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모아 '동그라미쉼터' 생활정원 가꿔요~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2.10.12. 13:10

수정일 2022.10.12. 13:15

조회 2,673

빗물관리시설로 조성된 '동그라미쉼터' 입구
빗물관리시설로 조성된 '동그라미쉼터' 입구 ⓒ김윤경

“동그라미쉼터라고 아세요?”
“아, 저기를 말하는가 본데….”
지나가는 주민에게 물었더니 언덕 길 쪽을 가리켰다. 

찾아간 곳은 서대문구 동그라미쉼터. 외관상으로는 다른 공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곳이다. 꽃들이 많고 운동기구가 있으며 스윙 벤치가 다소 독특해 보인다고나 할까.

다른 공원을 두고 이곳을 찾은 데엔 이유가 있다. 이곳은 지난 여름 빗물관리시설로 새롭게 조성되었다. 2021년 봄 서울시 '빗물관리시설 확충 사업' 공모에서 선정되었고, 시예산과 지반 평탄화를 위한 구예산으로 추진되었다.
바닥과 지반 하부에는 침투시설 및 배수시설을 잘 갖춰 놓았다.
바닥과 지반 하부에는 침투시설 및 배수시설을 잘 갖춰 놓았다. ⓒ서대문구

“처음에는 원형 잔디에만 시설을 설치하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이곳이 원래 경사져 활용도가 높지 않아 주민들의 정비 요청이 많았거든요. 이런 바람들을 모아 재정비하게 되었습니다.” 서대문구 담당자는 동그라미쉼터가 만들어진 배경을 들려 주었다. 

공사를 하는 김에 여러 사람이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운동기구도 늘리고, 화단을 풍성하게 조성하고, 이름처럼 동그란 디자인의 쉼터도 만들어 놓았다. 
'동그라미쉼터'란 이름처럼 동그란 모양으로 디자인된 화단이 눈에 띈다.
'동그라미쉼터'란 이름처럼 동그란 모양으로 디자인된 화단이 눈에 띈다. ⓒ김윤경

“바닥을 비가 빠르게 빠지는 투수(透水)형 보도블럭으로 포장했어요. 지반 하부에는 PVC관을 넣어 빗물이 관을 통해 녹지대로 스며들 수 있도록 했고요. 또 빗물이 고여서 썩지 않도록 집수장을 설치하는 등 배수 체계도 정비했어요.” 담당자는 지반 하부에 설치된 구조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었다. 

빗물관리시설은 어떤 점이 좋을까? 담당자는“녹지관리에 빗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먼저 꼽았다. 빗물을 활용해 입체 화단을 만들고, 빗물이 바로 고목으로 스며들도록 설치해 녹지관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소리다.
동그란 외관이 눈길을 끄는 휴식공간
동그란 외관이 눈길을 끄는 휴식공간 ⓒ김윤경

이곳 면적은 1,207㎡,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조경이 더 예쁘게 보인다. 지반 하부는 ‘침수형 트렌치(건물의 배선 등을 바닥을 파서 설치한 콘크리트 구조물)’와‘투수(透水)형 포장 재료’를 사용해 원활한 빗물순환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빗물이 땅속에 스며들거나 머무르게 해 수질오염을 줄이고 자연스럽게 물순환 기능을 회복하게 한다. 

안전도 고려했다. CCTV 설치는 물론 밤에는 소음 등 피해를 방지하도록 이용준수사항을 알려주는‘고보 조명(불빛을 이용해 바닥에 원하는 이미지를 나타내는 장치)’을 설치했다. 
빗물은 바로 수목으로 스며들어 녹지관리에 활용되고 있다.
빗물은 바로 수목으로 스며들어 녹지관리에 활용되고 있다. ⓒ김윤경

이곳 입체화단에는 왕벚나무 같은 큰키나무와 꽃댕강 등 떨기나무, 수국이나 홍띠 같은 초화류를 심어 수려한 경관을 선사했다. 식물마다 이름표를 부착했으며 QR코드를 넣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해볼 수 있다. 

평일 낮, 동그라미쉼터에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운동을 하고 있었다. 유아차를 끌고 산책을 나온 엄마는 벤치에 앉아 숨을 돌리고 있었다. 학교를 마친 아이들은 다람쥐통처럼 동그랗게 생긴 쉼터 벤치에 앉아 재잘거리며 놀고 있었다.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스윙 벤치
주민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스윙 벤치 ⓒ김윤경

무엇보다도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스윙 벤치가 있는 동그라미쉼터이다. 동그란 다람쥐통 모양으로 돼 있고, 내부에는 테이블이 있어 책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또 위, 아래로 흔들리기 때문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눌 때 소소한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스윙 벤치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가고 난 자리에 필자도 앉아 보고 싶었던 책을 읽었다. 
자갈돌이 깔린 길을 따라 걸어도 좋다.
자갈돌이 깔린 길을 따라 걸어도 좋다. ⓒ김윤경

서울시는 '건강한 물순환 도시'를 조성하고자, 2013년부터 '건강한 물순환도시조성 종합계획'을 발표했고 2015년부터 '빗물관리시설 확충사업'을 실시해 오고 있다. 도시화로 인한 불투수율이 높아져 빗물의 표면 유출이 급증하고, 열섬현상 발생 및 하천이 마르는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서울시는 올해 빗물터널 설치를 본격화하고 강남과 광화문, 도림천 일대에 우선 '대심도 빗물배수시설 설치'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영세 소규모 상가에 집중호우 발생 시 빗물을 차단, 침수 방패막 역할을 하는‘물막이판 설치'를 지원한다. 올 8월 침수피해를 입은 소규모 상가 8,804곳 및 과거 침수피해 이력이 있거나, 침수에 취약한 지역의 소규모 상가가 그 대상이다. 

물막이판 설치를 원하는 소규모 상가는 10월 중순부터 각 구청 및 동 주민센터에 방문 신청하면 된다. 건물 소유자뿐만 아니라, 소유자 동의서를 소지한 관리자, 임차인도 신청 가능하다. 
안전을 고려해 CCTV를 설치했다.
안전을 고려해 CCTV를 설치했다. ⓒ서대문구

급경사로 쓸모 없었던 곳이 예쁜 입체화단으로 변모해 사람들이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감격스럽다. 더구나 빗물을 자연적으로 침투시켜 자연순환을 회복시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여러모로 좋은 동그라미쉼터. 오갈 때마다 잠시 들려 휴식을 취하면 어떨까. 

동그라미쉼터

○ 위치: 서울시 서대문구 북아현로1가길 20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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