있었다. 나석주 의사는 민족의 자본을 수탈해 가는 식산은행과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투척하고 일본 경찰과의 치열한 총격전 끝에 향년 35세에 순국했다.
종각 지하쇼핑센터 8번 출구 앞에 있는 김상옥 의사 의거 터 ⓒ 조인찬
종각 지하쇼핑센터 8번 출구 앞에 있는 김상옥 의사 의거 터 ⓒ 조인찬

다음으로 김상옥 의사의 의거 터를 찾았다. 독립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토록 애쓴 고귀한 희생이 역사 속에 묻혀 가고 잊혀져 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독립운동가를 혹독하게 고문하던 그 악명 높던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하고 1,000여 명의 왜경과 3시간에 걸쳐 치열한 전투를 벌인 의사의 의거를 알리는 터가 너무나도 소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표지석의 형태도 아니고 지하철 1호선 종각지하쇼핑센터 8번 출구 바로 앞이라 멈춰 서서 읽기도 불편한 곳이었다.
창경궁 출구 담벼락 앞에 있는 송학선 의사 의거 터 표지석 ⓒ 조인찬
창경궁 출구 담벼락 앞에 있는 송학선 의사 의거 터 표지석 ⓒ 조인찬

마지막으로 송학선 의사 의거 터는 어디에 있을까? 순종(융희황제)의 붕어 소식에 울분을 토하던 송학선 의사는 일제의 총독 사이토를 처단하려다 일인 2인을 척살하고 이후 왜경과의 격렬한 접전 끝에 붙잡혀 1927년 서대문형무소에서 향년 34세에 순국했다. 송학선 의사 의거 터를 알리는 표지석은 창경궁 출구 옆 담벼락과 인접해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이 다수였다.

다섯 의사의 의열 투쟁 현장을 돌아보며

의열 투쟁이 이뤄진 다섯 의사의 의사 터를 돌아보며 독립투사의 기백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기대를 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덩그러니 놓여 있는 표지석에 아쉬움만 크게 남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 후손들은 왜 이곳에 표지석을 세운 것일까? 찾는 이도 없고 찾아서 그 앞에 선다 한들 몇 줄의 글귀만으로는 어떤 교훈도 느낄 수 없는 표지석을 왜 만들어 놓은 것일까? 그렇다고 해서 독립운동가와 관련된 장소 한 곳 한 곳 모두를 원형대로 보존하는 것 또한 현실성이 없는 주장이라는 것도 잘 알기에 씁쓸한 마음만 가득할 때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던 생각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서울시에는 백범김구기념관, 안중근의사기념관, 이회영기념관이 있다. 그러나 집안의 전 재산을 처분해 6형제가 독립운동에 헌신하여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신흥무관학교를 세우신 이분들의 기념관마저도 2021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크게 세워졌다. 과연 다른 독립운동가들의 기념관 설립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그렇다고 해서 김익상 의사, 김상옥 의사, 송학선 의사, 나석주 의사 등 다른 독립운동가들의 투쟁이 작은 것도 아닐 텐데, 변형되거나 멸실된 터를 찾아 후손들이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고 그마저도 덩그러니 놓여 있는 표지석만 바라봐야 하는 걸까?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에 대한 그 의기와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신상 안위를 살피지 않고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의 업적을 한데 모아 이를 상시적으로 알리는 장소를 마련하여 후손들에게 알리고, 이분들의 활동을 구체적으로 살피기 위해 현장에 가고자 한다면 그때야 비로소 현장에 설치된 표지석을 부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왜 서울에는 서울독립운동기념관이 없는 것인지를 생각해봤다.

이미 시작된 지방자치단체의 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사업

경상북도에는 2017년도에 이미 확장한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이 있고, 2024년 개관을 목표로 용인시 항일독립기념관이 추진 중이며, 익산시 항일독립운동기념관, 김포시 독립운동기념관 등 그 규모가 크든 작든 이미 자치단체별로 활성화되고 있음에도 정작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일제강점기 적의 중심부였던 서울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기록들이 한자리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하루빨리 서울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이 이루어져 회자되지 않아 점점 잊혀지고 있는 독립운동가들의 숭고한 삶과 민족애가 우리 서울 시민에게 좀 더 명확히 전해지기를 희망해본다.

시민기자 조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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