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심으로 걷는 길 '2022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시민기자 조송연

발행일 2022.10.17. 09:49

수정일 2022.10.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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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8일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행사가 3년 만에 다시 진행됐다.
지난 10월 8일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행사가 3년 만에 다시 진행됐다. ©조송연

조선 전기를 대표하는 왕이 제4대 세종대왕이라면, 조선 후기는 제22대 정조다. 따라서 정조를 '정조대왕'이라고 호칭하기도 하는데, 정조대왕은 아버지 사도세자를 여읜 상태에서 왕위에 올랐고,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를 극진히 모셨다.

정조대왕은 24년의 재위 기간 동안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양주 배봉산에서 화성 현륭원(융릉)으로 옮긴 후 11년 동안 13번 원행(圓行)을 실시했다. 아버지를 위해 수원화성을 건립한 정조는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대규모 능행차를 했는데, 대규모 행차가 을묘년 화성 행차이며 이 기록을 책으로 남긴 것이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다.

창덕궁에서 융릉까지 이어진 8일간의 행차는 정조대왕의 애민에 바탕한 소통 정신과 솔선수범을 통해 효행을 권장하는 모습, 왕권 강화의 측면을 보여주는데, 지난 2016년부터 서울시와 수원시, 화성시가 공동 재현하고 있다. 바로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이다.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과 2021년에 진행되지 못한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이, 지난 10월 8일 서울 창덕궁에서 3년 만에 다시 시작됐다.
'2022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이 창덕궁 돈화문에서 시작됐다.
'2022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이 창덕궁 돈화문에서 시작됐다. ©조송연

서울 구간은 창덕궁~광화문광장과 노들섬, 금천구청 입구 시흥행궁터 등 약 4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서울 구간은 일부에서만 진행됐고, 수원부터 화성 구간은 코로나19 이전과 같이 전 구간에서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이 이뤄졌다.

'2022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은 창덕궁에서 시작됐다. 조선시대 법궁(法宮)은 경복궁인데, 왜 창덕궁에서 진행됐을까? 이는 당시 경복궁은 임진왜란 이후 소실돼 법궁으로의 직위를 잃었기 때문이다. 임진왜란 이후 경복궁 중건 전까지 왕들은 창덕궁에 거처하고 있었다.
북 소리와 함께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가 출궁한다.
북 소리와 함께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가 출궁한다. ©조송연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 앞 광장에서 출궁 의식 ‘홍재의 꿈, 세상과 만나다!’가 진행됐다. 출궁 의식은 친위부대 군사들이 입장하면서 시작됐다. 이어서 대신들이 차례로 나와 국왕을 맞이하는 가운데 정조가 호위무사들의 엄중한 호위 속에 능행차를 준비하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기다리는 순으로 출궁 의식이 진행됐다.

출궁 의식에는 수많은 시민이 모여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을 관람했다. 수천명의 시민들이 능행차를 떠나는 정조대왕을 환영하는 모습을 보니, 수백년 전 백성들의 환송을 보는 듯했다. 그렇게 창덕궁을 떠난 능행차는 종로를 지나 1시간 후쯤, 광화문광장에 도착했다.
정조가 호위무사들의 호위 속에서 능행차 준비를 시작했다.
정조가 호위무사들의 호위 속에서 능행차 준비를 시작했다. ©조송연
혜경궁 홍씨가 능행차를 위해 출궁 의식을 하는 모습
혜경궁 홍씨가 능행차를 위해 출궁 의식을 하는 모습 ©조송연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 궁녀와 나인 등의 배역은 모두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 궁녀와 나인 등의 배역은 모두 시민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조송연

광화문광장에는 미음다반을 혜경궁 홍씨에게 올림으로써 효심을 전하는 상황극이 진행됐다. 미음다반은 회갑을 맞아 8일간의 여정을 떠나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건강을 걱정하면서, 정조가 친히 미음다반을 준비한 것에서 유래됐다. 새롭게 단장한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돼 더 의미 있었다.

특히, 광화문광장에서 열연을 펼친 정조대왕과 혜경궁 홍씨, 궁녀와 나인들은 모두 시민 배우라는 점이 더 돋보였다. 시민들과 함께하는 정조대왕 능행차라는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악귀를 물리치고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나례 퍼포먼스
악귀를 물리치고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나례 퍼포먼스 ©조송연

광화문광장의 하이라이트는 나례 퍼포먼스였다. 나례는 악귀를 물리치고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전통 행사로 ‘새 길, 새 날을 열다!’라는 주제로 전자, 방상시, 전통 채찍 군사의 몸짓이 어우러지며 의식이 진행됐다.
처용이 신나게 춤추고 있다. ©조송연

나례 의식은 고려 정종 6년(1040)년에 처음 보였지만, 그 이전부터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풍습이다. 섣달그믐날 공중, 관아, 민간에서 가면을 쓴 사람들이 주문을 외치면서 귀신을 쫓아 태평성대를 기원한다는 공연이 관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특히 북청사자놀음과 처용은 나례 의식의 백미(白眉)였다. 소리꾼과 북청사자, 처용, 무용수가 한 곳에 모여 춤을 췄는데 이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나례 의식의 백미였던 북청사자와 처용, 무용수 모습 ©조송연

'2022 정조대왕 능행차'는 서울을 거쳐 수원, 화성까지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3년 만에 선보인 '2022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재현'. 효심 가득했던 정조대왕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여운을 주고 있다.

시민기자 조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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